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두절의 세시 풍속
유두절의 세시 풍속
  • 고재흠
  • 승인 2016.07.1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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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6월 15일 유두절을 맞았다.

이 절기는 우주 태양의 황경(黃經)이 84°로서 삼복 절기와 겹쳐 아주 무더운 때이다. 우리 겨레가 즐겼던 4대 명절은 설날·단오·한식·한가위를 말한다. 이 밖에도 정월 대보름, 초파일, 유두, 백중, 동지를 명절로 지냈다. 유두가 1518년(중종 13년)에는 설·추석과 함께 3대 명절로 정해진 만큼 큰 명절이었다.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유두절은 동유두목욕(東流頭沐浴)이란 말의 약어라고도 한다. 유두날의 행사는 이미 고구려나 신라 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우리 고유의 풍속이었다.원래 우리 겨레는 예나 지금이나 깨끗한 것을 좋아하는 천성을 타고났다. 특히 태양을 숭배하는 민족들 사이에서는 정결한 것을 좋아하는 풍속이 더 심했던 것을 알 수 있다. 물은 신성한 것으로 생각하여 여러 가지 의식을 올리게 된 것은 세계 어디에서나 마찬가지다. 몸을 씻어 더러움을 떨어버리는 것은 세계에 공통된 풍속으로 중국에는 상사일에 계욕을 하는 것이나, 인도의 갠지스 강에서 목욕하는 것이나, 종교적 의식으로 불교의 관정, 기독교의 세례 침례 등이 모두 여기에 바탕을 둔 것이라 하겠다. 예부터 유두는 “동편의 맑은 시냇가에서 머리를 감고 몸을 씻는다”는 의미인데, 여름철 더운 날씨를 이겨내는 방법이기도 하며, 동쪽은 양기가 가장 왕성한 곳으로 청(靑)에 해당하기에 동류(東流)를 택하여 불결한 것을 씻어내는 것이다.

이는 고려 19대 명종(明宗) 때의 학자 김극기(金克己)의 문집에 신라 동도 지방에 전해 내려오는 풍속으로 기록되어있다. 이는 “몸을 청결하게 하고 하루를 깨끗하게 노닐면서 지내면 상서(祥瑞)롭지 못한 기운을 제거하고 여름철의 더위를 먹지 않는다”는 의미로 행해지는 토속적인 풍속이다. 매월 15일 보름날에 행하는 풍속이 많음으로 유두일 역시 정월 대보름과 8월 한가위, 7월 보름 백중절, 10월 보름 시제 등과 함께 6월의 큰 명절로 이어오고 있다.

음력 6월 7월은 밀을 수확하는 시기이다. 밀가루를 반죽하여 꿀과 콩, 참깨를 조화로 찐 상화병(霜花?)을 만들고, 제철 과실인 수박, 참외 등과 국수와 떡을 만들어 사당에 제(祭)를 지냈다. 여름에 수확한 농산물로 음식을 만들어 올리는 의미로 유두 천신(薦神)이라 한다. 이는 조상숭배 사상이 강한 우리 민족의 자연스러운 생활양식이라 할 수 있다.

유두고사는 유두천신 외에도 물이 들어가는 논머리나, 밭의 한가운데에 술과 음식을 차려놓고 제를 올렸다. 그 제는 용제, 용왕제, 용신제, 농신제 등의 명칭이 있듯이 모두 농사와 직접 관련된 의례이다. 용제나 용신제는 농사의 기본인 물을 관장하는 용신, 곧 농경신인 용신에게 제를 지내는 것이다. 제에 참석한 사람들은 술과 음식을 나누어 먹는데, 이것을 유두연(流頭宴)이라고 하며 이는 모두 농사를 위주로 살았던 선조들의 풍년을 기원하는 행사이다.

한편 이승만(李承晩)의 풍류세시기(風流歲時記)에는 그 밖에 소나무 숲과 물이 좋은 악박골 사직단이 있는 활터 황학정 부근과 낙산 밑 등이 좋은 곳이라고 했다. 이렇게 근대까지도 유두를 민속명절로 챙겼다.

유두고사는 1960년대까지 성행했으나 1980년대 들면서 거의 잊혀져 갔다. 밀부침을 올려 유두고사를 지내는 풍속은 전국적으로 성행했지만 역시 1960년대 산업사회에 들어서면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삭막한 요즘사회, 고유의 유두절 행사가 그리워진다.

유두 무렵에 피는 원추리 꽃은 화사한 자태와 자기만의 독특하고 진한 향을 선사하며, 근심을 잊게 한다는 원추리 꽃이 만발한 때이다. 삼복절기 피는 귀한 꽃으로 폐결핵과 루머티스 관절염 등의 민간요법으로 한 몫을 하며 다른 이름으로 망우초(忘憂草), 황금으로 만든 침을 닮았다하여 금침대, 노란빛갈의 꽃인 황화채로 불리기도 한다. 고유의 유두절 민속행사가 사라저가는 것은 시대의 변천에 따른 것이지만 아쉽기만 하다.

 수필가 고재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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