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원생도 미래의 희망이다
소년원생도 미래의 희망이다
  • 양승엽
  • 승인 2016.10.18 14: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년원 생활관 출입문이 열리고 한 아이가 들어온다. 이제 중학생이 될까 말까한 앳된 모습의 작은 체구에 하얀 피부가 인상적인 아이다. 그렇게 한 아이가 우리 반으로 들어오게 되었고 밝고 사교적인 성격의 아이는 교사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생활했다.

 난 아이들에게‘이곳에서 생활하는 동안 검정고시든 기술자격증 취득이든 목표를 정하고 열심히 노력하여 하나만이라도 건져가자.’라는 말을 자주 한다.

나의 지도에 잘 따랐던 그 아이도 고입 검정고시에 합격하였고 어느덧 1년이 좀 넘어 고등학교 진학과 함께 퇴원하게 되었다.

퇴원하던 날‘이제 어엿한 고등학생이 되었으니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멋진 사람이 되자.’그리고‘힘들고 지칠 때엔 언제든지 연락해라.’고 당부하자“네 선생님. 자주 연락드리겠습니다. 잘 계세요”라며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웃는 얼굴로 소년원 문을 나섰다.

퇴원 후 한 달 정도는 메신저 등으로 자주 연락을 해왔으나 그 후 뜸해지더니 6개월쯤 되었을 무렵에는 아예 소식이 끊겼다. 학교생활은 잘하고 있는지 어려움은 없는지 걱정되어 다니는 학교를 방문하여 담임교사를 만났다.

“학생이 소년원 출신인 걸 다른 학생들이 다 알고 있어서 아예 건들지 않아요. 학생 또한 내성적인 성격으로 조용해서 다른 학생들과 거의 어울리지 않고요.”라고 한다. 내가 지도할 때에는 말도 잘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무척 좋아했던 아이였는데…. 나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담임교사에게 양해를 구하고 교실 창문 너머로 수업 중인 아이를 몰래 지켜봤다. 맨 뒷자리 구석진 책상에 누워서 짝궁도 없이 잠을 자는 아이…. 씁쓸한 마음으로 저 아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면서 정문 밖에서 하교 시간이 되기를 기다렸다.

다른 학생들은 웃고 떠들며 즐거운 표정인데 주변에 친구 하나 없이 축 처진 어깨로 정문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오는 아이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자 깜짝 놀라면서“선생님 언제 왔어요?”라고 반갑게 인사를 한다.

‘배 많이 고프지. 맛있는 거 먹으면서 우리 이야기나 할까.’라며 학교 부근 패스트푸드점에서 마주 앉았다. 그동안 힘들고 고독한 학교생활에 하고 싶었던 말들이 꽤 많았든지 한 시간이 다 되도록 쉬지 않고 떠들어 댔다.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문득 전 경북대학교 총장이셨던 박찬석 교수가 쓴 칼럼의 한 내용이 떠올랐다. 교수는 경남 산청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중학교에 다녔다. 공부가 싫어서 1학년 때 68명 중 꼴찌를 했다. 궁핍한 소작농(일정한 액수의 사용료를 내고 남의 땅을 빌려 짓는 농사)을 하면서도 아들을 위해 중학교에 보내는 아버지를 떠올리면 이 성적표를 그대로 보여 줄 수가 없었다. 성적표를 1등으로 위조해 아버지께 갖다 드렸다. 아버지는 보통학교(초등학교)도 다니지 않아서 1등으로 고친 성적표를 알아차리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이튿날 강에서 멱을 감고 들어가니, 아버지가 한 마리뿐인 돼지를 잡아 동네 사람들을 모아 놓고 잔치를 하는 기가 막힐 일이 벌어졌다. 그 후 너무 죄스러운 마음에 이를 악물고 공부를 해 17년 후 대학교수가 된다.

그리고 그의 아들이 중학교에 입학한 어느 날, 33년 전의 일을 사과하기 위해 “아버지…., 저 중학교 1학년 때 1등은요.”하고 말을 시작하려고 하자 “알고 있었다. 그만 해라.”라고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한다.

자식이 위조한 성적을 알고도 재산목록 1호인 돼지를 잡아 잔치를 하신 부모님이 계셨기에 그는 대학총장이 되었던 것이다.

잘못한 아이들이라고 해서 어른들의 잣대로 비난하고 엄격하게 처벌하는 것보다 관용과 사랑으로 그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게 아이의 장래를 위해 바람직한 교육이 아닐까?

난 오늘도 어른들의 편견과 무관심으로 녹슬고 구부러져 사회의 구석진 곳에 버려진 아이들을 열심히 닦고 두드려서 윤기나고 곧게 만들어 다시 사회로 내보내려고 노력한다. 구부러지고 녹슨 흔적이 남아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기를……. 

양승엽 송천정보통신학교(전주소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