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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과 청소년의 꿈
국방호 전주영생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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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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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호, 방학이다!” 신발주머니를 빙빙 돌리며 떼를 지어 교문을 빠져 나오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겨울방학’ 하면 눈 덮인 시골마을의 전경이 떠오른다. 친구들과 마을 뒷동산에서 비료부대로 눈썰매를 타다가 뒹굴던 추억이나 외갓집에 가면 “내 새끼 어서와, 얼마나 추웠어…”하시면서 손을 꼬옥 잡아주시던 할머니의 따스함이 지금도 느껴지는 듯하다.

  학교에 오니 방학 중이라 그 많은 학생들로 북적대던 교실이 주인을 잃은 집 같다. 잠시 둘러보니 마치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라도 하려는 듯 하는 학생들의 얼굴이 스쳐간다. 너무 덥거나 추어서 학업을 쉬던 때와는 다르게 방학(放學)이란 의미(vacation: vac- 비우는)가 절실하게 다가온다. 전보다 등교를 늦추었다지만 하루생활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내는 학생의 입장을 고려하면 공부로부터 잠시 해방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방학의 풍속도도 많이 변한 것 같다. 몇 해 전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간 적이 있다. 인천공항에서 수속을 밟고 있는데 옆에서 “선생님!”하는 소리에 돌아보니 재학 중인 3학년 학생들이었다. 반가워하며 물으니 수시에 합격한 친구들끼리 체코, 폴란드를 비롯하여 동유럽국가로 여행을 간다고 하였다. 다섯 명이 가이드도 없이 대학합격 축하로 받은 돈으로 뜻 맞는 친구들과 견문을 떠난다는 것이었다. 근래에는 방학 중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 교사나 학생 모두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닌 듯싶다.

집에 있는 학생의 모습도 그려진다. 등교하느라 바빠서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하던 때와 달리 조금 늦게 일어나도 가족과 마주 앉아 그동안의 학교생활과 친구들에 관한 얘기를 나눌 수 있어 좋다. 겨울이니 베란다에 놓았던 홍시나 귤이나 사과를 가져다가 굳이 누가 먼저라도 상관없이 서두를 필요 없이 입에다 넣어 주면서 주거니 받거니 한다. 이따금 방송을 보면서 연예인이나 청문회 얘기로 꽃을 피운다. 그저 생각나는 대로 가족끼리 맞장구를 치며 옳고 그름에 대해 얘기를 주고받는다.

그러다가 방에 들어가 방학계획서를 본다. 농구, 탁구, 축구 같은 동적인 활동과 독서와 음악 감상 같은 정적인 활동으로 채워져 있다. 너무 지루해 농구공을 갖고 공원으로 간다. 친구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신나게 놀다가 집에 오니 엄마가 아들이 좋아하는 닭백숙을 준비하셨다. 손과 입가에 음식이 묻어도 엄마가 해주신 음식이 그렇게 맛이 있을까? “엄마, 설거지는 제가 할까요?” 홍차를 놓고 모자가 다시 식탁 앞에 앉았다. “엄마,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고교시절에 백악관의 초대를 받아 케네디 대통령을 만난 뒤 42년 만에 세계 대통령인 유엔사무총장이 되었대!”

어느새 차분해진 마음으로 책상 앞에 앉았다. 순간 여러 책 중에 안네 프랑크가 쓴 「안네의 일기」가 눈에 들어온다. 갈피가 들어있는 곳을 여니 나치가 안네 가족을 찾아 수색하는 장면이다. 다락방에서 숨을 죽이고 혹시나 발견되지 않을까 ‘생과 사’의 장면이 나온다. 순간 자신을 돌아본다. “나는 정말 행복해, 부모님과 자유롭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으니…” 계획된 일과를 체크하면서 하루를 돌아보니 자신의 행동에 무척이나 뿌듯해 일기를 쓴다.

방학은 학교생활을 잠시 쉬면서 닫힌 나를 열고 세상과 소통하며 가정의 사랑도 느껴보고 자신을 재충전하는 기간이다. 20년 후면 현재의 직업들이 거의 사라진다고 한다. 새로운 삶의 패러다임이 요구되는 미래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사고와 도전이 필요하고 방학은 그 미래에 대한 준비기간이다. 이 순간에도 자신의 계획에 따라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있을 제자들을 생각할 때 입가에 미소가 머문다.

국방호<전주영생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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