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것과 틀린 것의 차이
다른 것과 틀린 것의 차이
  • 오호기
  • 승인 2016.07.26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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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를 즐겨보지 않는 필자에게도 가벼운 마음으로 접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매주 새로운 도전과 미션을 수행하고 현실감 있는 모습으로 기발한 특집을 쏟아내는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이다. 필자는 그 중 “바보 어벤저스” 라는 특집이 한동안 기억에 남았다. 상식이 부족하다는 편견에 가려진 연예계 대표 바보로 선정된 8명의 게스트와 연예계에서 똑똑하다고 소문난 연예인들이 퀴즈 대결을 펼치는 방식이었다. 모든 사람이 당연히 똑똑한 팀이 승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바보 어벤저스”팀이 승리를 거두었다. 프로그램이 끝날 때쯤, 승리한 바보 팀과의 인터뷰 내용 중 한 문장이 필자의 마음 한편에 깊은 ‘울림’을 주었다.

“서로의 관심사가 ‘다를’ 뿐 누가 누구를 감히 ‘틀렸다’고 말할 수 있겠나”

필자는 공익목적의 사회서비스 및 행정지원을 하는 사회복무요원 관리와 현역복무부적합으로 보충역에 처분된 사람들을 담당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현역복무부적합이란 질병 등의 사유로 군 복무하기에 적합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심사하여 보충역 또는 병역을 면제하는 제도이다. 필자는 매주 현역복무부적합 병역처분 심사위원회에 참석하곤 하는데, 그 때마다 알 수 없는 답답함이 마음을 짓눌렀다. 필자의 머릿속에는 미리 살펴본 병사들의 심사 자료가 결말이 없는 영화를 본 것처럼 정리되지 않은 채 생각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듯 했다. 아마도 그들을 향한 사회의 불편한 시선 때문이었을까.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현역복무부적합으로 보충역 처분을 받거나 제2국민역으로 병역감면 처분을 받을 경우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이러한 편견 때문에 심사를 받는 병사들이나 그 가족들이 마음에 상처를 받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앞서 마음이 무거웠나 보다.

현역으로 명예로운 전역을 바라지 않는 군인이 어디 있으랴. 사회는 군 복무 중 부득이하게 신체적, 정신적인 이유로 더 이상의 현역복무를 하지 못하는 병사들에게 차갑고 날카로운 시선을 보내기보다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격려로 그들을 응원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들은 대한민국 헌법 제39조에 명시된 국방의 의무를 명예롭게 이행하다가 건강상의 문제로 더 이상의 현역복무를 하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불이익한 처우를 받아서는 안된다. 즉 이들은 병역을 기피하거나, 병역을 면탈하려는 사람들과는 격이 다르다는 것을 우리 모두 잊어선 안 될 것이다.

한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현역복무 부적합으로 인한 보충역 복무 또는 전역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단지 ‘다른 것’ 임을 당사자와 가족들이 마음에 새기는 것이다. 현역복무부적합 심사를 받는 사람 중 일부 부모는 사회적 시선을 우려해 심사 절차를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본인 또는 부모가 “현역복무부적합=사회부적응”이라는 스스로 편견에 사로잡혀 움츠러들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관심사가 다르다고 해서 반대편에 있는 사람을 틀렸다고 할 수 없는 것처럼 현역복무 부적합이 사회부적응을 의미하는 것이 절대 아님을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다. 군대가 아닌 다른 곳에서도 얼마든지 빛을 낼 수 있고, 그 빛으로 우리 사회를 밝게 비추면 되는 것이다.

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엔진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브레이크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 자동차에서 중요하지 않은 부품이 없는 것처럼 우리 개개인의 삶도 저마다의 가치가 있다고 본다. 필자는 국방의 의무를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한 현역복무 부적합 대상자들이 모든 대한민국 군인들처럼 이 나라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사회의 훌륭한 일꾼으로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서로의 관심사가 나와 다르다고 하여 누가 어떤 기준으로 ‘틀렸다’라고 부를 수 있을까. 우리는 모두 각각이 가진 재능에 주목하고 그들이 가진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가 진심으로 격려하는 따뜻한 사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끝>

 전북지방병무청 사회복무과장 오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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