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잡룡(雜龍)을 원치 않는다
국민은 잡룡(雜龍)을 원치 않는다
  • 이한교
  • 승인 2017.02.02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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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도 언론에서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들을 잠룡(潛龍)이라 표현하기에 사전을 찾아보았다. 물론 그 뜻을 짐작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정확한 뜻을 알고 싶어 찾아보니 잠룡이란 왕위를 잠시 피해 있는 임금이나 기회를 아직 얻지 못하고 묻혀 있는 영웅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나와 있었다. 그렇다면 현재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그들이 잠룡들인가? 유감스럽지만 필자의 판단으론 그렇다고 얘기할 만한 후보가 없다. 그들은 대통령 병에 걸린 환자라는 생각이 든다. 때문에 그들이 나댈수록 시름이 더 깊어질 뿐이다. 왜냐하면, 그전에도 선거철만 되면 목이 터지라 외치는 애국자이기 때문이다. 늘 국민을 위하겠다 말하고, 가장 공명정대한 인사와 청년실업해결은 물론 잘 사는 나라로 만들겠다고 큰소리쳤던 그들이 국민에게 상처만 남기는 일이 거듭하고 있으니 말이다.

대통령은 한나라의 최고 통수권자로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이다. 다시 말해 나라를 이끌고 가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 자리에만 올라가면 보은(報恩)이라는 명목으로 낙하산 인사를 통해 조직을 무력하게 만든다. 또한, 그 막강한 권력으로 치부(致富)하려거나, 비위에 맞추어 무조건 복종하는 집단을 거느리려 한다. 그러다 보니 국민을 위한 통치보다는 권력을 영원히 누리겠다는 욕심이 앞서고, 결국 양심과 진실은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만들고, 표를 얻기 위해 거짓과 인신공격도 모자라 포퓰리즘으로 국민의 감성을 자극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다 안 되면 일회용 컵처럼 쓰고 버리면 된다고 쉽게 생각하는 그들을 결코 잠룡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말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 후보라면 멀리 봐야 하고, 국민에게 반드시 신의를 지켜야 한다. 이제는 보복과 오기 정치에서 멀어져야 하고, 실현 불가능한 약속도 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을 선동하다가 불리하면 극약처방을 내려서도 안 된다. 이를 모르는 후보라면 1200년 동안 통치했던 로마의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정치를 관용(寬容)틀에서 서로 인정하고 포용했으며, 자기편과 반대였던 사람도 과감하게 등용 발탁했다. 특히 법과 제도를 중시했으며, 특히 지도자에겐 높은 도덕성을 요구했다. 그 예로 초대 황제는 자신의 딸과 손녀가 법을 어겼다 하여 유배를 보냈다. 이를 보더라도 그들은 만인이 법 앞에 평등했다. 그 결과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국가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후보들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태어난 삶처럼 말하고 행동하고 있다. 그럴듯한 공약을 내세워 반드시 지키겠다며 혈서라도 쓸 것처럼 읍소하고 있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일이다. 겉으로 보면 마치 화병에 꽂아 놓은 꽃처럼 화려하다. 그러나 뿌리 없는 대부분의 공약들은 곧 시들어 버려지고 만다. 청년실업 문제를 보더라도 공약대로라면 이미 오래전에 뿌리를 내려 해결된 문제였다. 그런데 갈수록 더 심각해지고 있다. 그 이유는 근본 해결 없이 빚을 얻어서라도 예산을 쏟아 붙고, 권력으로 밀어붙이면 되는 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안보, 경제 등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현안을 오직 표로만 계산하고, 무조건 당선되고 보자는 속셈을 가지는 그들이 과연 애국자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볼 일이다. 정말 이번에도 이런 상태가 지속하면 국력은 점점 쇠퇴해지고 결국 대한민국은 몰락할지도 모른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잠룡(潛龍)은 잡룡(雜龍)과 다르다. 잡룡이란 용도 아니면서 용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대통령 후보를 빗대어 이르는 말이다. 진정 올바른 잠룡이라면 미래를 봐야 할 것이다. 내일 정치적인 미아가 되더라도 소신 있게 말하고 바르게 행동해야 한다. 뼈가 시리도록 아프거나 손해를 보아도 반드시 법을 지켜야 하고, 그리고 거시적인 감각으로 세계를 봐야 한다. 또한, 국가 안보를 이용한 정치생명 연장은 결국 멸망으로 가고 만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대통령은 민심 위에 법이 있음을 스스로 인지하고,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국민을 끊임없이 설득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

이제 더는 우리에겐 버틸 힘이 남아 있지 않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잠룡들이 변해야 나라가 바로 선다. 따라서 국민은 공의롭고 합리적으로 나라를 위한 방안을 숙고하는 사람, 어제의 적을 포용하고 잘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낌없는 지원과 격려를 보낼 수 있는 사람, 함께 가기 위해 자리를 양보하고 국익에 도움되는 길을 선택할 줄 아는 사람, 신랄한 비판에 대해서도 합리적으로 대처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택해야 한다. 절대 이번만큼은 잔머리 굴리는 잡룡에게 속지 말아야 한다.

이한교<한국폴리텍대학 김제캠퍼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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