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부성 명품만들기, 전문가 3인의 제언
전주부성 명품만들기, 전문가 3인의 제언
  • 한성천 기자
  • 승인 2016.10.3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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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전주부성 名品만들기(完)-12.

 ‘전주부성을 명품 역사문화공간으로 만들자.’

기자는 이를 위해 쉼 없이 자료조사하고, 전문가 자문을 받고, 선진지를 발로 뛰었다. 지상을 통해 보도했다. 그리고 도시계획 전문가 3인(서종주 도시연구소 한울 대표, 정혜진 (주)인우 도시계획 이사, 문준경 전주시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도시재생코디네이터)의 제언을 끝으로 본 기획특집의 대단원을 내린다. 그러나 끝이 아니다. 기자에게는 새로운 시작이다. 그간 필연성을 강조하고 방향성을 제시했다. 앞으로는 역사유적의 복원과 도시공간 재구성 등 현실적 방안을 찾는 노력을 경주해 나가 지역을 선도하는 언론의 사명을 다하고자 한다.

#1. 서종주 도시연구소 한울 대표 “도시재생의 주인은 주민이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도시화 진행속도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급격한 도시화는 대부분 시설들의 수요 대비 공급 부족현상을 낳았고, 필연적으로 주택 건설을 위한 기성 시가지 외곽에 대규모 택지개발들이 이루어졌고, 도시공간이 외연적으로 확장되었다.

전주도 예외는 아니다. 도시 외곽에 신규 택지 개발을 통한 주거공간의 확보는 도심의 거주인구 감소를 초래하였고, 이와 더불어 주요 인구 유발 시설이 신규 개발지로 이전하는 현상이 발생함에 따라 도심의 거주 인구 유동인구의 감소와 건설된 지 오래된 노후화된 건축물들로 인해 쇠퇴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도심지역의 예전 같은 영화를 마법처럼 되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도시의 외연적 확장 및 주요 시설과 기능 이전에 따른 쇠퇴현상을 지켜만 볼 수 없으며, 과거와 동일하지는 않으나 다시 찾아오는 도심을 만들어야 하는 것 당연지사라 판단되며,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 도시재생이라 할 수 있다.

- 무엇을 재생할 것인가.

오래전부터 자연발생적으로 발달해 온 도시의 도심은 많은 것을 함유하고 있다. 백제·조선시대를 거쳐온 유구한 역사를 지닌 전주시는 더욱 그러하다. 전통문화 중심 도시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지금은 ‘도시간 경쟁시대’라고들 말한다. 국가간, 지역간, 기업간 경쟁뿐만 아니라 도시간 경쟁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의 도시들과 세계의 도시들과 경쟁해야 한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유성, 정체성 등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일 것이다.

전주는 그러한 점에서 유리하다. 한(韓)스타일 고유의 역사와 문화가 도심에 남아 있는 흔치 않은 도시이기 때문이다.

도심재생을 논함에 있어 건축, 도시계획, 교통, 경관, 관광, 역사?문화, 복지, 주거환경, 삶의 질 향상 등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주시 도심재생은 어렵다. 전통문화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선택의 폭이 넓고, 해야 할 것도, 하고픈 것도 너무 많다. 또한, 그동안 진행된 슬로시티, 창의도시 등 많은 것을 포함하여서 하는 것도 숙제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도심재생은 어느 하나만을 재생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으며, 이 때문에 지속적이고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 그 중심에는 전주의 전통문화 계승과 재창조를 바탕으로 해야 하며, 더욱이 전주만의 특색있는 도시를 가꾸어야만 도시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 도심재생의 주체는 누구인가?

최근 들어 계획의 흐름은 과거 하향식 계획에서 상향식 계획으로의 방향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중앙정부의 권한도 지방자치단체로 많이 이양되었다. 선택의 몫은 전주의 것이다. 그렇다면, 전주시의 도심재생은 누가 할 것인가는 두말할 것도 없이 그 주인인 시민이고, 해당 지역의 거주민일 것이다.

도심재생에 있어 행정은 과거와 달리 지원과 협력의 관계로 전환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 활성화계획 수립 가이드라인에서 주민협의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하는 것일 것이다. 또한, 이를 지원하는 의미의 현장지원센터 설립과 역할을 제시하고 있으며, 전문가와 활동가를 두도록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는 전문가적 입장에서의 방향제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입장과 더불어 행정과 주민을 연결해주는 매개체에 가깝다. 따라서 전주시의 도심재생은 시민이 주민이 주인의식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며, 단기간 내에 효과를 얻기를 기대하기보다는 첫단추를 어떻게 맞추어나갈 것인가가 매우 중요한 상황이라 판단된다.

