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간 협력을 통한 가축 전염병 대처
부서간 협력을 통한 가축 전염병 대처
  • 김현수
  • 승인 2016.11.22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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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가을도 거의 지나가고 겨울의 문턱에 있는 요즈음 반갑지 않은 소식이 다시 들려오기 시작한다. 거의 매년 날씨가 추워지면 발생하는 가축 전염병의 발생이다. 올해 충북과 전남 지역에서 발생한 조류 인플루엔자 (AI)가 우리 도의 김제시 금구면에서도 발생했다는 전라북도의 발표가 어제 있었다. 특히, 이번에 충북과 전남에서 발생한 조류 인플루엔자는 중국에서 인체 감염을 일으켜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H5N6 형으로 밝혀졌기 때문에, 김제시에서 발생한 인플루엔자가 종류가 무엇인지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고, 최종적으로 H5N6형으로 확정이 되는 경우 확산방지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만 할 것이다.

사람에게 발생하는 대부분 전염병은 덥고 습한 여름에 나타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왜 가축 전염병이 겨울에만 발생하는지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차이는 전염병을 옮기는 병원체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이다. 여름에 수인성 전염병을 옮기는 주된 원인은 병원성 세균이다. 세균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세포로 이루어진 초보적 형태를 갖기는 하지만, 사람처럼 대사작용을 수행하고 번식하는 엄연한 생명체이다. 거의 모든 생물학적 작용과 마찬가지로 세균의 대사작용은 온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즉, 온도가 올라갈수록 세균의 활동력이 왕성해지기에 여름에 물과 같은 자연 매체에서 병원성 세균의 번식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오염된 물을 마신 사람들이 집단으로 발병하는 것이다. 이러한 세균의 활동은 추운 겨울이 되면 자연스럽게 느려지며, 이로 인한 질병의 발생 또한 줄어든다.

겨울마다 가축 전염병을 발생시키는 원인은 세균이 아닌 바이러스이다. 바이러스는 세균과 달리 생물과 무생물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기에, 이를 생명체로 분류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은 꾸준히 존재해왔다. 아주 소량의 유전정보만 가지는 바이러스는 자체적으로 자기복제를 할 수 없는 대신, 숙주를 감염시켜 숙주의 세포기관을 자신의 것처럼 사용한다. 바이러스의 가장 큰 문제는 자연환경에서는 무생물과 다를 바 없기 때문에 항생제를 사용해 죽일 수 없으며, 숙주를 감염시켰을 때는 숙주 세포 안에 존재하기 때문에 숙주를 손상하지 않고 제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바이러스의 활동성은 겨울에 더 커지기 때문에 가축 전염병도 겨울에 주로 발생한다. 사람이 걸리는 감기, 독감, 장염 등의 여러 바이러스성 질환도 겨울에 발생하는 빈도가 높다. 다만, 여름에는 세균의 활동성이 크기 때문에 세균성 질환이 집단적으로 발생하여 관심을 끄는 것뿐이다.

이제 AI가 발생했으니, 방역당국은 어떻게든 이의 확산을 막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일이 갈무리 된 후에는 가축 전염병 발생의 예방과 사후관리에 대한 잘 정리된 제도적, 인적 대비체계를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축 전염병을 완벽하게 막을 수 없다는 것은 잘 이해하고 있지만,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가축을 매몰시키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의 전부는 아니다. 땅속에 매몰된 가축의 사체는 또 하나의 오염원으로 오랫동안 오염물질을 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축의 전염병과 관련해 우리가 해야 하는 세가지 활동인 전염병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방역활동, 발생한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한 살처분 및 매몰지 조성 활동, 그리고 조성된 매몰지에 대한 관리활동은 각 활동별로 여러 가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각 활동 분야에 해당하는 전문가적 지식과 판단이 요구된다. 안타깝게도, 각 분야에 대한 전문가적 지식과 경험은 한 분야의 전공지식과 경력으로 충족시키기 어렵다.

현재 정부기관에서 가축 전염병에 관한 업무는 거의 축산 관련 부서에서 담당하고 있다. 가축의 질병에 대해 축산 공무원들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매몰지 조성이나 유지 및 사후관리와 같은 부분에 대해서는 방역 외에 다른 부서의 참여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환경분야 공무원들에게 매몰지로부터의 오염물질 유출 방지를 위한 의견을 개진하고자 해도 가축 전염병에 관련된 모든 것은 축산관련 부서의 소관이라는 소극적인 반응을 접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고자, 가축 전염병이 주로 발생하는 기간만이라도 도 차원에서 여러 부서가 참여하는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하여 가축 전염병에 관련된 여러 활동을 각 분야의 공무원들이 분업과 협력을 하며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가축 전염병을 완벽하게 막을 수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잘 구성된 협력체계를 최대한 활용하면 2차적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는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한가지 이슈에 대해 다양한 측면에서 완벽한 마무리가 요구되는 최근의 경향을 고려해볼 때, 이러한 접근방법은 가축 전염병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로 확대시킬 필요가 있어 보인다. 도민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면 담당분야가 무엇인지에 얽매이지 말고, 할 수 있는 모든 일에 대해서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현수<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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