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부정부패가 사라질까?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부정부패가 사라질까?
  • 황의영
  • 승인 2016.08.0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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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란법’이라고 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지난 7월28일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으로 9월28일부터 시행된다. 이 법은 공직자 등이 1회 100만원, 연간 합계 3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을 경우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에 상관없이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7월8일 확정한 시행령을 보면 식사는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으로 상한선을 정하고 있다.

 이 법의 적용대상자로는 공무원, 공공기관 임직원, 언론계 종사자, 사립학교·사립유치원 임직원 등 전국 4만여 기관 240만명이고 배우자까지 포함하면 4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요즘 온 나라가 시끄럽다. 전국이 들썩인다. 이 법이 시행되면, 인간관계가 살벌해지고 경제가 위축되며 특히 농·수·축산업이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한다. 대상에 공무원도 아닌 언론계 종사자와 사립학교 교원을 포함한 것은 과잉적용이라는 것이다.

 마땅히 대상에 포함되어야 할 국회의원과 시민단체 관계자가 빠진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한다. 배우자 금품수수 신고의무도 문제가 있다고 한다. 나름 다 일리가 있는 말들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합헌결정을 내리게 된 것은 부정부패를 발본색원(拔本塞源)하는 것이 위 어느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일 게다. 최근 고위공직자들의 부정부패 의혹이 크게 대두하면서 국민정서가 크게 나빠진 것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인간이 원래 탐욕스러워 권력을 가지면 부를 가지려고 하는 것인가? 옛날부터 권력은 백성을 괴롭혀 치부했던 사례가 많았다. 매관매직과 삼정의 문란을 견디다 못한 민초들은 변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홍경래의 난, 진주 임술 농민봉기, 동학혁명 등 우리 역사 속에서도 권력자들의 가렴주구(苛斂誅求)가 발단이 되어 이에 항거하는 백성들의 민란이 여러 번 있었다.

 권력자들의 부정부패가 인간이 달나라에 다녀오는 첨단과학시대인 지금도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전직 대통령들의 비자금 사건, 국회의원 등 정치가들의 부정부패, 공직자들의 독직사건, 기업인들의 비자금·탈세사건, 법인카드 사적사용 등은 국민들의 귀에 익숙하여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다. 패거리를 지어 내 편이 아니면 헐뜯고 좋은 것은 우리끼리 나누어 갖고 힘든 것은 네가 해야 한다는 식이다.

 머리 좋아 고위공직에 오르면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무엇을 하고 어떻게 몸바쳐 일할 것인가를 생각하기 이전에 어느 줄을 타야 더 높이 출세를 할 것인가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 같다. 헌법이 정한 국민의 4대 의무를 잘 이행하는 것이 애국이라 여기고 이를 지키는 사람이 국민 대다수일 것이다. 우리 같은 소시민들은 그저 말없이 군대에 가고 세금 꼬박꼬박 내고 교육을 받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진정한 애국자라 여겼다.

 그런데 요즘 사회는 각종 해괴한 질병으로 군 면제를 받고, 자녀 병역논란에 진땀을 흘리고, 체납된 세금쯤이야 몰아서 내면 그만이고, 또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는 필수과목이 되어 버린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그것도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만 하면 불거지고 있으니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적어도 인사청문회 대상이 되는 고위공직자는 청백리 중의 청백리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국민의 4대 의무를 성실히 수행한 사람 중에서 선발하는 것이 맞고 특히 국민의 모범이 되는 사람이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을 보자, 국가의 부정부패를 방지하는 최고위기관의 우두머리가 부동산투기와 아들의 병역특혜, 세금회피를 위한 가족회사 설립 등 “부정부패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라고 사례를 드는 것 같은 의혹을 받고 있다. 부정부패를 단죄하는 기관의 전·현직 고위직 인사 한 사람은 대기업의 뇌물성 주식을 받아 거부되고 또 한 사람은 전관예우의 부당한 수임료를 받아 1백여 채가 넘는 집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우리 같은 필부필부(匹夫匹婦)의 벌어진 입은 닫히질 않는다.

 2015년 우리나라 부패인식지수(CPI)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27위라고 한국투명성기구가 2016년 1월27일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부정부패를 없애야 한다고 세계적 석학들은 충고하고 있다. ‘김영란법’이 시행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부정부패가 일소되겠는가?

 그러나 분명히 이 법의 시행이 변곡점이 되어 우리나라의 부정부패가 사라지는 시발점이 되는 것만은 확실하다. 이런 면에서 다소 잡음이 있고 경제적 불편이 수반되더라도 대다수 국민들은 이를 흔쾌히 감수하리라고 생각한다. 이 법에서 다소 문제가 되는 부문은 시행 후 보완하면 될 것이다. 우리 후손들은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 뉴스를 접하고 미간을 찌푸리는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황의영<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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