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주말 오후 -천년의 기운, 와운의 천년송
어느 주말 오후 -천년의 기운, 와운의 천년송
  • 김동수
  • 승인 2016.09.01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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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의 금요 전북문단 / 11. 김두성

  하루에 한 시간씩 운동하는 것보다 일주일에 한 번씩 산에 오르는 것이 건강에 더 좋다는 말이 있다. 그 말이 생각나서인지, 지난 주말, 산에 가고 싶은 마음이 내켜 집을 나섰다. 방향을 지리산 육모정 쪽으로 잡고 차를 몰고 가다가, 마침 점심때라 길가의 한 채식집에 들렀다. 다양한 채소와 나물 등 향토음식이 제법 갖추어져 있어 입맛을 돋우었다. 잘만 운영하면 손님들이 꽤 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을 정도의 포만감을 느끼고는 차에 올랐다. 육모정 계곡을 지나 고기리로 가는 골짜기의 경관은 여느 때보다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고기리 마을에는 산채비빔밥으로 유명한 ‘에덴식당’이 있었는데, 몇 달 전에 문을 닫았단다. 소문에 의하면, 여사장님이 아프기도 하고 남사장님이 나이가 들어 그만두고 싶어서 그랬단다. 자녀들이나 친척에게라도 대를 잇게 하여 그 감칠 맛 나는 음식 맛을 계속 보여주었으면 싶었는데...

  꾸불꾸불한 산림도로를 한참 오르다 보니, 어느새 정령치 정상에 도착하였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보일 듯 말 듯 저 멀리 보이는 절경은 장엄하기 그지없고, 오늘과 같이 구름이 낀 날에는 선경이 연상되어, 내 자신이 신선이 된 기분이었다. 이 기분을 간직하기 위해, 카메라 셔터를 연이어 눌러대며 풍광을 담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백두대간 안내판이 보였다. 백두산을 뿌리로 하여 남으로 지리산까지 한반도의 모든 산줄기를 감싸 한민족의 기상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백두대간은 민족의 상징, 생태계의 중심축으로, 잘 가꾸고 보존하여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우리 민족의 위대한 자연문화유산이다.

  다시 차에 올라 전남과의 경계인 도계 삼거리를 지나 성삼재 방면으로 가다가, 반야봉을 배경으로 달궁 쪽으로 방향을 잡고 나갔다. 예전에 후백제의 왕궁터로 전해오는 달궁 계곡의 정취도 다른 곳에 못지않음을 느끼던 차에 뱀사골에 당도하였다. 이 구간에 산악철도를 개설하면, 크게 환경을 해치지 않고도 관광개발 사업이 가능할 것 같았다. 북부관리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는, 걸어서 뱀사골의 아래 계곡 길로 접어들었다. 바닥 모래알도 부서질 만큼의 선명함과 피리가 자유롭게 노니는 모습, 주위 나뭇잎의 그림자가 그대로 비치는 맑은 물에 심취되며, 계곡 길을 따라 올라갔다.

  와운 마을과 세석평전의 갈림길에서, 중학교 동창 내외와 마주쳤다. 아침 일찍 세석평전에 갔다가 이제 하산하는 길이란다. 못내 헤어짐의 아쉬움을 남긴 채, 어느덧 와운 마을에 도착한 것은 관리소 주차장을 출발한 지, 한 시간 반 정도 지난 오후 세 시경이었다. 예전에 들렀을 때에는 스쳐 보아왔던 천년송을 오늘따라 유심히 살펴보았다. 천 년의 기운을 간직한 기상과 자태를 배우려는 마음으로..... 이 주위에 천지 기운을 받을 수 있는 ‘기받이’ 장소가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마을은 언제 와 보아도 참 기분 좋은 곳이다. 오늘도 주위 정취에 흠뻑 빠져 한참을 머물다가, 하산을 서둘러 주차장에 도착하니, 주위는 차츰 어둠이 드리워지기 시작하였다. 차에 몸을 실은 채 산내와 인월을 거쳐 내려오다 바래봉 아래 허브단지에서 잠시 멈추었다. 이곳 허브단지는 그동안의 투자에 비하여, 생산성과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고들 한다. 최근에는 가족힐링캠프와 허브체험을 실시하고, 허브화장품 집적화단지를 조성하며, 허브복합토피아관도 마련하는 등 타개책을 모색하고 있다는데, 아무튼 잘되었으면 좋겠다. 모처럼 야외 나들이를 즐기고 시내로 돌아온 우리 내외에게는 남원의 맛, 추어탕이 반기고 있었다......
 

 <약력 > 남원 출생, 교육학박사, 한국문학예술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수필집 <나의 작은 행복> 등, 한국문협 남원지부장, 금지중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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