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와 전자파
사드와 전자파
  • 김종일
  • 승인 2016.08.04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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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정부가 성주에 설치하겠다고 발표한 사드(THAAD) 때문에 다시 세간의 화제로 떠오른 전자파에 대해 적어본다. 이 정도는 알았으면 좋겠다 싶은 내용만 공유한다.

물리학 책을 뒤져 보면 ‘전자파’라는 단어는 안 보인다. 물리학 용어로는 ‘전자기 복사’ 또는 ‘전자기파’라 하고, 흔히 줄여서 보통 ‘전파’라고 부르는 그것이 전자파다. 뭐라 부르든 간에, 모두 알다시피 우리 주변에는 항상 전자파가 넘쳐난다. 요즘 폭염과 열대야의 원인인 따가운 햇볕도 전자파요, 병원의 엑스선도 전자파, 텔레비전과 라디오의 송수신도 전자파, 핸드폰과 컴퓨터에 쓰이는 LTE, WIFI, BLUE TOOTH도 모두 전자파다. 물리학에서는 이것들을 총칭해서 흔히 빛(light)이라 한다. 우리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만 빛이 아니다. 이것들도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 전기적 성질이 우리가 늘 보고 사는 빛과 같기 때문에 대표 명사로 ‘빛’이라 부르는 것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항상 빛은 들어가고 또 나간다. 지금 앉아 있는 의자도 책상도 그리고 우리 몸도 지구도 이런저런 빛을 흡수하고 방출한다. 다만 우리 눈에 안보일 뿐이다.

세상이 이렇게 빛으로 넘쳐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세상이 끊임없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어느 일부분이라도 만약 움직이거나 상호작용에 의해 상태의 변화가 발생하게 되면 반드시 빛이 들어가고 나가게 되어 있다. 만약 우리가 이런 빛까지 모두 볼 수 있다면, 너무나 많은 정보로 인해 우리 뇌가 감당 못해서 미쳐버릴지 모른다. 모르는 게 약이다.

이제 인체에 대한 유해성 문제를 살펴보자. 에너지가 높은 빛은 확실히 위험하다. 감마선, 엑스선, 자외선에 장시간 노출되면 치명적이다. 이것들이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자나 분자의 구조를 변화시키기 때문인데, 물리적으로 역학관계가 상세하게 알려졌다. 그런데 에너지가 낮은 빛들은 단정적으로 말하기가 쉽지 않다. 자외선 바로 아래 단계의 에너지를 가진 빛이 바로 우리가 매일 보고 사는 빛, 즉 가시광선이다. 경험적으로 알다시피, 가시광선은 인체에 거의 무해하다. 일부는 반사되고 일부는 원자에 흡수되는데, 흡수된 가시광선은 대개 눈에 보이지 않는 낮은 에너지의 빛으로 바뀌어 대부분 다시 밖으로 나오게 된다. 이 과정에 미미한 체온 상승의 영향은 있겠지만, 우리 몸의 항상성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도이다.

가시광선 바로 아래 에너지를 가진 빛이 적외선이다. 적외선은 가시광선보다 에너지가 낮으니까 인체에 미치는 영향도 더 적으리라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그렇지 않다. 적외선은 원자나 분자가 열에 의해 진동하면서 방출되고 또 흡수되는 빛이기 때문에 원자로 구성된 것이라면 이 세상 어느 물질이나 적외선의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적외선 난로 켜자마자 바로 몸에 온기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전자파와 관련해서 매번 문제가 되는 것은 적외선보다 에너지가 낮은 마이크로파와 라디오파 영역의 빛들이다. 핸드폰에 쓰이는 전파의 주파수는 대략 1GHz 언저리인데, 이 영역이 공기에 잘 흡수되지도 않고,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한 직진성과 광역 통신에 유리한 회절성을 겸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드 레이더는 정확한 위치 정보 습득이 우선이기 때문에 주파수가 대략 8~12GHz인 X-밴드 영역의 전파를 내보낸다. 핸드폰 전파의 에너지보다는 십여 배가 높지만, 우리 몸에서 나오는 적외선의 에너지에 비하면 천 분의 일 정도에 불과하다. 이렇게 에너지가 낮은 빛이 우리 몸에 들어와서 물리적으로 원자나 분자 또는 그것들도 구성된 시스템에 어떤 유의한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 체내 전자나 이온들과 상호작용은 하겠지만, 에너지가 낮아도 너무 낮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무해하다고 단언할 수도 없다. 그 이유는 이 주파수의 빛과 공명 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 특정한 물질의 구조가 혹시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그것이 무엇인지 아무도 모르지만, 생체조직이라는 매우 미묘한 복합적 시스템에 그런 물질이 존재할 가능성은 분명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유해하다고 주장할 수도 없다. 가능성이야 분명 있지만, 도대체 무엇 때문인지 전혀 모르는 마당에 유해하다고 떠드는 것은 확실히 무식한 억지다. 동물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나 특정 집단의 사람들에 대한 관찰 연구의 결과도 유무해가 엇갈린다. 생물학은 전혀 모르지만, 물리적으로 보건대 그럴 수밖에 없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듯이 전자파도 정도의 문제다. 요즘 같은 무더위에 사람들이 모이면 더 덥다. 각자 몸에서 나오는 적외선 때문이다. 사드 전자파의 에너지는 우리 몸에서 나오는 적외선 에너지의 천분의 일밖에 안되지만 이 역시 과하면 해로울 수 있다. 사드 전자파가 과한지 아닌지는 기존 시설 앞에 가서 측정해보면 알 일이다. 보도에 따르면, 실측 결과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전자파 안전 기준의 0.007% 정도라고 한다. 이게 믿기 어려우면 직접 측정해보면 될 것이다. 살다 보면 폭우에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지만 물 한 모금이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 만약 물 한 모금이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명확한 증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물론 한 모금의 물이 생명을 앗아갈 확률이 낮기는 하겠지만, 필자도 무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물을 마시지 말자는 주장에는 결코 동의할 수가 없다.

김종일<전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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