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생명산업, 전남도 선진사례 분석
농생명산업, 전남도 선진사례 분석
  • 박기홍 기자
  • 승인 2016.09.08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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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혁신도시와 연계한 농생명산업 육성 <9>

 #1: 전남도는 지난해 국내 유기농업 1위를 기록했다. 살충제를 사용하는 대신에 생물학적인 방식으로 비료를 주고 병충해를 방지하는 유기농 경작 면적은 무려 5천380ha. 놀라지 마시라. 이는 전국대비 무려 30%를 점유하는 놀라운 수치다. 17개 광역단체 중 하나인 전남이 유기농 부문에선 전국의 3분의 1에 가까운 면적을 보유하는, 그야말로 유기농 선도지역임이 틀림없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더 놀라운 기록은 무농약 농업이다. 전남의 무농약 농업 면적은 지난해 기준 시 3만1천231ha로, 전국의 무려 55%를 차지했다. 친환경 농업의 내실화를 꾀하면서 전남이 소비자가 신뢰하는 농업 강도(强道)의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친환경 농산물의 학교급식 확대, 전국 3대 생협 투자유치로 친환경 농산물의 안정적인 판매망 구축도 자랑할 만하다. 덕분에 전남도는 전국 최초로 학교급식에 유기농 쌀을 100% 공급하게 됐고, 여성이 뽑은 ‘명품 대상’에 전남 쌀이 10년 연속 수상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과채류의 경우 서울시와 올해부터 3년간 납품 계약을 체결했고, 경기도 학교급식 친환경 농산물 납품 확대 협약도 지난 5월에 체결했다. 농업 경영체의 규모화와 조직화, 고소득 대체작물의 전환, 친환경 축산 등으로 연소득 1억 원 이상 고소득 농가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농촌 정주 여건 개선과 정착 지원을 통해 귀농·귀촌 가구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3년만 해도 2천500가구에 불과했지만, 작년엔 4천800가구를 훨씬 넘어서는 등 불과 3년 새 2배 가까이 급증하는 성과를 거뒀다.

 #2: 전남이 농생명 산업의 중심지를 향해 질주하는 배경은 과연 무엇일까? 전남은 전북과 똑같이 농도임이 분명하다. 농가인구는 31만9천명으로, 전국대비 12.3%를 차지하고 전남도 전체 인구(190만9천명)에서는 16.7%를 점유한다. 경지면적은 전국의 총 18.1%에 해당하는 30만5천ha에 육박하니, 농림축산업을 도정의 핵심시책으로 육성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 농정방향은 ‘생명농식품 안정적 생산으로 농가 소득증대’라고 압축하고 도정이 똘똘 뭉쳐 매진하고 있다.

  사실 전남도의 고소득 생명농업 육성은 대외적, 대내적 여건 변화에 따른 선제적 대응이다. 우선 대외적 환경, 3가지를 들 수 있다. 세계경제의 불안과 저성장, 기후변화 등이 전남 농업을 뒤흔들었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생명농업을 육성했다. 대내적 환경은 농업인구의 고령화와 과소화 등을 손꼽을 수 있다.

 이러다 보니 과거의 패러다임으로는 농업을 살리기 어려웠다. 그래서 생명농업의 효율성과 농업인 복지를 동시에 추구하고, 지역 공동체 중심의 생산·가공 등이 융합된 6차 산업 육성에 방점을 찍었다. 지역특성, 농업인 참여와 책임 강화, 쌍방향 맞춤형 지원, 농업인의 자율적 역량 강화 등도 새로운 틀거리로 제시됐다.

 #3: 전국 1위의 생명농업을 육성한 전남의 구체적인 비법을 알아보자. 전남도는 ‘지속 가능한’ 친환경농업 기반 확충에 힘쓰고 있다. 유기농 실천을 위해 흙 살리기와 농업환경 개선사업에 주력했고, 저비용 친환경 농업 확산을 위해 농업과 농자재 보급에도 총력을 기울인다. 올해 새끼우렁이 공급만 10ha에 달해 무려 50%의 제초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국비와 도비 등 올해 132억원을 투입해 친환경농업 기반 규모화 사업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미생물 배양시설과 공동 육묘장, 방제기, 저온저장고 등을 설치해 친환경의 기반을 확고히 다진다는 청사진이다.

 고품질 시설원예 농산물의 안정적인 기반 확충도 불을 뿜고 있다. 시설원예 현대화와 원예농산물 품질개선을 위해 올해 270억원 가량 투입하고, 과수·특용작물 생산기반 현대화로 경쟁력 제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남도의 한 관계자는 “버섯과 특용작물 생산시설 현대화로 품질 고급화를 도모하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올해만 11억원을 투입해 인삼과 버섯, 녹차 등 특용작물의 생산시설 현대화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물복지형 녹색축산 활성화도 전남도의 핵심 사업 중 하나다. 적정 사육밀도와 사육환경 개선을 통해 동물의 복지를 향상하는 게 녹색 축산의 골자다. 올해 511억원을 들여 축사 신축과 개보수를 추진하고, 방역시설 등 대상자를 선정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곤충 등 미래성장 산업 육성도 다른 광역단체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꿀벌 생산기반 확대를 위해 사육 기자재 공급과 한봉 입식 추진, 곤충의 가축·양어용 사료화 등 산업화 확대에 대비한 농가 육성 등이 바로 그것이다. 믿음을 주는 ‘유기농 1번지’의 실현과 미래성장 동물복지형 녹색축산 확충을 통해 농생명 산업의 미래 비전을 확고히 하는 전남도의 사례는 다른 시도에 여러 시사점을 던져준다.

 박기홍 기자

 

 <인터뷰> 정하용 전남도청 농정기획팀장

 “유기농 중심의 친환경 농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생산비 절감, 인증품목 다양화, 소비자 신뢰 확보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적극 추진해 가고 있습니다. 생명 농식품의 안정적 생산으로 농가소득을 올리는 일도 핵심과제입니다.”

 정하용 전남도청 농업정책과 농정기획팀장의 얼굴엔 자부심이 넘쳤다. 전남도의 농업 관련 예산(일반회계)은 총 1조1천416억원으로, 이 중에서 각종 사업비가 99%를 차지할 정도로 집중하고 있다. 정 팀장은 “농생명 산업 육성과 관련해선 귀농·귀촌인 유치 추진과 친환경농업 육성, 동물복지형 녹색축산 육성 등 3개의 중심 기둥을 세워놓고 있다”며 “특히 친환경농업 육성은 기반확충과 다양한 지원시책 외에 실천 교육과 소비자 신뢰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저비용·고효율 친환경농업 교육을 통해 유기농 실천의지를 높이고, 친환경농산물 명예감시원 지정 등 소비자 신뢰 확보를 위한 안전생산 감시체계 구축도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정 팀장은 “명예감시원 140명을 지정하고 친환경 농산물을 속이는 일이 없도록 신고 포상금도 지원할 계획”이라며 “올해 7월부터는 친환경농산물 자조금을 도입해 소비촉진과 판로확대, 관련 교육과 정보제공 등에도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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