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연 작가의 철제 작품들은 결코 틀에 박히지 않은 자유로움을 추구한다.
전북도립미술관의 전시장을 가득 채운 작가의 작품 ‘Flexible mass’를 보노라면, 유연하고도 탄력적인 이미지를 오롯이 감상할 수 있다.
작품명 중에서 ‘Flexible’은 사전적으로 유연한, 탄력적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제작 방식은 식물의 선적인 이미지를 차용해 금속 선재로 용접을 했다.
이러한 선재들은 자유롭게 드로잉한 것처럼 무언가를 끊임없이 그려내고 지워내기를 반복한다.
덩어리들은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신경줄과 같은 선들이 터져 나오며 그 형태를 만들어 냈고, 우리가 생각하기 이전에 느끼게 되는 감정과도 닮은 형태를 나타낸다.
무에서 시작된 감정의 나타남과 사라짐 같다고 할까.
어떤 이는 덩어리의 선들에서 군상을 발견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여성의 모습을 찾아내기도 한다.
전시장 전경을 놓고 보면, 누군가는 뉴런의 세포를 연상하기도 한다.
이렇게 틀에 박히지 않은 이미지들은 똑바로 고정되지 않아 계속 변화한다.
불교에는 ‘비파사나’라는 수행법이 있다.
관법(觀法)이라고도 하는데, 그저 바라보기만 하면 사라진다는 것이다.
내가 나를 이해하는 방법은 바라봄이다.
우리의 일상 가운데 마음의 순간순간을 바라보면서, 그 움직임을 알아채는 것.
이러한 마음 바라보기는 나를 다른 곳으로 안내하면서 또 다른 세계의 문을 열어준다.
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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