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광산이 있던 산에 오르다.
금 광산이 있던 산에 오르다.
  • 박성욱
  • 승인 2017.01.19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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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들아! 보물 찾으러 가자!

아이들에게 물었다.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캐리비안의 해적, 인디아나존스 라는 동화, 영화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아이들은 모험, 도둑, 부자 등을 이야기 한다. 그러다가 한 아이가 대답한다. “보물이요.” 순간 아이들은 “아! 맞다.” 하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여기저기 떠들썩하다. 자기만의 모험 환상 동화를 만들어서 친구들에게 이야기 한다. 어디에 보물이 있다는 둥, 자기가 보물을 찾으면 누구누구에게 나누어 준다는 둥 그 이야기를 듣다보면 참 재미있다. 우리 학교 주변 모악산에 금광이 있었다. 물론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김제나 모악산 인근에 금광이 본격적으로 개발된 시기는 주로 일제 강점기였다. 일제가 남긴 상처가 어디 한 두 가지 일까? 6학년 1학기 사회 교과서에 나와 있는 단 몇 쪽으로 가르치고 끝내기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직접 아이들에게 우리 국토가 어떻게 일제에 의해서 수탈되고 우리 선조들이 강제 노역에 시달렸는지 경험하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금 광산이 있던 곳에 가기로 했다. “애들아! 보물 찾으러 가자!”

금광이 있던 흔적을 찾아서

전주에서 모악산 가는 길, 고개 넘기 전에 독배 마을이 나온다. 마을 입구에 도착하면 산소리 숲속학교 표지판과 독배마을 안내판이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마을 길을 따라 조금 더 위로 걸어가면 산소리 숲속학교가 나온다. 아이들과 숲 몰입 교육을 하기에 너무 좋은 장소라서 아이들과 자주 찾는 곳이다. 그네, 해먹, 징검다리, 미끄럼틀, 거미집 등 숲 속 놀이시설이 친 환경적으로 잘 꾸며져 있고 무엇보다 작은 계곡에서 가재, 버들치 등 1급수에 사는 생물들을 만날 수 있다. 2015년 전라북도 교육청 숲꿈학교 발표회가 이곳에서 열렸다. 산소리 숲속학교 앞 마당 옆구리를 지나 올라가면 모악산 등산 안내도가 나온다. 등산 안내도 옆으로 산소리 숲속학교 원장님이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 만들어 놓은 산책로가 있다. 그 산책로를 따라 올라간다. 걷다보면 왼쪽으로 작은 폭포가 나온다. 작은 물줄기가 항상 흐른다. 봄이면 봄대로 여름이면 여름대로 가을이면 가을대로 겨울이면 겨울대로 사계절 멋진 풍광을 선보인다. 폭포를 지나면 두 개의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은 숲속 놀이터 오른쪽은 옛 금광터가 있는 곳. 오른쪽 길로 약 300m 걷다보며 작은 개울을 만나고 개울 바로 앞에 뼈다만 앙상하게 남은 집이 보인다. 이제 금광터 입구에 도달한 것이다. 콘크리트 기단과 벽에 철제 지붕 트러스트가 무너진 채 방치되어 있다. 아 초소였던 곳 같다. “우와!” 아이들은 이 건물을 발견하면 금광터 입구에 도착했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린다. 개울을 건너 50m 정도 올라가면 땅 속을 파서 콘크리트로 만든 커다란 사각형 모양 저장소가 길을 따라 즐비하게 놓여 있다. 그 속에는 돌덩어리가 가득 차 있다. 길을 쭉 올라가면 여러 개의 집터와 긴 석축이 남아있다.

선생님 금 찾을 수 있어요?

여기 까지 오면 아이들은 온통 금 생각이다. 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가 금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돌무더기 속에 있는 금은 이미 다 빼 갔고 동굴 입구는 무너져서 찾아보기 힘드니 김이 팍 센다. 폐허가 된 금광터를 보면서 상상해 보는 수 밖에 없다. 산 중간 쯤 오르면 사람 20명 정도 앉을 수 있는 평지가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사람이 터를 닦아 놓은 곳임을 금방 알 수 있다. 그곳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눈다. 올라오면서 만난 수많은 돌들은 다이너마이트 등으로 산을 터져가면서 억지로 캐고 아주 작게 녹아있는 금만 쏙 빼가고 버린 것들이다. 그리고 그 무거운 돌들은 우리 선조들이 노동력을 착취당하면서 옮겼던 것들이다. 다들 돌을 한 번 씩 들어보게 한다. 들 수 없을 만큼 무거운 돌들을 수례에 가득 실고 하루에도 수백 번씩 수 만 번을 날랐을 고된 삶을 떠올리게 한다. 몸으로 느끼면서 상상해 보면 실감이 확 온다. 독도, 정신대 문제 등 한국과 일본 사이에 있는 역사문제를 아이들은 더 깊이 이해 할 수 있다.

우리가 찾은 보물은?

아이들은 금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진실이라는 보물을 찾을 수 있었다. 역사 속에서 그냥 있었던 일이 아니라 그것이 진실이라는 것을 산에서 찾을 수 있었다. 요즘 아이들은 재미 없는 일들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기사 성인들도 재미없는 일은 하기 싫다. 그런데 그 재미가 어떤 재미인가를 생각해 봐야한다. 익은 김치를 잘 먹지 않고 생김치를 먹던 사람이 익은 김치 맛에 푹 빠져 김치 국물까지 아끼면서 먹는 것처럼 재미도 그런 것 같다. 우리 아이들도 역사를 알아가고 깨달아 가면서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다. 그 재미가 깨달음으로 깨달음은 행동으로 행동은 역사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산을 내려오면서 금덩이는 손에 쥐지 못했지만 마음 가득 우리 역사에 슬픔을 담고 슬픔을 넘어 깨달음을 얻고 각 자 나름의 희망을 담고 산을 내려왔다.

지금 사는 동네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여기저기 산전수전 다 겪은 이야기가 스물스물 나올 것이다. 그 이야기들이 지금 이 시간을 사는 우리들을 잘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박성욱 구이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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