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와 학생 모두가 만족하는 교육 가능하다
교사와 학생 모두가 만족하는 교육 가능하다
  • 국방호
  • 승인 2016.11.30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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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험이 끝났는데에도 수험생은 여전히 불안하다. 불수능이라는 말처럼 언어, 수리, 영어영역이 어렵게 출제되어 대부분의 학생들이 가채점 한 결과 울상이다. 입시의 60%가 넘는 수시에 대비하기 위해 한 학생이 몇 개씩 동아리활동을 하는 등 다양한 스펙을 쌓고 주말에는 봉사활동을 위해 전전했건만 결국 등급 컷을 통과하지 못하면 원하는 대학을 합격하기 데에는 차질이 있다. 평소 가까이하던 학생을 만나 지원 결과를 물어보면 슬그머니 말꼬리를 돌린다. “너는 잘 할 수 있어!”라는 격려조차도 무색하다.

  그래도 담임을 비롯하여 입시 담당교사들은 흔들리는 학생들의 마음을 붙잡으려고 전전긍긍한다. 면접을 준비시키기 위해 실전을 방불하게 하는 면접실을 조성하여 입장부터 인사, 질문에 대한 대답까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실행에 들어가기 전에 녹화카메라까지 설치하고 끝난 뒤에 동영상을 보면서 피드백을 해준다. 수능 이후 시험을 예상보다 잘 보지 못한 학생들을 잘 보살펴달라는 부탁이 기우가 된 듯, 학생 관리에 세심한 신경을 쓰고 있다.

돌이켜 보면 그동안 교사들의 노력은 적지 않았다. 몇 년 사이 현저하게 드러난 학생들의 극심한 학력저하와 수준격차는 교사들의 사기를 크게 떨어뜨렸다. 그럼에도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다양하게 전개되었다. 방과 후 교사모임을 통해 수업개선에 대한 연구와 교육현안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에 참여하면서 상위권의 학습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고 학생 간의 협력을 통한 공동체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얼마나 수고가 많았던가?

필자 또한 교사모임에 참석하면서 고충을 많이 들어가면서 다각도로 방안을 모색했다. 학력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상하위권 학생을 그룹으로 하는 모둠수업에서 역할을 부여하고 멘토 멘티를 정하여 토론을 유도하며 수업에 참여시키기 위한 노력이 끊임없이 이뤄졌다. 우열반을 편성할 수 없는 현실에서 고육지책으로 나온 것이 모둠수업이었는데 다소 간에 성과는 있었지만 학습의욕이 부족한 소수학생에 대한 대책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문득 지난주에 있었던 한 사건이 머리를 스친다. 한 졸업생이 올 행정고시에 합격하여 학교의 명예를 빛내 교직원들의 많은 축하를 받았다. 한 시간도 채 안 되어 다른 제자가 찾아왔다. “선생님, 저 기억하세요. 학교 때 공부 꼴등했잖아요. 저 지금 군대에 다녀와서 음식점에서 요리하고 있어요. 꼭 놀러오세요!” 그가 간 뒤 약간의 편견에 대한 죄책감이 마음을 짓눌렀다. “내가 가르친 학생을 왜 성적순으로 평가했던가?”

교사는 누구나 수월성과 인간성 사이에서 고민하기 마련이다. 또한 수업시간에 잘 따르지 않으면 짜증도 난다. 그러나 소위 명문대와 의약계열 몇 명으로 교육의 질을 평가하는 데에 연연한다면 나머지 90%의 학생은 어쩌란 말인가? ‘가르칠 수 있는 용기’(파머)에서 “우리는 우리의 자아를 가르친다”는 말은 교사나 학생이나 내면의 소아를 벗어나 ‘우리’를 키워가는 공동체의식의 함양을 말하고 있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가면서 모두를 만족하게 하는 교육이 결코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본다.

국방호<전주영생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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