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법 시행으로 달라진 풍속도
김영란 법 시행으로 달라진 풍속도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6.09.28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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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일명 김영란법)이 시행 첫날 28일 낮 전주관공서 인근 한 식당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상기 기자

 28일 0시, 부정 청탁을 금지한 이른바 김영란 법이 본격 시행됐다. 그동안 은폐된 사회 집단이나 암묵적인 관행처럼 여겨왔던 과도한 접대문화가 개선됨과 동시에 부정부패가 척결될 것이라는 기대감마저 고조된 상황이다.

이에 법 시행의 영향으로 도심 곳곳에서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달라진 풍토를 목격할 수 있었다. 공직사회는 전반적으로 ‘시범 사례에 걸리지 말자’며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관련기사 11면> 전북지방경찰청과 전북도청 등의 관공서 구내식당은 공무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특히, 지방경찰청 주차장 같은 경우 평소 점심때에는 식사를 위해 빠져나간 차량으로 한적하지만 이날 주차장에는 차들이 그대로 세워져 북새통을 이뤄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방청 구내식당을 찾은 직원들은 대체로 조심스러운 분위기에서 각자 손에는 너나 할 것 없이 식권을 한 장씩 손에 쥐고 있었다. 행여나 있을 오해의 소지를 없애고 도마에 오를 것을 경계한 경찰들은 극도로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다.

이외에도 직장을 빠져나와 식당가를 찾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더치페이’를 하는 모습들이 손쉽게 목격됐다.

전주 신시가지의 한 육개장 집은 점심을 위해 나온 직장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 식사를 마친 직장인들은 각자 카드와 현금을 꺼내 들고 계산대 앞에 길게 줄지어 선 모습도 지켜볼 수 있었다.

카운터 앞에서는 “내가 내겠다”며 한 사람이 카드를 들이밀자 뒤에서 지켜보던 일행들은 “큰일 날 소리 말라”며 서로 카드와 현금을 꺼내 카운터에 들이미는 재미난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업주는 카드와 현금을 하나하나 받아 카드계산과 거스름돈을 내주는 손길로 정신없었다.

이곳 업주는 “이전에는 한 사람이 보통 밥값을 계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늘은 더치페이를 하려는 손님이 상당수였다”며 “거스름돈을 일일이 내주고 카드를 긁는 과정이 번거롭지만 변화된 모습에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며 웃음을 보였다.

근처 일식집의 상황은 달랐다. 홀은 물론 룸까지 예상대로 텅텅 비었고, 이날 예약 건수는 전혀 없었다고 업주는 우울해 했다.

이 음식점 관계자는 “취지는 백번 동감하지만, 비교적 단가가 높은 식당들의 형편을 고려했어야 한다”며 불만을 내비쳤다.

한편, 김영란 법이 시행됐어도 그다지 체감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윤모(33) 씨는 “언론 등을 보면 김영란 법을 두고 되려 겁을 먹는데 먹은 만큼 각자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일반인들은 평소 3만 원 이상의 식사가 흔치 않아 별로 체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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