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사진이야기
  • 박승환
  • 승인 2016.07.12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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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평생 필자의 취미 활동이며 직업이며, 사진가의 자리를 영위하기 위해서 카메라라는 도구는 신체 일부와 같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요즘 신체의 일부가 떨어져 나간 것 같은 이 느낌은? 결국, 작업량의 문제다. 얼마 전엔 작업 중 장비를 떨어뜨리는 치명적인 실수도 있었다. 부끄러운 일이며, 결국 워밍업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필자는 광고사진가 출신으로 일반 사진가들에 비해 엄청난 장비를 보유하고 관리하며, 언제든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게끔 매일 같이 하루 수 시간씩 워밍-업을 통해 준비하는 훈련이 되어 있다. 사소한 실수일지라도 허용하기 어렵다. 평생 프로생활을 통해 익혀왔던 경험적 완전체로 자부함에도 수개월 손을 놓으면 바로 표시가 나며 뭔가 불편함을 느낀다. 예술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스스로를 과신하지 않고 자만하지 않는 것이다. 하나의 완성작을 만들기 위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게 준비하고, 기억하고, 창작에 대한 열망으로 스스로를 반복적으로 다그치고 다그쳤을 때 그 결정체에 대한 자부심이 조금씩 드러나는 것이다. 예술창작 활동은 꾸준한 노력과 자기혁신에 의해 그 결정체가 탄생한다. 아무리 디지털시대라 해도 계속적인 뇌 활동과 활동 근육 스스로 외워 움직이지 않으면 금방 탄로가 난다. 내가 알고, 주변 동료가 알고, 기획자들이 알아차린다. 어김없이 작품의 질은 떨어지고 조금 잘 나갔을 때 예전 작업의 떨거지로 면피하려고 한다. 그래서 그 힘든 과정을 극복하고 꾸준히 좋은 작업을 계속하는 아티스트들이 존경받을 수밖에 없다. 필자도 자기 성찰이 필요할 때가 온 듯….

 사진은 그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다. 스스로를 나름대로 해석하고 이야기한다.

 크게 사진의 창작활동에는 제작과 발표로 나누어지며, 그 창작활동은 너무나도 다면적이며 독특한 모든 방식을 지니고 있다. 소통의 행위인 발표 방식도 달라져서 시대적 트렌드에 맞게 파티형식으로 전시장을 꾸밀 수 있으며, 때로는 조용하게 음미하고, 작가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공간도 중요하다. 다양한 전시공간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그들을 직접적으로 참여하게도 한다. 창작 작업을 위한 촬영 시에는 작가 개인의 관념이 크게 좌우하지만, 발표 시에는 대중과의 소통방법에 대해 최대한 문호를 넓힌다. 그리고 카메라를 활용하려는 순간 현장성과 이동성도 중요하지만, 같은 공간, 같은 시각이라도 서로 담아내는 피사체는 다를 수밖에 없다. 비슷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아름다운 예술사진도 있지만 요즘작품(컨템퍼라리)이라는 개념사진은 완성된 작품의 아름다움보다는 그 과정을 더 중요시한다. 그래서 작가와의 대화가 더욱 필요할 수밖에 없다. 또한, 사진은 시간을 연장하는 예술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시공간의 개념으로 볼 수도 있다. 또한, 요즘은 그 미래도 담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현실과 비현실을 한 장면에 존치시키기도 한다. 여러 방면으로 구상하여 같은 소재이어도 다큐멘터리, 르포, 에세이, 예술사진 등으로 다양하게 담아낼 수 있다. 그것은 작업자 자신의 취향과 일맥상통한다. 고전주의에서는 “일정한 규칙을 정해놓고 그것과 맞으면 아름다움이요 그것에게서 벗어나면 아름답지 않은 것으로 보았다”. (사진의 인문학/이광수) 물론 현재와는 동떨어진 페러다임이다.

 지난 5월 “전주한식문화사진전”이 전주시의 도움으로 집행되었다. 5인의 지역작가를 선정, 작품제작을 의뢰하였다. 성별, 연령, 직업 등 각자의 전문적 지식과 관심 있는 분야로 접근했을 때의 그들은 필자가 생각했던 것, 기대 이상이었다. 이것이 바로 지역을 가장 잘 아는 태생적 현지작가의 힘이다. 그들은 수개월간 전주권을 누비고 다녔고 그 역할을 나름 충실하게 보여주었다. 같은 전주를 보지만 서로 다른 시각을 통해 같은 주제, 다른 소재를 표현 가능한 그것 또한 사진이 가지고 있는 특성 중 하나가 아닌가 한다. 적은 지원에도 좋은 작품으로 답변해준 지역작가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박승환<전주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사진학)/현대사진미디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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