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딜레마
  • 장상록
  • 승인 2016.10.12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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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딜레마(dilemma). 네이버 국어사전에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선택해야 할 길은 두 가지 중 하나로 정해져 있는데, 그 어느 쪽을 선택해도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오게 되는 곤란한 상황”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겪게 되는 상황 아닌가. 그런데 그것이 개인을 넘어 사회와 국가로 확대되면 그 결정은 더욱 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올 7월 15일 터키에서 쿠테타가 발생했다. 하지만 터키 국민은 쿠테타를 용납하지 않았다. 쿠테타가 실패로 돌아간 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렇게 천명했다. “쿠테타 실패는 신의 선물이다. 사형제를 부활시키고 반대파를 박멸하겠다.” 원론적으로 쿠테타는 민주주의의 적이다.

  터키는 국부인 케말 파샤(Mustafa Kemal Ataturk)의 영도아래 이슬람 국가이면서 동시에 세속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정교분리, 히잡금지, 여성참정권 허용 등과 같은 정책이다. 이것은 근대 터키의 국시(國是)다. 그리고 그것을 강력하게 담보하는 것이 군부다.

  신정정치를 표방하면서 강력한 이슬람 원리주의를 신봉하는 국가나 세력들을 보면 터키가 가진 정체성이 더욱 뚜렷하게 구분된다. 여타 이슬람국가와 달리 이스라엘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거나 EU가입 논의 등은 바로 그런 바탕위에서 이해가 가능한 사실들이다. 이제 쿠테타 상황을 살펴보자. 아이러니하지만 이번 터키 상황은 ‘개혁을 지지하는 군부’를 ‘독재를 지지하는 국민’이 제압한 이상한(?) 쿠테타다. 13년째 집권중인 에르도안은 터키의 근간을 세속주의에서 신정정치로 변화시키려 한다. 사형제 부활도 그 연장선상에서 나왔다.

  궁금하다. 막말파문, 반대파에 대한 정치탄압, 비리와 사치는 물론 영구집권까지 노리면서 국시마저 부정하려는 에르도안은 왜 굳건한가. 터키 국민의 강력한 지지가 없다면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다. 무솔리니가 등장했을 때 이탈리아 국민들이 보여준 반응을 설명했던 그람시의 이론이 떠오르게 된다. 터키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와 보자. 유신정권시절 한국의 민주화세력은 미국에게 요구했다. 독재정권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한국이 민주화 할 수 있도록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그때 반대 진영에선 내정간섭과 사대주의를 거론하며 그들을 비난했다. 이제 상황이 변했다. 북한 인권과 민주화에 대처하는 진영의 논리가 바뀐 것이다. 놀라운 것은 또 있다.

  미국에 대한 신랄한 비판 근거가 됐던 사안들이 중국에게 가면 침묵을 넘어 심지어 자기반성의 근거가 된다는 사실이다. 누구 말대로 한국은 주변4강 모두와 선린우호관계를 맺어야 한다. 그것을 누가 모른단 말인가. 구한말 한국이 그것을 몰라서 희생양이 됐다고 생각하는가.

  모두의 친구는 아무의 친구도 될 수 없다. 국제사회에서 약자의 중립선언은 공허하다. 러일전쟁 발발 시 한국은 중립을 선언했다. 그래서 변한 것이 과연 무엇인가.

 미국과 중국, 중국과 일본, 그리고 러시아까지 각자의 국익은 항상 상충한다. 그리고 한국은 항상 선택을 강요받는다. 한국이 처한 원초적 딜레마다. 그 해결책이 외교에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전제가 있다. 기본적 국력이 뒷받침하지 않는 외교는 공허하다.

 그것은 송과 거란을 상대했던 고려가 보여준 외교력의 근원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사드를 배치하지 않으면 중국의 협조를 구해 북핵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중국은 부정하지만 제대로 된 협조가 있었다면 싸드 배치 얘기가 나왔을까. 또 하나 싸드 배치를 하지 않을 경우 미국과의 관계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나를 선택하면 하나를 버려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이 처한 딜레마는 그 어떤 나라보다 많다. 그리고 앞으로도 큰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딜레마에서 선택은 불가피하다. 그리고 그 선택은 미래 한국사를 인도할 것이다. 사족 하나. 터키 국민이 보여준 선택에 대한 최종 평가는 그 후손들이 할 것이다.

 장상록<예산군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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