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민의 성숙함이 젠트리피케이션을 이긴다
전주시민의 성숙함이 젠트리피케이션을 이긴다
  • 박선이
  • 승인 2016.08.16 2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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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가 다변화되고, 복잡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도 여러 가지이다. 그중에 하나가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낯선 현상이다. 이 단어가 소리없이 우리 가까이 다가와 우리 사회를 들썩이며 조용하고 잠잠했던 마을을 들쑤시고 있다. 우리나라 속담에 있는 말처럼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격이라고나 할까? ‘젠트리피케이션’은 사회적문제가 되고 있고, 우리 지역 뿐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그렇다고 굴러온 돌에 치이며 신세타령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각 지자체는 물론 전주시도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고, 함께 이겨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어느 날 집주인이 찾아왔다. 끊임없이 드나드는 손님들을 바라보며 가게를 좀 비워줘야겠다고 한다. 갑자기 왜 그러시냐고, 세입자가 말하자, 집주인은 가게를 비울 것이 아니라면 가게 월세를 좀 올려줘야겠다고 한다. 조금이 아니라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한다. 세입자는 단골고객이 늘어나며 가게운영의 기반을 잡아가던 중이었지만 결국 가게를 포기하고 좀 더 바깥 외곽 쪽으로 이사를 결심한다. 이게 바로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현상이다.

도시환경의 변화로 중·상류층이 도심주거지로 유입되면서 지대 상승 및 주거비용이 상승되어 비싼 월세나 집값 등을 감당할 수 없는 원주민들이 다른 곳으로 밀려나는 현상을 말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은 한옥마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한옥마을의 상권이 활성화되고, 관광객이 증가되면서 부동산 가격 급등, 임대료상승, 수익위주의 상권형성으로 한옥마을 정체성에 대한 논란까지 불러오게 되었다. 또 한옥마을에 인접한 자만마을은 벽화조성으로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외부 자본가와 토지 소유주들이 기존 원주민과 세입자 밀어내기를 시작하면서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전주는 공공자원 투입지역인 첫 마중길 조성사업지역, 전라감영복원 사업 지역, 동문거리, 도시재생활성화사업지역 등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날 가능성이 많은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또한 민간주도지역인 서학동 예술인 마을과 新비단길 지역 등도 발생지역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7월말. 뜻 깊은 협약체결이 하나 있었다. 다름 아닌 전주 첫 마중길 주변의 지속가능한 공동체 조성을 위한 ‘지역발전과 지역공동체 상생을 위한 협약’이었다.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는 안정적인 상권과 지역 정체성 회복을 위해 지역발전과 지역상권 보호에 협력하기로 한 의미 깊은 협약이다. 예를 들어, 건물소유자의 경우 임대인의 임대기간을 보장하고 적정수준의 임대료를 유지하고, 생상협의회 문화·환경분과 소속 전문가 그룹에서는 특색 있는 지역문화조성 및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거리환경조성 등 상권의 지속적인 성장과 활성화를 위해 힘쓰자는 것이다. 발생하고 나서 대책을 세우는 사후약방문이 아니라, 미리 예방하자는 것이다. 민간주도로 예방적 차원의 상생협력에 나선 국내 첫 사례로 꼽힌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가장 먼저 사회의 충분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공론화 과정을 거친 협의회 구성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건물주-임차인-지자체간 3자 협약 체결이라는 형태로 건물주는 임차료 상승을 유보하고, 임차인은 불건전 행위를 자제하고, 지자체는 환경개선사업 등에 적극 나선다는 내용이다. ‘(가칭)전주시 지역공동체 상호협력 및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조례(안)’ 제정도 서두르고 있다.  

지역공동체 생태계 및 지역상권 보호 방안으로 전주시가 주도하고 있는 이 협의회 구성이 과연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진 분들이 많다. 문화예술활동 지원 공간을 마련하고, 젠트리피케이션 법률자문도 지원하며, 지속적인 상가 활동을 위한 금리지원 등에 행정이 적극 나서 예방한다면 반드시 효과는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한옥마을이 전주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곳이 되고, 전주의 첫 마중길이 생태도시 전주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명소가 되는 것은 행정의 적극적인 노력과 성숙된 시민의식만이 가능하게 할 것이다.

-박선이 전주시 사회적경제지원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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