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억 투자 해썹, 현장을 가다
1천억 투자 해썹, 현장을 가다
  • 김민수 기자
  • 승인 2016.07.1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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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혁신도시와 농생명 산업 연계방안 - <4>

 익산에 국가식품클러스터 조성이 관심사로 떠올랐던 지난 2007년 9월. 전북도는 식품산업을 신(新)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했고, 이듬해인 2008년부터 2014년까지 7년 동안 총사업비 1천84억원을 투자해 ‘농식품 기업 육성 사업’을 추진했다. 사업이 마무리된 지 2년이 지난 지금, 과연 1천억원 투자 현장은 어떠할지 도내 각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 국내산 원료 소비: 관련사업 지원 기준에 포함돼 첫해인 2008년에 전북도로부터 7억원을 지원받았던 A사.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지원받기 전에 매출이 8억원가량 됐지만 지금은 10억원으로 늘었다”며 “해썹 인증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 덕분”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인근에서 연간 매출액 13억원을 올린다는 B사의 대표 K씨도 “지원사업을 신청했던 5년 전보다 지금의 매출액이 30% 정도 증가했다”며 “주요 가공원료 역시 국내산을 90%가량 쓰고 있어 지역경제 환수 효과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올 9월 준공을 목표로 조성 중에 있는 국가식품클러스터와 함께 전북지역 식품기업들도 해썹 지원사업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 가고 있다. 익산시 왕궁면 국가식품클러스터는 세계적인 명품 식품 도시를 조성하여 식품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고 식품산업과 농어업의 동반성장을 위해 지난 2009년부터 총 5천535억원을 투자했다. 여기에 맞춰, 전북도는 열악한 도내 식품기업이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해썹 인증 획득을 위한 시설이나 장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 일정한 성과를 보고 있다.

 실제로 전북도가 지난해 3월부터 5월까지 2개월 동안 농식품기업 육성사업의 지원을 받은 업체 131개를 대상으로 실태조사에 나선 결과 120개 업체(92%)가 주요 가공원료를 국내산 80% 이상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경영 및 수익성 악화, 원료 수급 불안정 등으로 국내산 원료를 80% 미만으로 사용했다는 업체는 불과 3개에 만족했고, 이들에 대해선 도 차원의 행정지도가 이뤄졌다. 국내산 원료를 쓰고 있다는 말은, 재정적 지원을 받은 업체들이 국내업체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농촌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고용도 늘어났다: 대규모 투자는 식품업계의 고용 증대를 낳고 있다. 영세성을 면치 못해온 전북의 관련업계는 통상 종업원 10인 이하가 대다수인 소기업에 해당했다. 시장을 선도하는 리딩 그룹은 많지 않고, 근근이 명맥만 유지하는 소규모 기업들이 많아 채산성이 떨어지고 외부 환경변화에 심하게 흔들리는 불안전성에 노출됐다.

 하지만 농식품 기업 육성 지원을 통해 관련기업들은 약 30%가량 종업원을 늘리는 등 고용창출에도 일조를 한 것으로 분석됐다. 해썹 사업을 신청할 당시의 도내 관련업계 종업원은 총 2천271명으로, 업체당 평균 18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설투자에 주력하면서 지난 2014년 말엔 2천884명으로 600명가량 늘었고, 업체당 평균 30%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이들 기업의 매출도 쑥쑥 커갔다. 사업 신청연도의 매출액은 총 3천566억원으로, 업체당 평균 29억원이었지만 지난 2014년엔 총 4천804억원을 기록해 신청연도 대비 35%의 신장세를 기록했다. 연간 1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업체는 78개로, 전체의 60%를 차지해 관심을 끌었다.

 ■ 해썹 인증은 69%: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은 단체 급식 등에 식재료를 공급하고는 ‘식재료 우수관리업체 지정·관리지침’개선안을 올해 4월 초 발표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추후 지정될 식재료 우수관리업체는 농산물 우수관리(GAP) 시설 지정이나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인 해썹(HACCP) 인증 등을 의무화해야 하며 식재료 부정유통 시 지정이 전면 취소되는 등 사후관리가 강화된다. 또 친환경 농산물을 취급하는 업체는 반드시 취급자 인증도 받아야 하며 2년마다 심사를 통해 갱신되던 것도 1년에 한번 현장점검으로 강화돼 결과에 따라 재지정받거나 취소된다.

 이런 환경 변화를 염두에 두고 전북도가 지난 2008년부터 관련업계 지원에 나선 것이다. 도는 사업 초기인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자금을 지원받은 업체들의 ‘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해썹·HACCP) 인증’ 자율조항으로 처리했다. 자금 지원과 해썹 인증을 묶지 않고 업체의 형편에 따라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자율권을 부여한 셈이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을 투입함에도 해썹 인증업체가 많이 늘어나지 않자, 지난 2013년부터 지원대상에 해썹 인증을 의무화했다.

 그 결과 인증 대상업체(93개) 중에서 올 6월 말 현재 63개소가 해썹 인증을 받아 69%를 기록한 것으로 분석됐다. 제외대상은 해썹 인증시설이 아닌 일반 시설개선 사업인 업체들로, 38개에 해당했다. 아직 인증을 받지 않은 35개 업체도 현재 인증을 추진 중이어서 해썹 인증업체는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국가식품클러스터를 끼고 있는 전북이 식품업체 기반까지 확실하게 갖추게 돼 전반적인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 효과검증 강화 필요: 농식품기업 육성사업에는 지특회계 539억원과 시군비 107억원, 업체 자부담 438억원 등이 투입됐다. 지특회계도 전북에 주어진 지방비라는 점에서 시군비를 포함한 재정자금 646억원이 투자된 셈이다. 업체당 4억9천300만원 이상의 자금이 업체의 호주머니에 직접 지원된 셈이어서 파급 효과 검증을 강화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도의회의 한 관계자는 “전북이 농생명 허브를 지향한다는 대승적 차원에서 특정업종에 막대한 혈세가 투입된 만큼 지속적으로 효과 분석을 할 필요가 있다”며 “식품업체의 경쟁력 강화라는 당초의 취지에 맞게 사업이 진행됐는지, 지역 농산품 구매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됐는지 입체적인 분석을 통해 정책의 실효성을 검증해야 한다는 말”이라고 말했다. 업체의 매출이나 고용 현황과 관련해서도 더욱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구체적인 검증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체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형식을 벗어나 매출자료, 4대 보험료 납부 현황 등을 근거로 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전북도의 한 관계자는 “많은 사업비가 투자된 만큼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매년 운영상황을 점검하는 등 사후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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