내 안의 작은 틈에 차를 들이자
내 안의 작은 틈에 차를 들이자
  • 이창숙
  • 승인 2017.03.03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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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1> 연재를 시작하며

연꽃무늬 백자찻잔, 입지름 9, 고려(14c), 국립중앙박물관

 봄을 알리는 꽃 축제가 여기저기서 열린다. 매화, 산수유가 피는 것을 보고 움츠렸던 마음의 기지개를 살짝 펴본다. 속삭이는 자연과 더불어 사람들은 늘 꿈을 꾼다. 매일 웰빙식과 운동을 하며 자신의 몸과 마음 챙기기를 위해 일상의 시간표도 열심히 짠다. 변화를 위한 시간표, 정해진 스케줄은 가끔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일상은 습관이 되여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힘이 된다. 내안에 작은 틈이 있는지 잠시 차를 준비하고 물을 끓이며, 찻잔에 차를 따라보자.

차를 준비하고 마시는 것은 자신과의 소통이요 때론 타인과의 소통이 될 것이다. 소통이란 반드시 언어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몸짓이나 눈짓과 같은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으로 상대의 마음을 더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따뜻한 손길로 차를 준비하며 마음 공들이는 시간을 갖는다면 어느새 우리는 마음 챙김에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차는 마시기에 좋은 것 보다는 생각하기에 좋은 기호음료이다. 차만의 길을 따라 잠시 여유를 부린다면 또 다른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차는 일찍이 중국에서 유래되어 동·서양에 전파되었다. 기원을 인도에서 찾는 경우도 있지만 한국·일본의 경우는 중국의 영향을 받는다. 한국, 중국, 일본은 차를 준비하고 마시는 방법을 영성(靈性)과 결합하여 다도(茶道), 다례(茶禮), 다예(茶藝)로 승화시켜 예술적 가치를 높였다. 차는 카멜리아 시네시스(Camellia sinensis)라는 학명의 차나무에서 잎을 채취, 제다(製茶)공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6대 다류(茶類)라하여 백차(白茶), 녹차(綠茶), 청차(靑茶), 황차(黃茶), 홍차(紅茶), 흑차(黑茶)로 분류된다. 이는 발효정도에 따라 색으로 분류한 것이다. 만들어진 차의 형태를 보고 가루차, 잎차, 떡차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차를 만들고 마시는 방법이 시대와 나라마다 다양하게 변천되었다. 차를 담는 다구(茶具) 역시 다양하다. 옛 선인들은 차와 다기를 다루며 그들의 마음을 시나 글을 통해 드러냈다. 고려의 충신 정몽주(鄭夢周 1337-1392)도 차를 자주 마셨던 것 같다. 그의 다시(茶詩)를 보면

“돌솥에 차를 끓이다”

나라의 은혜에 보답을 못한 늙은 서생이 차 마시는 버릇으로 세상물정 어두워

눈 내리는 밤 홀로 누워 돌솥에 찻물 끓는 소리(솔바람소리)를 즐겨 듣노라.

“石鼎煎茶(석정전다)”

報國無效老書生(보국무효노서생) 喫茶成癖無世情(끽다성벽무세정) 幽齋獨臥風雪夜(유재독와풍설야) 愛聽石鼎松風聲(애청석정송풍성)

아마도 정몽주는 나라에 대한 근심과 어찌 할 수 없는 마음을 차 끓이는 즐거움에 비유한 것 같다.

2016년은 차 산업 발전 및 차 문화 진흥법이 시행되고, 제다(製茶)가 무형문화재로 지정 고시 된 해이다. 참으로 한국의 차문화가 대중화와 전통적 가치라는 두 가지의 의미에 물고를 튼 해이기도하다. 그동안 차계(茶界)의 많은 단체와 차인(茶人)들, 관련 담당자 모두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에 맞춰 전북도민일보가 작은 지면을 마련하여 차문화 읽기를 청하였다. 독자들이 차의 맛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시작하려한다.

/ 글=이창숙 문화살림연구원 원장

▲ 이창숙 문화살림연구원 원장
김제 출생으로 한양대학교 대학원 문화인류학과에서 사회문화를 전공, 문화인류학 박사를 받았다. 오랫동안 차문화 연구에 몰두해 왔으며 2011년부터 문화살림연구원에서 신진 연구자들과 기호음료를 비롯해 지역문화연구를 하고 있다. 현재 군장대학교 겸임교수, 원광대학교 동양학대학원에 출강하고 있다. 저서로 ‘커피와 차, 인문으로 마시다’가 있다.

※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은 격주 월요일자를 통해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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