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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과 포퓰리즘, 가짜논리, 좀비 정치인
권영후 소통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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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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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은 불교에서 말하는 무명(無明)에서 반야(般若), 즉 지혜를 찾는 한 해였다. 촛불을 든 시민은 민주공화국의 초석을 다지는 위대한 과업을 이룩하였다. 2017년에는 ‘오컴의 면도날’로 곁가지를 쳐내고 핵심에 이르는 길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혁명이 희극으로 왔다가 비극으로 끝나는 테르미도르의 반동이 비일비재했던 역사적 사실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4.19혁명을 하이재킹한 5·16쿠데타, 1980년 서울의 봄을 탈취한 전두환 정권, 1987년 6.10항쟁이 낳은 노태우 정권 등이다.

 광장에 촛불을 들고 나온 시민은 기성 정치인이나 시민단체의 간섭을 배제하고 “가르치려 들지마라. 내가 스스로 판단한다”는 자의식이 높았다. 기술발전과 이용행태가 급변하는 SNS 환경에 익숙한 시민은 개인의 주체성과 상호 의사소통으로 무장하고 광장에 나왔다. 촛불로 새로운 참여 문화를 창출한 시민의 의지는 민주주의를 재구축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정치사회학자 에어프릴 카터는 “시민의 직접행동은 민주주의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 민주주의의 붕괴요소가 아니라 보완하는 강화요소이며 직접행동을 수반하지 않는 민주주의는 타락한다”고 지적했다. 대의제 민주주의가 작동불능에 빠질 때 시민의 집단행동은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서 필수요소임을 강조한 것이다.

 2017년은 시민의 수준 높은 주체의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민주주의의 원년이 되어야 한다. 차기 대통령 선출, 헌정제도의 재디자인, 선거법 개정, 재벌·검찰·지방자치제도 개혁은 우리에게 주어진 중차대한 과제다. 이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촛불의 선한 의지를 꺾어 시민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교란할 수 있는 정치적 술수, 꼼수, 선전술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먼저 포퓰리즘은 민주주의로 포장된 대중 영합의 정치노선으로 시민에 대한 감성적 호소와 선동을 통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말한다. 민주주의라는 겉옷을 입고 시민의 일상생활에 깊숙이 스며드는 특성을 갖고 있다. 현실의 사회 상황이 포퓰리즘의 출현을 촉진한다. 영국의 브렉시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은 포퓰리즘이 인간의 정치적 본성과 사회 경제적 환경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지역주의, 강고한 진영 대결, 세대 간 갈등, 불평등 심화, 일자리 부족, 성장 침체는 포퓰리즘이 발흥하기에 적합한 조건이다. 과도한 성장과 복지 정책, 종북, 안보와 같은 감성을 자극하는 이슈는 포퓰리즘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

 가짜논리는 정치적 전환기에 기승을 부린다. 개인의 논리적인 사고와 판단을 가로막는 비합리적인 이슈가 두드러진 역할을 한다. 철학자 칼 포퍼가 말한 “우리의 지식은 유한할 수밖에 없지만, 우리의 무지는 필연적으로 무한”하기 때문이다. 올해 전 세계에서 회자한 단어는 ‘탈 진실(post-truth)’이다. 가짜뉴스나 헛소리가 진실을 이기고 설득력이 있게 된 것을 말한다. 애매모호한 말장난과 새빨간 거짓말, 교묘한 편견 조장, 통계의 왜곡, 아니면 말고의 가짜논리를 의심하고 묻는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내년에도 탈 진실이 시민 의식을 지배한다면 기득권 함정에 빠져 민주주의를 다시 살려내기 어려울 것이다.

 좀비 정치인은 권력과 사욕만 채우고 시민을 생각하지 않는 영혼 없는 자들을 지칭한다. 소설과 영화에서 유래한 ‘만추리안 캔디데이트(Manchurian Candidate)’는 꼭두각시, 세뇌된 사람으로 좀비에 해당한다. 좀비 정치인은 본인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포퓰리즘이나 가짜논리, 꼼수를 구사하는 데 능수능란하다. 내년 대선에 나설 정치인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대통령이 되기 위한 후보자뿐만 아니라 유권자들도 준비가 필요하다. 현실에서 좀비를 구분하기는 어렵다. 오랫동안 관찰하고 의심하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 평소 관심 없다가 선거일에 임박해 결정한다면 좀비를 가려내는 일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촛불집회에서 정의롭고 절제된 시민의 행동이 성숙한 민주주의를 구현하였다. 촛불이 성공했다고 최상의 시민이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는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포퓰리즘, 가짜논리, 좀비 정치인은 촛불로 이룩한 정치혁명을 일거에 뒤엎을 수 있다. 패전이나 다름없는 ‘피로스의 승리’를 피해야 한다.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정치에 대한 비판적이고 회의적인 자세로 우리의 사고와 판단력을 향상시킨다면 촛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다.

 권영후<소통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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