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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올바름의 위선과 음모
김종일 전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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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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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들으면 그럴싸한 거대 명제들이 있다. “바르게 살자”라든지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라는 것들이 되겠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꼼꼼히 따지고 들어가 보면 어찌해야 바르게 사는 건지도 의문이고, 또 사람이란 게 생긴 것부터 모두 제각각으로 태어나는데 어째서 평등하다는 건지도 의아하지만, 점잖은 체면에 꼬치꼬치 따지기도 그렇고 또 그래봤자 본전 찾기도 어려울 게 뻔하니까 이와 같은 명제들은 자연스레 암묵적으로 사회적 ‘올바름’의 기준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이렇게 알게 모르게 우리 사회 전반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소위 ‘지극히 옳은 말’을 무기로 하는 사회적 또는 정치적 움직임을 흔히 ‘정치적 올바름 PC(political correctness) 운동’이라 부른다. 필자는 이것을 ‘올바름’이라는 표현보다는 우리가 흔히 쓰는 ‘정치적 발언’ 정도로 번역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PC운동은 1980년대 인종의 용광로라 불리는 미국에서 다문화주의에 기초한 포용성을 주창하면서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을 바로 잡으려는 움직임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여성과 노인 같은 상대적 약자와 흑인과 유색인종 등의 마이너리티에게 불쾌감을 주는 언어의 순화와 행동의 차별을 해소하자는 소소한 선의에서 시작해서, 서서히 남녀평등, 소수자배려, 인권존중, 차별반대, 다양성인정 등 다양한 정치적 올바름의 기준의 제시로 영역을 넓혀갔다. 어느새 이런 가치관들은 우리 사회에서 마치 절대적으로 옳고 따라야만 하는 세련된 교리처럼 자리를 잡아 버린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같은 운동의 의미가 변질하여 특정 정치적 집단의 씨알도 안 먹힐 듯한 궤변을 방어하는 무적의 논리로 악용되면서 그것의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이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과 반발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 되어버렸다. 무엇보다도 PC 운동이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의 대중주의를 옹호하는 무소불휘의 논리적 토대가 됨으로써 합리적 사고가 차지할 자리를 몰아내고 있다는 것이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럴싸한 정치적 올바름 뒤에 숨어 있는 위선과 음모를 한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겠다.

주변의 예를 살펴보자. 언제부턴가 대형마트나 고속도로 휴게소 주차장에서 가보면 명당자리는 대개 분홍색으로 칠해진 여성 전용자리다. 다른 자리는 만석이라 주차할 자리가 없는데 분홍색 칸은 상당수 비어 있는 경우가 있다. 여성 전용석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이에 대한 합리적 조정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순간 그 사람은 ‘약자배려’라는 무적의 논리 앞에 일순간에 파렴치범이 되어버리는 분위기다. ‘약자배려’라는 대명제 앞에 합리적이며 민주적인 절차와 방법에 대한 의문조차도 불순하고 비도덕적이라는 낙인이 찍혀 버린다. 그냥 입 다물고 있는 게 상책이다. 또 사전적 의미에 충실한 동성애자라는 단어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요즘 그 사람들을 무슨 뜻인지도 불분명한 성소수자라 부른다. 필자와 같이 이런 불필요한 작명에 의문을 제기하는 순간 그 사람은 차별하는 사람,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 인권의 평등함을 부정하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 지극히 합리적이며 논리적인 의문과 주장조차도 소위 이러한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거대 명제 앞에 무기력한 것이 요즘 세태다. 요즘 건전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진보적 목소리를 내야만 하는 사회적 압력에 굴복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비록 비굴하고 표리부동하더라도 그게 살기 편하단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정치적으로 올바른 명제에 기반한 PC 운동이 요즘 정치적으로 자기와 뜻을 같이하지 않는 사람이나 집단을 손쉽게 매도하는 용도로 긴요하게 쓰이고 있다. 다시 말해 아군과 적군을 쉽게 구별하는 선별의 도구이자 적군을 한방에 매장시키는 무적의 무기로 쓰이고 있다. 이것이 요즘 흔히 볼 수 있듯이, 특정 정치집단이 전가의 보도로 휘두르는 정치적 논리요 행태이다. 과거의 어느 시점까지 민주적 절차와 방법을 입에 달고 살던 사람들이 전술을 완전히 바꾸었다. 거대 명제를 지키기 위해서는 절차와 방법의 비민주성을 무시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들이 신봉하는 정치적 올바름을 극한으로 밀어붙여 최고 존엄의 자리로 책봉하고, 자신들의 올바르지 못한 행태를 올바름으로 화장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의 흉허물을 지적하는 사람들을 올바른 부정하는 집단으로 매도하면서. 그런데 그것이 썩 잘 먹히는 세상이다.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난 본시 착한 사람이다. 착한 사람이 착한 일을 하다보면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는 것이다. 내 잘못을 지적하는 당신은 착한 일을 하지 말자는 나쁜 사람이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가 대통령 탄핵으로 일단락되었다.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을 심판하고 벌하자는 것은 분명히 올바른 주장이다. 그래서 촛불의 민심이 국회에 의한 대통령 탄핵에 이어졌고 이제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남겨두고 있다. 법치국가에서 민주시민이라면 누구나 헌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마땅히 존중하고 승복해야 할 것이다. 며칠 전 대통령에 나오겠다는 한 정치인에게서 만약 헌재에서 자신이 원치 않는 결과가 나온다면 ‘혁명’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발언이 나왔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는 것만을 정치적 올바름의 존엄의 자리에 두고 있음이 분명하다. 자신이 정한 자신만의 올바름 앞에 헌법에 적시된 합법적이며 민주적인 절차와 방법은 무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켜볼 일이다.

김종일<전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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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JUNG
교수님 글 인상깊게 잘 읽고 갑니다.
(2017-01-05 16:3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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