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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조류독감
김현수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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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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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라남도와 충청북도에서 시작된 조류독감이 전라북도에서도 발생했다는 뉴스를 보고 이에 대한 논설을 기고한 것이 불과 한 달 전이다. 당시 원고를 쓰면서 이번 조류독감이 확산하여 대규모 감염사태를 일으킬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했는데, 한 달 만에 전국적으로 2천만마리가 넘는 가금류가 살처분 되어 매몰될 정도의 대참사가 되어버렸다. 대규모의 재난이 발생한 경우 항상 그랬듯이, 이번에도 빠른 대처를 하지 못하여 확산을 방지하지 못한 정부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어떤 식으로 마무리되든 이번 조류독감은 축산농가와 관련 산업에 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남길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올해에는 조류독감 외에 A형 독감도 기승을 부려 역대 최고 수준으로 접어들면서 백신 대란이 예상된다는 도민일보의 보도가 있었다. 올해 유행하는 조류독감과 A형 독감 모두 H1N1 인플루엔자의 변이인데, 한꺼번에 인간과 가금류에서 대규모로 독감이 발생하니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들면서 그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독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발생과 확산은 다양한 물리화학적, 생물학적 요소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왜 갑자기 두가지 형태의 독감이 같은 시기에 대규모로 유행하게 되었는지 정확하게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결과는 현재 일어나는 지구환경의 변화양상으로 인해 앞으로 이러한 일이 자주 발생할 수 있음을 지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구환경의 변화가 조류독감의 발생빈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이제는 너무 익숙한 용어가 되어버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을 지구온난화 또는 기후변화로 인한 변화를 의미한다. 조류독감을 전파시키는 주요 매개체는 철새이며, 이 중에서도 물 위에서 헤엄치거나 물가에서 생활하는 물새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사이에서 조류독감의 확산은 배출된 조류의 분변으로 오염된 물을 다른 조류가 섭취하며 이루어지는데, 수온이 낮은 물속에서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수주 또는 수개월동안 활동성을 유지할 수 있고 얼음 속에서는 몇 년을 버틸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시베리아 지역의 호수에서는 철새의 이동 후 호수의 얼음에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분리된 바가 있으며, 이 바이러스는 다음해 봄에 이동해오는 철새를 감염시킬 수 있음이 밝혀진 바 있다. 그러므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기후변화, 즉 더워지는 여름과 추워지는 겨울은 직접적으로 바이러스의 생존성에 영향을 미쳐 조류독감의 발생빈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

기후변화는 또한 다양한 생물들이 상호작용을 하는 생태학적 순환고리에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데, 이러한 변화가 조류독감의 발생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미국 동부의 뉴저지주와 델라웨어주 사이에 있는 델라웨어만 (The Delaware Bay)은 대륙을 가로질러 이동하는 수많은 철새가 쉬어가는 지역이다. 미국국립보건원 소속 생태학자들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델라웨어만에서 조류독감의 발생 강도는 이 지역에 철새가 도착하는 시점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 철새의 도착시점을 결정하는 요소는 물론 계절의 변화도 있지만, 새들의 먹이가 되는 투구게 알의 양이 매우 중요하다. 즉, 철새는 투구게의 짝짓기 철에 주로 유입되는데, 기후변화로 인해 투구게의 교미기가 변화하면 철새의 도래 양상에 변화를 일으켜 조류독감의 발생을 증가 또는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기후변화가 조류독감의 발생을 저감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좋겠으나, 안타깝게도 여러 연구결과는 반대방향의 추세를 지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의 방향을 쉽게 바꿀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을 수립할 때 바이러스에 의한 인간과 동물의 질병 발생빈도의 증가를 변수가 아닌 상수로 가정하고,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태세를 미리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독감이 유행할 때마다 이야기되는 백신의 부족현상이나 현재 목도하고 있는 조류독감의 급격한 확산을 막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같은 바이러스에 의한 조류독감이 발생 했음에도 효율적으로 확산을 막은 일본과 같은 외국의 사례에서도 배워야 하고, 독감 발생 시 부서간 협조를 통해 신속하고 효율적인 검사와 방제대책을 수행할 수 있는 유기적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유전적 변이가 쉽게 일어나는 바이러스는 자연계에서 순환하는 과정에서 돌연변이를 통해 인간을 감염시키는 형태로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이를 조기에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 손실을 넘어 전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한번 발생한 일을 되돌릴 수는 없으나, 재난을 어쩔 수 없는 불행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배우는 기회로 삼는 지혜를 가지기를 기대해본다.

김현수<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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