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렌을 울려대는 소방차 한대가 좁은 이면도로에 꽉 막혀 움쩍 달싹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좁은 이면도로에 주차된 차들로 이곳을 통과하려던 소방차가 애를 먹고 있는 것이다.
사이렌 소리를 울려도, 경고 방송을 내보내도 차주는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소방대원 한 명이 급히 내려 수기를 통해 소방차는 간신히 지나갈 수 있었다.
24일 오후 3시 전주시 효자동의 신시가지 일대 이면도로에서는 이날 있었던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의 목적으로 사이렌 소리가 널리 퍼져 울렸다.
기자가 탑승한 이 소방차량은 화재가 발생했다는 가정하에 목표지점까지 골든타임 5분을 지키고자 사투를 벌이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골목 곳곳에 주차된 차들과 길목이 좁은 골목 귀퉁이를 돌기 위해 몇 번씩 후진 기어를 넣어야만 했다. 이곳 도로 1km를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만 20분이 소요됐다. 지켜보던 주민들도 소방차가 쉽게 지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가자 탄식을 내뱉으며 지켜봤다.
신시가지 일대에서 진행된 훈련은 오늘도 어김없이 골든타임 5분을 지키지 못했다.
현장에 나선 김명식 소방위는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를 대비해 매월 한 차례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을 하고 있지만, 이 일대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화재 발생 시 이른 바 골든타임 5분을 위해 소방관들은 수많은 노력을 쏟고 있지만, 시민들의 협조가 뒤따라주지 않고 있다.
24일 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소방차 진입방해와 양보하지 않은 차량에 대해 올해에만 총 87건을 단속해 과태료를 부과했다. 유형별로는 소방차진입로에 불법 주정차 차량단속이 78건이고 미양보운전이 9건으로 기록돼 있다.
전북소방본부 관계자는 “매번 강조해도 모자랄 골든타임 5분을 지키고자 홍보에 전념하고 있다”며 “성숙한 시민의식과 함께 소방차 길 터주기 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도내에는 총 16개소(시장 8곳, 주택가 5곳, 농·어촌 도로 3곳)가 소방차 진입이 불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