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바다로 나간 변신과 생성의 세계
먼 바다로 나간 변신과 생성의 세계
  • 김동수
  • 승인 2016.06.23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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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의 금요 전북문단 / 7 이동희(李東熙:1946- )

  전북 완주 출신, 전주 교육대학, 전주대학교 국어교육과,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조선대학교 대학원 문학박사 학위 취득. 1985년 <<심상>>지로 등단, 초, 중, 고 교사를 거쳐 백제예술대, 전주대 등에 출강하면서 전북시인협회, 전북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전주시 노인 복지 회관에서 문학 강의를 하고 있다.

  시집으로 『빛더듬이』(1987) 외 다수가 있으며, 수상집으로 <<숨 쉬는 문화, 숨 죽인 문화>>와 시 해설집 그리고 평론집 등이 다수 있다.
 

  연어를 아시나요
  가난한 민물이 고향이고
  먹이 찾아 바다로 이민을 간
  뼈대 있는 후예를 아시나요

  -중략-

  연어를 보셨나요
  씨를 뿌려 주검 바칠
  귀성의 그 먼 사랑
  뿌리 찾는 후예를 보셨나요

  - 「연어?魚」 일부, 1987
 

  ‘가난한 민물의 고향’을 떠나 - 먼 바다로 간 연어‘의 모습, 그것은 생존을 위한 변신과 생성의 세계다. 그러면서도 그 내면에는 변하지 않는 정체성(identity), 곧 그의 말마따나 ‘뼈대 있는 후예’라는 자의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그러한 인식이 ‘사자’가 되어 ‘아비의 잊은 꿈’을 찾아나서거나(「아빠 눈 속에 내가 있네」) 연어가 되어 대양을 누비며 또 다른 차원으로 그의 삶을 견인하고 있다.
 .

  백리 밖은 시방 온통 눈 나라
  언약한 말들이 눈 더미에 눌려 길을 잃겠지
  모두 함박눈을 뒤집어쓰고 있겠지
  참해서 환하겠다.

  빨강 벙어리장갑을 끼고 있는 소녀도
  검은 모자를 눌러 쓴 소년도
  노랑 장화를 신은 행인도
  먼 나라 사신을 맞아 협상하고 있겠지
  참해서 밝겠다.

  세상을 개벽하는 일은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하얀 폭탄을 맞으면 설산나라로 개벽하고
  검은 폭탄을 맞으면 붉은 강물로 개벽하고
  아직 개벽할 일이 남은 곳에도 눈폭탄은 내렸겠지.
  교회뾰족탑지붕에도 천사처럼 내리시고
  대웅전 기와지붕에도 관음동자인양 오셨겠지
  백리 밖 세상은 시방 온통 개벽하느라
  참 한창이겠다.

  대설주의보에도 시를 잊은 사람들
  먼 나라 전설로 즐겁게 소설을 쓰고 있겠지
  백리 밖 먼 고장에 한 사흘 대설주의보 내리면
  참해서 재밌겠다.

  - 「백리 밖에 내리는 눈」 전문. 2011
 

  눈이 오는 세상을 기다리고 있다. 그것도 온 세상이 하얗게 ‘개벽’되기를....... 그만큼 시인은 새로운 신천지가 도래하기를 고대하고 있다. 그리하여 ‘환하고’, ‘밝고’, ‘재미있는’ 새로운 세상이 되기를 염원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그렇게 기다리던 개벽의 ‘눈(雪)’은 그와는 거리가 먼 곳에 있다. ‘백리 밖’ 혹은 ‘먼 나라’가 그것이다. 이러한 이동희 시의 비애를 송수권 시인은 “그는 풍경을 즐기는 자가 아니라 상처로 풍경을 만드는 자라고 할 수 있다.”고 평한 바 있다. ‘시는 말하지 말고, 있어야(存在)한다는데 나는 자꾸 시로써 나를 말하려 한다’(제1시집 후기에서)며 존재의 뿌리를 찾아 은유와 상징으로 그것을 감싸고 있다.

 김동수 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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