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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곳 좁아지는 의료계-우려되는 국민 건강권
최두영 원광다학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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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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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하는 어떤 일이든 잘하는 사람보다 좋아하며 일하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보다, 즐거워하며 일하는 사람이 더 효율적이고 결과도 좋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요즈음 의료계를 보고 있노라면 즐거움이나 좋아하는 면은 제쳐 두고라도 사람의 생명을 다룬다는 의사로서의 사명감조차 잃어버리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한때는 하얀 가운을 입은 히포크라테스의 후예들로서 선망의 직업군이었던 의사, 요즈음 그 의사들이 작아지고 있다. 어깨들이 처지고 얼굴에 생기를 잃어가는 것이다. 물론 여러 가지 의료 환경과 사회 현상들에 따른 생존권 차원만은 아니다.

특히 의료계를 대상으로 발의되고 개정되는 각종 법률안을 들여다보면 걱정이 앞섬은 그저 필자의 기우이기를 바랄 뿐이다. 각종 의료정책의 시행들로 설 곳이 좁아지고 있는 의료인들이 신뢰감을 잃고 사명감마저 소멸하지 않을까 안타까울 뿐이다.

사망, 1개월 이상 의식불명, 장애1급 등의 대상에 있어 피신청인의 동의 여부에 상관없이 조정 절차를 개시하게 한 의료분쟁조정법이 지난달 30일부터 전격 시행되었다. 의료계에서 중환자기피법으로 전락할 여지가 있는 법률이라며 큰 우려를 표명했던 일명 신해철법·예강이법으로 불리는 법률안이다.

뒤를 이어 3000만원 이하 벌금, 2년 이하 징역에서 긴급체포가 가능한 3000만원 이하 벌금, 3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 기준을 강화 한 리베이트 처벌 강화 의료법.

수술과 수혈, 전신마취를 하는 환자에 진단명과 수술 필요성과 진료 방법, 의사명, 예상되는 부작용, 준수사항 등을 환자에게 설명하고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하며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일명 대리(유령)수술 방지법이라 불리는 설명의무 강화법 등의 의료법 개정안도 지난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또한 얼마전 통과된 리베이트 처벌강화법을 보면 일부 리베이트 수수 의사들의 부도덕성도 문제이겠지만 우리 사회에 의료인들의 불법적인 리베이트가 행해지고 있다면 그 원인이 있지 않겠는가. “OECD 국가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 적정화되지 않은 의료 수가, 높은 복제 약가, 유통구조 개선·지원도 없이 병원 환경 개선만을 요구하는 각종 의료 정책들”, 규제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함께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설명의무 강화법은 의료인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전공의들 실습환경이 억제되고, 기피과 현상 심화, 중증한자 진료를 피할 수도 있다는 의견들 또한 적지 않다. 한편에선 양심적인 진료를 해 온 의사라면 당연한 일이라 문제 될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문제는 당연한 일이 어쩌다 법으로 규제해야 할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는지 반성도 필요하리라 본다. 그리고 어떤 일이든 동전의 양면성이 존재하듯 의료계의 특수성도 감안한 법 시행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여성가족부에서 준비 중인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르면 아·청법상 3년을 넘는 징역이나 금고형이 선고되면 아동 및 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 제한이 최장 30년에 달할 수도 있다. 여기에 일부 환자 단체에서는 진료실의 제3자 참관(샤프롱 제도) 제도 부활을 촉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물론 성범죄 의사들의 파렴치한 행위는 사회의 지탄을 받아야 마땅하나 일부의 부도덕함에 정도가 지나치게 강력하게 규제함은 사회지성의 표상으로 자리 잡아 온 수많은 의사들의 신뢰와 긍지에 금이 가게 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또한 의료 영리화의 시발점이 될 수 있는 ‘지역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프리존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 등은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지역 의료계의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병원과 환자 외엔 문외한인 내가 보아도 심사숙고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2016년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거나 발의가 준비 중인 몇 개의 의료계 관련 법률안 조항을 짧은 설명과 함께 들여 다 보았다. 물론 불법이 개입되고 일부 문제가 있는 성범죄 같은 사안들을 같은 의료인이라 해서 무조건 감싸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환자와 의사의 관계는 철저하게 신뢰에 기반 한 관계여야 한다는 점이다.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 사안들이 있다면 의료계 스스로 자정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여타의 문제들을 법적 제재만 강화해 환자와 의사의 상호 신뢰에 금이 가고 의사는 환자 치료가 우선이 아닌 방어 진료에 나선다면 국민 건강권이 위험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의료계에 일방적으로 적용하기에는 특수성을 간과한 지나친 규제 일변도의 법 적용도 심도 있게 뒤돌아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최두영<원광대학교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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