전주시의 도심재생은 타 도시와는 사뭇 다르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전통문화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삶의 질 향상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는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은 전통문화와 관련된 많은 콘텐츠, 기반시설, 향후 운영 방안에 대해 서두르지 않고 차분히 준비해 나가야 할 시점이며, 주민 스스로도 주인의식을 가지고 스스로 역량 강화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2. 정혜진 (주)인우 도시계획이사 “천년고도에 걸맞은 공간 조성해야”

요즘 전주를 찾는 외국인들이 많아지면서 ‘세계 속의 전주’란 말을 실감하게 된다. 전주가 글로벌 도시들과 더불어 발전하고 있음을 생활 속에서 체감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양적 성장을 주도하던 세계 주요 도시들은 역사와 문화를 통해 도시의 정체성을 찾고 시민을 계획의 주체로 인정하며 도시계획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역사를 매개로 도시발전을 모색하려는 도시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전북도민일보가 전주부성에 대한 기획특집을 다루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이는 우리 고장의 역사에 대한 현 세대의 관심을 높이고, 원도심의 도시재생을 추진함에 있어서도 중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성곽의 나라 조선, 홀연히 사라진 성곽

조선은 ‘성곽의 나라’였다. 조선시대에는 전국에 걸쳐 읍성 150여 개, 산성 270여 개가 분포하고 있었다. 읍성은 성곽, 객사, 감영, 부영 등의 주요 시설로 이루어졌고 이중 가장 비중 있는 시설은 단연 ‘성곽’이다. 성곽은 읍성의 경계를 형성하는 구조물로 그 자체가 경관적 가치를 가질 수밖에 없다. 또한, 한옥의 규모가 1층임을 감안하면 성문은 읍성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 된다.

그런데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던 150여 개의 성곽이 1910년 조선총독부의 시구개정이라는 가로개설 훈령이 시달되면서 전국에 걸쳐 성곽이 철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근대화 과정에서 우리민족의 필요에 의한 자발적 관리가 아닌 일본의 식민지 도시정착을 위한 무분별한 철거였다. 식민지 조선은 근대화과정에서 성곽의 철거와 함께 전통적인 도시공간이 심각히 훼손된데 반해 일본은 근대화과정에서 고유의 전통적인 공간을 보존하여 과거와 현재가 조화된 도시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 조선왕조의 본향 전주부성 크게 훼손

전주부성은 고려시대 때부터 읍성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왜구침입, 정유재란 등 여러 우여곡절 끝에 1734년(관찰사 조현명)에 개축되었다. 그러나 일제는 1907년 전군도로 개설과 더불어 서측 성곽을 철거한 데 이어 일제강점기에 동측 성곽까지 철거해 모두 사라졌다. 이후 시구개정사업에 의해 격자형 가로망을 개설하면서 전주객사의 왼쪽날개까지 자르는 등 성곽도시인 고도(古都) 전주의 면모를 상실하고 말았다.

전주의 도시계획은 일제강점기인 1938년 최초로 수립되었다. 전주시가지계획이 그것이다. 이는 일인(日人) 토지주를 위하여 기존 성내 주요가로망 사이로 계획되었으며 충경로는 다가산의 신사를 가기 위한 길로 대로(大路)로 계획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장명수, <성곽발달과 도시계획 연구>, 1994년)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도로개설로 인하여 전주객사 부지가 충경로에 의해 관통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로써 외삼문, 중삼문, 내삼문을 제대로 갖추고 있었던 전주객사는 그 품위 있는 원형을 복원하기는 어려워졌다.

다행인 것은 전주 한옥마을이 ‘한국적인 도시’ 전주를 상징하는 장소로 자리 잡은 점이다. 특히 1000만 관광객을 앞두고 있는 전주는 원도심에서 전주부성의 옛 성곽 모습을 공간 속에서 재현하는 것과 승암산 자락에서의 후백제 모습을 재현하는 것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 도시는 현 세대의 삶의 공간

‘전주부성 명품 만들기’를 비롯하여 도시의 정체성을 되찾기 위해 역사를 되짚어 보며 미래를 그리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과정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은 과거 우리 선조들이 머물렀던 공간이며 현대에 이르러서는 우리의 소중한 삶의 장이자 미래의 우리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역사문화자원을 가꾸는 것은 현재 살고 있는 전주시민과 원도심 주민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으로 귀결되어야 한다. 때문에 세계가 찾아오는 도시로 만드는 관광특화 전략도 필요하지만 그 속에 살고 있는 시민이 원하는 공간을 창조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시민의 소리에 귀 기울임을 넘어 주민과 더불어 고민하여 공간의 자존감을 회복하고, 거주민의 자긍심이 고양되도록 하여야 한다.

