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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텔스바흐 3대 원칙과 정치교육
차상철 전북교육연구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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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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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76년, 우리나라는 박정희 유신독재 시절이었다. 학생들은 교과서를 통해 동학농민혁명을 임진왜란처럼 ‘동학란’으로 배우고, 분단국가에서 국민의 정치적 자유의 제한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며, 이것이 한국식 민주주의라고 주입식으로 배우던 시절이다.

같은 해, 역시 같은 분단국가였던 독일의 작은 도시 보이텔스바흐에서는 독일의 교육자, 정치가,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치열한 토론 끝에 이념과 정권에 치우치지 않는다는 정치교육의 원칙에 대해 합의했다. 이것이 보이텔스바흐 협약이다. 이 협약은 본래 학교 정치교육의 지침으로 만들어졌으나 모든 공교육 영역으로 확대 적용되어 독일 정치교육의 헌법으로서 기능하고 있으며, 유럽연합 국가들에서 보편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이 협약은 다음 세 가지 원칙을 골자로 한다.

첫째, 주입 또는 교화 금지 원칙이다. 사회적 쟁점사항에 대해 학생이 잘 모르는 상태에서 교사가 무엇이 바람직한 견해인지를 알려주거나 강요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교육의 목적은 학생 스스로 독립적인 판단을 하도록 지원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둘째, 논쟁 원칙이다. 사회적으로 논쟁적인 사안은 학교에서도 논쟁을 통해 학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칙은 주입금지 원칙을 실천하는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견해, 특히 비판적이고 대안적인 의견을 균형 있게 제시하고 또한 이에 대해 토의와 토론을 하지 않으면 슬그머니 주입과 교화로 변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정치적 행위능력 강화 원칙이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스스로 정치적 입장을 결정하고 행동에 옮길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의 정치 상황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개인적 이해관계가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를 탐색해 보고, 또한 자신들이 그런 정치 상황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다양한 수단과 방안을 탐색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보이텔스바흐 협약에는 한계도 있다. 무엇보다도 교육현장에서 교사의 중립성이 지켜질 수 있는지를 근본적 질문이 제기된다. 과거와 달라진 현 시점에서 적실성을 갖기 위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원칙들은 올바른 정치교육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기 때문에 모든 정파가 합의에 이를 수 있었고, 그 결과 나치 시대에 인류사적 죄악을 저지른 독일인을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정치의식을 가진 민주시민으로 길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독일이 작년에 시리아 난민을 100만 명이나 받아들이기로 한 것은 이런 정치교육의 산물로 볼 수 있다. 독일은 이런 성숙한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정치적 안정을 이룰 수 있었으며, 이를 토대로 세계 최고의 경제 강국으로 성장하였다.

40년 후인 지금 우리나라의 정치교육 실태는 어떠한가? 세월호 참사 2주기인 지난 4월, 교육부는 전교조의 4.16교과서를 사용하는 계기수업을 금지하며, 이를 시행하는 교사를 징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논쟁적인 사안, 특히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안이므로 학교에서 다뤄서는 안 된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반면에 교육부는 7월에 사드 배치관련 홍보자료를 송부하며, 이를 교육하라고 각 시·도교육청에 지시하였다.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주장을 학생들에게 주입하는 데에는 매우 적극적인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은 맹탕이나 백지상태가 아니다. 인터넷과 언론으로 많은 정보를 얻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상호토론과 집단지성을 통해서 교육적으로 걸러지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우리도 이제 논쟁적인 사안은 학교에서 정치교육을 통해 개방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학생들이 논쟁을 통해서 정치적 판단 능력이 성숙하면 투표권 연령도 낮출 수 있다.

병신년 한해가 저물어간다. 촛불집회에 참석한 초·중·고 학생들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분명하게 밝히는 것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기대해 본다.

차상철<전북교육연구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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