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학자 신정일의 정의 찾기 ‘오직 정의’
문화사학자 신정일의 정의 찾기 ‘오직 정의’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7.02.22 1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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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어지러운 세상, 어찌 가만히 앉아 있으랴! 세상의 불의와 부조리, 모순을 변화시키는데 주저하지 말라.”

 현재 대한민국이 원하는 세상은 거창한 무엇이 아니다. 바로, 상식이 통하는 세상, 부정부패와 부조리가 없는 세상, 그 뿐이다. 국민들이 차디찬 바닥에 앉아 촛불을 들었던 이유 또한 거창하지 않았다. 불의와 부조리, 사회의 모순에 맞서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을 뿐인 것.

조선 500년 역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도탄에 빠진 백성과 나라를 구하기 위해 제 몸을 던진 이들이 있었다. 임금을 위시한 유교 국가 조선에서 임금의 권위에 도전하고, 개혁을 말하는 것은 목숨을 내놓는 것과도 같았음에도 이들은 목소리를 줄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역사를 통해 잃어버린 대한민국을 찾을 수도 있을까?

문화사학자 신정일씨가 쓴 ‘오직 정의(판테온하우스·1만6,000원)’를 펼치면 그 가능성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다.

불의하고 부패한 세상을 바로잡고자 했던 이들의 올곧은 삶을 담아낸 책. 부귀영화를 위해 권력에 줄을 서서 손바닥을 비비고 머리를 조아리는 대신 백성의 편에 서서 불의와 부조리에 맞서 싸우는 떳떳한 삶을 택한 조선 선비들의 질곡 많고 힘들고 고생스러웠던 삶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 건국을 주도했던 비운의 혁명가 삼봉 정도전, 개혁정치를 통해 이상 정치를 추구했던 조선 선비의 사표 정암 조광조, 반봉건주의를 제창했던 조선 최초의 공화주의자 정여립, 스스로 시대의 서자가 돼 조선 사회의 절대 권위에 도전했던 이단아 허균, 조선 사회의 허위의식을 고발하는데 앞장섰던 연암 박지원, 애민의 삶을 적극적으로 실천했던 다산 정약용, 선한사람들이 잘 사는 세상을 열고자 했던 동학농민혁명의 지도자 김개남,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위해 갑신정변을 일으켰던 김옥균 등이 바로 그들이다.

역사 속 이 인물들은 대부분은 역적이라는 오명 아래 죽어야만 했다. 그 자손들은 멸문지화 당하고, 가문은 패가망신해야 했다.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분노와 함께 슬픈 자각이 밀려들 수도 있지만, 그 깨달음이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하면 부패한 이 세상은 달라질 수 있을 터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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