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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한교
  • 승인 2016.10.26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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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에게 내일을, 미래세계에 희망을”이라는 제목으로 고용노동부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 대책자료(2015.7)에 따르면, 청년고용부진 원인 중 하나로 임금 격차를 지적하고 있다. 이 격차를 해소하지 못하면 산업현장의 인력 수요와 공급이 괴리되고 청년의 고용절벽은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자료에 의하면 대기업의 임금을 100으로 보았을 때 중소기업 정규직은 52, 비정규직은 35 정도로 그 차이가 심각한 수준임을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부당대우를 받는 비정규직(근로자의 43.6%)을 줄이지 않는 인력수급의 미스매치가 지속하면서 결국 우리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게 국민의 생각이라고 본다.

며칠 전 재직자 직무 향상 교육관계로 중소기업을 방문했다. 자연스럽게 이뤄진 임원과의 대화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애로 사항을 더욱 실감하게 되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얘기를 듣다 보니 이러다가 우리 경제가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왜냐하면, 뿌리 산업이 급속도로 약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 징조로 젊은 우수인력 수급이 어렵다는 것과 대기업의 횡포가 극에 달해 있다는 점이다. 지금의 임금수준으로는 찾아오는 젊은이가 없을뿐더러 외국인 근로자조차 마음대로 구하기 어렵다고 했다. 여기다 대기업은 자신들의 잘못이나 기타여건 때문에 본 손해를 중소기업에서 보전하려고 단가를 후려치는 횡포까지 부리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래도 일감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마른 수건을 짜고 있지만, 언제든 대기업의 한마디면 중소기업은 힘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처럼 대기업은 중소기업을 거느리거나 가지고 놀 수 있는 액세서리쯤으로 여기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형편으론 임금인상과 작업환경을 개선은 어렵다고 했다. 또한, 미래 먹거리를 위한 제품개발은 엄두조차 낼 수 없다며, 지난주 다녀온 일본의 중소기업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주었다.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일본의 중소기업은 우리와 반대로 대기업의 목줄을 쥐고 있을 정도로 그 위상이 매우 높다고 했다. 한마디로 대기업의 입맛에 따라 좌지우지되지 않고 확실한 경쟁력을 가지는 그 이유로 튼튼한 인적구조와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중소기업의 임금 수준과 작업환경이 대기업과 별반 차이가 없고, 고용형태가 노동집약적이 아니라 인간 중심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가 유도하기 때문으로 본다고 했다. 그래서 장기간 불황에도 일본 경제가 큰 타격을 받지 않는 것은 장수하고 있는 많은 중소기업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말을 맺었다.

위와 같은 내용은 많은 전문가가 분석하고 있는 내용과 같다. 우리도 먼저 중소기업을 대기업에서 자유롭게 만들어줘야 한다. 자생능력을 갖추고 경쟁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중소기업의 애로 사항을 들어줘야 하고,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얼마가 걸리든 인내를 가지고 일관성 있게 꾸준히 안정된 기업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필자 역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불안한 경제가 계속될 것이고 청년실업이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로 번지게 거로 생각한다. 지금 바로 정부와 정치인들이 나서야 한다. 조금은 번거롭고 당장 성과가 보이지 않아도 먼 미래를 보고 기다림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하여 어떤 출혈이 있다 해도 임금 격차를 줄이고 대기업 위주의 정책을 과감히 폐기해야 한다. 수렁 속으로 빠져들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외면한 채 권력다툼으로 눈이 먼 정치인들이 바로 보고 바로 서야 할 것이다. 현대 자동차가 파업하고, 조선업체들은 문을 닫아가고 있고, 삼성전자는 휴대폰 폭발로 흔들리는 것을 심상치 않은 조짐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동안 혜택을 받은 대기업이 우리 경제를 이끌어 왔지만, 뿌리가 없는 나무였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지금 바로 제 살(대기업, 정부, 정치지도자)을 깎아서라도 국민과 함께 뿌리인 중소기업을 살려야 한다. 뿌리가 왕성할수록 그 열매 또한 튼실하고 많은 열매를 수확한다는 것은 진리이다. 그런데도 뿌리 산업을 일으켜 세우지 않고 외면하면 고용절벽이 더 심화 될 것이고 우리의 경제는 하루아침에 무너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이한교<한국폴리텍대학 김제캠퍼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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