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농촌을 꿈꾸며……?
황금빛 농촌을 꿈꾸며……?
  • 김학원
  • 승인 2016.08.31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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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3일은 여름이 지나고 신선한 가을을 맞는다는 절기 처서였다. ‘처서(處暑)’는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라고 할 정도로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때를 일컫는다. ‘고려사(高麗史)’에는 “초후(初侯)에는 매가 새를 잡아 제를 지내고, 차후(次侯)에는 천지에 가을 기운이 돌며, 말후(末候)에는 곡식이 익어간다”고 나와 있다.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져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기 때문에 논두렁의 풀을 깎거나 산소를 찾아 벌초하고 여름 동안 장마에 젖은 옷이나 책을 음지에 말렸다. 이 시기는 농민들이 호미를 씻고 비교적 한가한 때지만 처서 무렵의 날씨는 한해 농사의 풍흉(豊凶)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데 벼의 이삭이 패고 강한 햇살을 받아야만 벼가 성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서가 무색할 만큼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올여름의 더위는, 가을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아직도 막바지 폭염이 위세를 떨치고 있지만, 자연은 하나 둘 가을을 맞이할 채비에 들어갔다. 기록적인 폭염에서도 나락이 여물어 벼가 고개를 숙이고 누런 호박이 줄줄이 달렸다. 잠자리가 풀 위에 앉아 한가로이 날개를 말리고 있고, 과수원에는 빨갛게 익은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다는 절기가 무색할 정도로 찜통더위가 계속 됐지만, 농촌에 가을은 소리 없이 다가오고 있다.

 아무리 더위가 기승을 부려도 농사란 때가 있는 법이다. 농촌은 추석 대목을 앞두고 손길이 바빠졌다. 빨갛게 익어가는 고추도 따 말려야 하고 늦기 전에 참깨도 베어서 털어야 한다. 유수형성기가 시작된 벼에 물을 충분히 대어주어야 하며 논두렁에 심은 콩도 건사해 주어야 한다. 가을의 농촌에는 수많은 손길이 필요하다.

 이제 머지않아 온 국토는 황금빛으로 물들을 것이다. 가을 농촌 들녘의 풍성함은 생활고에 지친 국민들의 마음을 잠시나마 풍요롭게 해줄 것이다. 하지만 여성화·고령화 등으로 인한 농촌 인력부족 심화현상은 지속하고 있고, 이대로라면 내년에도 농촌에서 올해와 같은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우리 농촌의 미래를 위하여 소극적 행동보다는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할 때이다. 기존의 젊은이들이 농어촌을 떠나지 않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더 많은 젊은 층이 유입될 수 있도록 귀농여건을 개선하여 매력적인 농어촌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농어업 진입장벽을 낮추는데 힘쓰고 귀농귀촌 지원을 체계화해 농어촌에 젊은 인력 유입을 촉진해야 한다. 또한 농촌에 인구유입을 위해 기존의 생산위주농업에서 벗어나 농촌체험학습, 세계자연유산을 연계한 문화·관광산업 발굴 등 지속가능한 농어촌활성화 전략을 세워야 한다. 농어촌공사는 도시민의 농촌방문 활성화를 통해 농가소득 및 농촌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자 농촌지역의 다양한 관광자원(관광지, 체험휴양마을, 지역명소 등)을 연계하여 매월 테마에 적합한 농촌관광코스를 선정하여 연중 홍보를 실시하고 있다. 농어촌만이 가지고 있는 어메니티를 활용하여 관광산업을 발굴한다면 활력 있는 농어촌을 만드는 데 이바지할 것이다.

 길고 길었던 무더위가 아직 남아 있지만, 가을은 성큼 다가오고 있다. 올해도 장마기간에 비가 오지 않는 ’마른 장마 ‘가 이어지고 폭염이 계속되었다. 농어촌공사는 가뭄이 확대되지 않도록 저수율이 50% 미만인 것으로 파악된 저수지 21개소(수혜면적 7,611㏊)에 용수를 확보하고 하천이나 배수로에 임시물막이를 설치한 뒤 물을 끌어올려 용수가 긴급히 필요한 곳에는 직접 급수하는 등 수확기 마무리 영농에 차질이 없도록 가뭄 우려 지역에 용수 절약을 홍보하고 제한급수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제 곧 추수의 계절 가을이다. 유난히 춥고 더웠던 올 한 해 동안 땀 흘려 일한 결실을 획득할 수 있게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할 때이다.

 김학원<한국농어촌공사 전북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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