#3. 문준경 전주시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도시재생 코디네이터 “도심재생은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계획 수립돼야”

우리나라 인구는 현재에도 미약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장기화 된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2020년대 후반부터 인구감소 및 초고령사회로 급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중 중소도시는 이미 도시축소가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전라북도는 30년 안에 전주시를 제외한 많은 자치단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그렇다고 전주가 성장한다는 뜻은 아니다. 전주 역시 인근지역의 인구를 흡수하며 규모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인구·사회·경제적 측면의 지속가능성과 도시경쟁력 확보가 중요한 관건이다. 더 이상 도시를 외연적으로 개발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시가지의 쇠퇴된 기능과 공동체를 회복시켜 활력을 불어넣는 ‘원도심 재생’이 주요 과제이다. 지역을 체계적으로 활성화시키기 위한 정책적 제도와 프로그램이 도입되고 있다.

최근 전국적으로 많은 도시들이 도시재생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 도시만의 특색이 잘 반영된 사업계획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주는 전주부성을 중심으로 하여, 600년 이상에 걸쳐 형성된 유?무형 문화재, 그리고 전통문화를 대표하는 자산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아주 다행스럽다.

- 전주의 ‘전통문화 중심 도시재생’ 

전주부성이 포함되어 있는 원도심은 2000년대 도심부 쇠퇴에 대비하여 걷고싶은거리, 영화의거리 등 특화가로 정비를 통해 물리적 환경을 상당 부분 개선하였다. 한편으로 한옥마을 조성사업의 성과가 증대되면서 한국전통문화전당, 한지산업지원센터, 국립무형유산원 등 공공복합시설이 건립도 가능하였다. 또한, 세계소리축제, 한지문화축제, 대사습놀이, 비빔밥축제, 국제영화제 등 대규모 축제를 유치하였다. 현재에도 “전통·문화의 계승과 재창조를 통한 도시재생’을 비전으로 하는 각종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전주는 역사, 문화, 전통, 예술 등의 분야에서 한(韓)브랜드를 모두 갖춘 도시로서, 그 매력과 경쟁력을 확립하였다.

- 유사도시 일본 가나자와 

전주와 국제 자매결연을 맺은 가나자와시(인구 46만 명)는 전주와 유사한 점이 많다. 에도시대에 5대 도시 중 하나였으며, 당시의 미술·공예를 현재에도 계승하고 있다. 그러나 고도성장 시기에 전통문화는 가나자와의 경제발전을 견인하지 못하였다. 전통 보전과 도시 개발이라는 상반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전통공예와 민속예술을 기반으로 도시경관을 보전하고 문화예술인을 지원하는 정책을 도입하였다. 이후 가자나와는 2009년 ‘유네스코 창조도시’로 인정받았고, 도시규모는 작지만 현재 국제적인 문화·역사도시, 관광도시로 발돋움하였다.

- 원도심 재생에 대한 제언 

전주는 도심활성화를 위해 초기에 전통문화 거점시설을 건립하고 기초적 기반시설을 정비하였다. 이제는 초기단계를 넘어서야 한다. 전주가 지닌 전통문화를 현대와 잘 조화시켜 창조적으로 문화콘텐츠를 발굴해 지역산업과 관광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나아가 한 단계 더 발전된 형태로 문화적 다양성과 유연성,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가나자와 사례와 같이 정책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서는 △역사문화와 관련된 창의력 있는 개인이나 공동체를 확보하고, △그들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며, △다양한 크리에이터가 원도심 재생을 유도할 수 있도록 활동을 지원해야 한다.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함에 있어서도 △원도심 재생에 대한 명확한 컨셉을 가지고,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며, △전통문화·역사적 자산과 도시계획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특히 한옥마을의 전국적 위상이 강화되고 지역이 활성화된 시기를 고려한다면, 도시재생 정책은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10년 이상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 막대한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단기적 현안 대응보다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일관되고 연속성 있게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주체들의 추진의지와 참여를 기반으로 △공동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합의형성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한성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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