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1천년 프로젝트, 국외 사례는
전라도 1천년 프로젝트, 국외 사례는
  • 박기홍 기자
  • 승인 2017.02.17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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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1천년…신 밀레니엄 시대 열자 <6>

 전라도 개도(開道) 1천년은 그냥 다가오는 게 아니다. 치밀한 준비와 입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우리 옆으로 다가올 수 있다. 나무가 클수록 그 뿌리가 깊듯이, 모든 위대한 성과는 장구한 준비가 필요하다. 전라도 1천년인 2018년, 과연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가? 전북도와 광주시·전남도는 별도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더 알찬 준비를 위해선 국내외 ‘밀레니엄 프로젝트’를 공부할 필요가 있다.

 #1: 우선 영국 밀레미엄 프로젝트를 보자. 영국은 신(新) 세기를 열어가는 2000년을 5년 앞뒀던 1995년에 ‘밀레니엄 위원회’를 구성하고 복권을 통해 약 3조원 가량의 기금을 조성해 전국적으로 3천여 개의 프로젝트에 투자했다. 영국 서쪽과 템스강 북쪽의 발전에 의해 영국은 경제·사회·문화적으로 불균형이 심했다. 역사적으로 템스강 북쪽과 서쪽은 주로 왕족과 귀족이 거주하는 지역이었고, 자연스럽게 행정과 금융 중심지로 성장하는 배경이 되었다.

 반면 템스강의 남쪽과 동쪽은 주로 동유럽이나 아프리카에서 온 이민자와 노동자가 거주하던 지역이었다. 20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강남의 공장시설들이 지가와 인력이 더 싼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런던 남부지역의 도심공동화 현상과 함께 사회문제가 대두됐다.

 균형발전의 시급성을 느끼는 영국은 불균형 해소를 위해 밀레니엄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템스강 주변의 소외된 지역을 그 중심에 뒀다. 템스강을 가로질러 강의 남부와 북부를 연결하는 상징적인 건물인 ‘밀레니엄 브리지’를 만들어 관광명소화했고, 세계 표준시를 측정하는 그리니치에 밀레니엄 돔을 세워 관광객을 빨아들였다. 밀레니엄 돔은 세상에서 가장 큰 단일 지붕 구조물로, 한 번에 2만3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전시장이자 공연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오래된 발전소를 현대 미술관으로 고쳐 사용하는 ‘테이트 모던 갤러리’와 맥주공장 주변의 시설들을 아티스트 전용 공간으로 이용하는 ‘브릭레인 방글라데시타운’ 등이 새로운 관광명소로 지금까지 이름을 날리고 있다. 기존의 것을 재활용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오래된 것들과 새것이 전혀 따로 놀지 않도록 조화를 이루는 풍경을 연출해 관광자원으로 격상시키고 있는 셈이다.

 영국은 밀레니엄 프로젝트를 낙후 지역의 재개발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 대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도권과 영남권 중심의 2극 체제로 전라도가 지난 40년 동안 낙후의 뒤안길을 걸어온 시점에서 개도 1천년을 맞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셈이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밀레니엄 프로젝트에 대한 국민적 동의가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은 21세기 런던의 발전이 템스강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사회적인 인식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균형적인 도시발전의 필요성에 대한 합의가 크게 작용했다.

 #2: 베트남의 하노이 국제화 프로젝트도 눈여겨볼 만 하다. 베트남은 리(LY) 왕조가 현재의 하노이에 해당하는 탕롱(昇龍)을 수도로 정한 지 1천년이 되는 지난 2010년을 기념하고, 도약적인 국가발전 포부를 담은 의미에서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준비했다. 당시 하노이 인민위원회는 기획투자국이 총괄해 경제와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서 총 58개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해외 자본을 유치하는 등 대규모 건축 프로젝트를 완료 또는 기념행사에 맞춰 추진계획을 발표하게 됐다.

 이런 계획의 시작은 지난 2008년 8월, 바로 2년 전부터 1천년 기념사업을 통해 하노이의 신도시 개발, 기념 건축물, 인프라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한 셈이다. 하노이의 면적은 서울의 5.7배인 약 3천439㎢로, 여기에서 사는 인구는 660만명에 육박한다. 하노이는 ‘그레이트 하노이(Great Hanoi) 2030’이라는 개발 계획 아래 도시개발을 중장기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이 계획에 따르면 하노이는 크게 5개 기능과 특구로 구분돼 이에 맞는 개발계획을 진행했다. 이 개발계획이 완성되는 2030년이면 하노이의 거주 인구는 약 969만명으로 늘어나게 되고, 구도심지역에만 약 455만명이 운집해 새로운 미래의 꿈을 그려가게 된다. 현재 구도심에 산재한 정부 부처는 행정 복합도시로 개발되는 하노이 서부지역으로 이주하고, 교육 기능도시는 8개 지역으로 분할돼 개발된다. 전북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1천주년 기점으로 발표된 하노이 국제화 프로젝트는 광역 하노이를 기능별로 개발, 국제도시로 변모시키는 도시개발 프로젝트로 기획됐다”고 말했다.

 #3: 해외의 두 사례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일까? 사전준비의 치열함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영국은 이미 2000년을 5년 앞두고 밀레니엄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했으며, 별도의 대규모 예산을 안배하는 등 실질적이 사업이 구체화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베트남 역시 밀레니엄(2010년)을 앞둔 2년 전부터 오는 2030년까지 무려 20년 장기 계획을 세워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2018년에 초점을 두고 이제 논의 단계인 전라도 1천년 프로젝트와 다소 비교된다는 지적이다.

 영국의 1천년 사업이 도시재생에 방점을 찍은 것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호남의 3개 광역단체가 검토 중인 ‘전라도 1천년 프로젝트’는 제주도를 포함한 전라도의 행정·문화적 중심이었던 전라감영의 복원과 전라도 새천년 공원 조성 등을 통해 전북인의 자긍심을 회복하자는 것이다.

 전라감영 복원과 이의 준공식과 연계한 기념식, 문화행사 등을 개최하고, 전북과 광주·전남 등 3개 시·도가 공동으로 전라도 천년기념 상징공간을 조성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또 전북은 전라도 새천년 공원을, 광주광역시는 천 년의 빛 미디어창의 파크를, 전남은 전라도 천년 정원을 각각 조성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1천년을 기념하는 개별사업보다 새로운 1천년을 준비한다는 차원에서 구도심 개발계획 등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며 “지역민들의 공감과 동참을 끌어내는 데 도움도 된다”고 말했다.

 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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