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순수를 추구하는 구도적(求道的) 합일의 세계
절대 순수를 추구하는 구도적(求道的) 합일의 세계
  • 김동수
  • 승인 2017.01.19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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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의 금요 전북문단 / 27. 김영진(金榮鎭:1952-)

  전북 익산 출생. 전북대학교 국문학과와 동대학원 석·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전주 상산고등학교에서 국어 교사로 정년퇴임하였다. 1997년 신앙 시집 <<주님 찾기>>에 이어 <<내 마음의 수채화>> <<타지마할의 눈물>>등을 발간하면서 생명의 존엄성과 평등성에서 출발한 그의 시가 인간에 대한 신뢰회복으로 심화·확대되어 절대 순구의 경지를 지향해 가고 있다. 현재 한국문협·석정문학 회원. 두리문학 부회장과 미당문학회 감사를 맡고 있다.

엄니 치마폭을 떠나
공부하러 간 아들이 집을 찾아옵니다.

양철 사립을 지그시 열고
풀이 웃자란 마당에 들어서면
방문은 닫혀 있고
해 그림자만이 길게 서성입니다.

-<엄니> 일부, 2000

어머니에 대한 사모곡으로부터 그의 시가 시작되고 있다. 그런 어머니를 만나러 ‘주말 고향에 갑니다./ 언덕을 지나 산모퉁이 길로/ 가슴 깊은 마당 안 어머니 품속으로 달려갑니다.’(<생가슴 문질러>) ‘주말에야/ 어머니와 아들이 마주 합니다./ 어머니는 며느리와 손주 안부를 묻고/ 아들은 어머니의 기상을 살핍니다.∽ 어머니의 달디단 손으로/ 맛나게 버무린 가닥 김치를 걸쳐놓고/ 밥 한 술 뜨는 시간∽어머니와 아들이 옛 방에 앉아/ 눈맞춤하고 심장 소리를 맞추’( <정겨운 시간>)며 모자는 비로소 하나의 영육으로 합일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시인은 말한다. ‘어머나를 생각하면/ 가슴이 어찌 답답해지고/ 아린 가슴 생가슴 문질러/ 앞산 진달래꽃이 흐드러지게 핍니다’( <생가슴 문질러>)라고, 그만큼 어머니는 그의 가슴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그리움과 안타까움, 곧 그의 시의 원형질에 다름 아니다.

산을 오른다
올라야 할 산이라 생각하며 산을 오른다
멀찍이서 올려다 본 바위산
하늘과 맞닿은 산은 언제나 다채롭다
오솔길 지나 가파른 언덕길 돌아
나무 머리채 휘어잡고
거북 바위 안고 한 바탕 씨름 하면
속땀이 흐르고 온갖 살냄새가 난다
산 오른 길목에서
나를 찾기 위해
산이 되기 위해
기를 쓰고 몸부림치는 산을 본다
한 줌 볕과 한 자락 바람결로 산정에 올라
한숨 돌리면 산은 사라지고 내가 있다
내가 산이 되었는지
산이 내가 되었는지
어느새 산이 내게 가만히 들어와 앉는다

-< 산과 나> 일부 2016

어느새 산과 내가 물아(物我)의 구분을 벗어나 합일 되어 있다. 이는 인생을 그저 흐르는 물이나 바람처럼 살고자 하는 무위자연 사상으로 장자(莊子)의 호접지몽(胡蝶之夢)을 연상케 한다. 장자가 꿈에서 나비가 되었다가 깨어났는데, 나비가 장자였는지 장자가 나비였는지를 분간하지 못했다고 한다. <산과 나>에서도 너와 나, 산과 내가 경계를 허물어 ‘한 줌 볕과 한 자락 바람결로 산정에 올라/ 한숨 돌리면 산은 사라지고∽내가 산이 되었는지/ 산이 내가 되었는지’ 서로가 경계를 허물어 물아일체를 이루고 있다.

이처럼 삶과 죽음, 어둠과 밝음, 유와 무도 차이가 없는 물화지경(物化之境)의 세계, 그리하여 의식과 무의식을 넘어 우주 속의 또 다른 무한수의 우주로 걸림 없이 통섭하는 그것은 어찌보면 기독교 신앙인으로서 그가 추구하고 있는 ‘주님 찾기’의 또 다른 수행자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비록 힘들지라도∽영롱한 아침 이슬처럼 영원히 사는 시’(시집 <<나무들이 사는 마을>> 서문)를 추구하는 그의 절대 지향의 구도적 자세도 바로 이와 다르지 않다 하겠다.

(김동수: 시인. 미당문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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