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부패가 빚은 참사
총체적 부패가 빚은 참사
  • 박세훈
  • 승인 2016.11.09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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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의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보면서 대한민국 국민들은 허탈감에 빠져있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든 대한민국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자부심이 한순간에 부끄러움으로 변해 버린 것이다. 하루아침에 국가의 품격이 땅에 떨어진 것이다. 어느 후진국에서나 일어날법한 사건이 선진국 진입을 문턱에 둔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것이다. 반신반의했던 수많은 사건들의 수수께끼의 퍼즐이 하나씩 풀리고 있다. 무엇이 문제였던가? 총체적 부패로 밖에 해석할 방법이 없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번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이번 사태의 주역이 누구인지는 수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차차 밝혀지겠지만, 우리 국민 모두 공범자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민주주의 사회는 선거를 통해 지도자를 선출한다. 우리가 선출한 대통령이 깊숙이 연루된 사건인 만큼, 현 대통령에 투표했건 안했건 관계없이 국민 모두 책임을 통감하게 된다. 특히나 예고된 참사라는 견해도 있는 것으로 봐서, 후보자의 검증이나 적극적인 투표행위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번 사태를 보면서 절감하게 된다. 선진국들이 교육에서 학생들의 민주적인 시민의식을 강조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이 밝혀지기까지 언론의 역할이 지대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닉슨 대통령이 하야한 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언론인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것도 JTBC를 포함한 몇몇 언론사의 용기있는 보도가 큰 역할을 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국민들은 언론이 국민의 삶을 평안하게 해주는 합리적인 정권을 창출하는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정권에 대한 비판과 감시로 제4의 권력기관의 역할을 계속해주기를 바란다. 이런 점에서 최근에서야 이번 사태를 보도한 언론은 소임을 다한 것인지 의구심을 갖게 된다.

 정치인이나 사법기관에 대한 국민의 눈총도 따가운 것이 사실이다. 정치권이나 사법기관에 주어진 권력은 국민이 부여한 것이다. 당리당략이나 일부 법관들의 사리사욕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주어진 권력을 행사하도록 국민이 허용한 것이다. 민주주의 기본인 3권분립만 제대로 지켜졌더라면 이번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3권 분립을 위해서 검찰 중립은 필수적이다. 그 어려운 시대에도 정권의 수사방해와 회유에도 불구하고 법과 양심에 따라 사법권을 행사함으로써 권력 실세를 고발한 선배 법관의 사례를 우리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 예전에 비하면 우리 국민들의 의식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용납하기 어려운 결정은 권력에 대한 불신만 키울 것이다. 평범한 국민들의 상식에 반하는 결정은 수긍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번 사태에 많은 교수들이 연루되어 있음에 교수의 한 사람으로 부끄럽게 생각한다. 현실정치에 뛰어든 교수들이 국가와 사회 발전을 위해 기여하는 것을 나무랄 일은 아니지만, 이번 사태에 연루된 폴리페서들의 실상은 참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다. 누구보다도 정의롭고 합리적인 결정을 해야 할 위치에 있었던 사람들이었기에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정농단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변명만 일삼는 모습에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국정운영체제의 문제도 심각하거니와, 그 많은 국정 운영에 관여했던 사람들도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 같다. 그들이 상식과 원칙에 따라 행동했더라면 이 정도까지 가지 안했을 것이다. 유태인 학살은 히틀러의 잘못이 크지만, 그에 동조했던 수많은 사람들도 죗값을 치렀던 역사적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시켜서 한일이라고 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우리 사회의 총체적 부패가 빚은 참사라고 생각한다.

 박세훈<전북대 사범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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