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vs 전북
울산 vs 전북
  • 홍용웅
  • 승인 2016.08.2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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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에서 육로로 네 시간가량 달리면 국토 저 동쪽 끝에 인구 117만의 도시 울산이 있다. 울산현대와 전주현대로 대표되는 두 도시의 축구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그보단 조금 무거운 화제, 지역경제에 관해 언급하련다.

 지난 6월 회의가 있어 오랜만에 울산에 갔다. 주최 측 안내로 남구에 위치한 석유화학 공단을 시찰했다. 입이 딱 벌어졌다. 8백만㎡가 넘는 부지에 100여 자동화 공정과 8개의 부두를 완비한 콤플렉스(복합단지)는 가히 위압적이었다.

 이런 막대한 규모의 공단이 조선, 자동차 쪽에 또 있단다. 1962년 제1차 경제개발계획으로‘깡촌’울산은 특정 공업지구로 지정돼 눈부신 개발가도를 질주한다. TK지역에 대한 강력하고 지속적인 ‘예산폭탄’투하 덕도 톡톡히 봤을 것이 불문가지다. 시대적으로 한참 뒷일이지만, 1980년 등소평이 광동성의 벽촌 심천을 경제특구로 지정해 홍콩, 상해에 버금가는 일등도시로 변모시킨 것과 흡사하다.

 울산의 1인당 지역 총생산은 5만 달러가 넘는다. 국내 최고 부자동네다. 2만8천불의 GDP로 중진국 함정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대한민국 내에 자리한 선진국인 셈이다. 그 동네 개는 만 원짜리 지폐 아니면 물고 다니지 않는다는 ‘아재개그’가 주민들 입에서 귀에 못 박힐 정도로 반복된다.

 그런 울산이 요즘 어렵다고 한다. 그냥 어려운 게 아니라 ‘핵’어렵단다. 절체절명이라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말이다. 지난 7월 말 대통령이 이곳으로 파격적인 휴가를 간 것도 울산이 겪고 있는 고난의 실재와 크기에 대한 반증이라 하겠다. 울산시장의 강의에서도 위기에 대한 솔직한 토로가 있었다. 그는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등 공룡 장치산업 일변도의 산업구조를 탈피하여 어떻게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로 이행하느냐가 중차대한 숙제라 진단했다. 울산이 성공적 구조조정과 조선경기의 회복으로 과거의 영화를 조속히 되찾기를 기원하면서 이제 눈길을 전북으로 옮겨보자.

 우리 도엔 내로라할 거대산업이 거의 없다. 상용차 공장과 조선소가 있지만, 울산과는 비교가 안 된다. 도내 사업체는 99.99%가 죄다 중소기업·소상공인이며, 중견기업마저 희귀하다. 반면, 자영업과 농업의 비중은 전국 최고수준이다.

 한 마디로 전북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중소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지녔다. 그리고 우리는 이를 비극으로 치부해왔다. 그러나 그 화려했던 울산경제가, 햄릿의 독백처럼, ‘죽느냐 사느냐’의 비극적 기로에 서 있음을 상기한다면 전북 산업경제의 스탠스를 지나치게 비관할 필요는 없다.

 최근 조선과 자동차업계의 구조조정 압박이 거세지고 제조업 생산과 수출도 좋지 않다. 그 여파로 기업들의 한숨 또한 깊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판국에 우리 도의 산업구조를 축복이라고까지 미화하진 않겠다. 하지만, 당면한 시련을 잘 극복한다면 장차 승산은 우리에게 있다고 본다.

 청정농업과 바이오산업, 최첨단 탄소소재의 상용화, 빼어난 전통문화와 토탈관광 - 1~6차 산업의 핵심 영양소가 잘 어울린 우리의 미래 먹거리다. 기업가정신으로 충만한 스타트업 벤처와 중소기업이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들이다. 도전과 창의가 요구되는 이 길을 우리는 확신과 열정으로 뚫고 나가야 한다. 울산과는 판이한 전북만의 길을.

 전북경제의 후진성은 자기부정의 구시대적 유물이다. 단언컨대, 전북의 산업구조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홍용웅<전북경제통상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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