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경제민주화를 생각한다
다시 경제민주화를 생각한다
  • 홍용웅
  • 승인 2016.06.16 1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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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8대 대선에 이어 20대 총선에서도 경제민주화가 화두로 떠올랐다. 민주화라 함은 대개 정치적 함의를 지니고 있는데 경제를 민주화한다는 말이 무슨 뜻이지 알쏭달쏭하다. 그러나 경제민주화라는 표현은 엄연히 법적 용어이고 우리의 실생활과도 밀접한 개념으로서 한번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더욱이 이는 아직도 사회적 논란의 한 복판에 있는 현재진행형 이슈기도 하다.

 경제민주화라는 말은 헌법 제119조 2항에 명문화되어 있다. 원문을 인용하자면,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시장경제에 대한 통제권을 정부에 부여하는 무서운 규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민주화 정책이 제대로 수립, 시행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혹자는 경제가 어려운 마당에 대기업을 핍박하여 성장 동력을 약화시켜서는 안 되는 만큼 경제민주화는 시기상조라 소리 높인다. 전경련과 보수논객들의 주장이다. 혹자는 정부가 경제민주화를 핵심 대선공약으로 내세우고도 이를 이행치 않는 것은 재벌 눈치 보기라 비판한다. 야당과 진보인사들의 주장이다. 어느 편에 설지는 각자 판단할 일이지만, 경제민주화의 정체를 알아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인즉 주마간산이나마 훑어보기로 하자.

 학자들은 경제민주화의 3대 축으로 소유구조 개혁, 불공정 거래 처벌, 동반성장을 든다. 재벌의 지배구조를 깨는 소유구조 개혁은 사전규제로서 국가 경제의 근간을 손보는 중대사다. 재벌 개혁인가, 재벌 때리기인가로 설왕설래가 심한 이 문제는 계열사 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순환출자 금지와 문어발식 경영을 억제하려는 출자총액 제한이 그 핵심이다. 실로 해방 이후 우리 경제를 지배해온 재벌이라는 경제 공룡의 생멸이 달린 엄청난 과제라 하겠다.

 다음으로, 사후규제인 불공정 거래 처벌은 속칭 경제경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수행한다. 그동안 솜방망이 제재라는 둥,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하다는 둥, 세간의 비판을 약으로 삼아보다 공정한 감시와 처벌이 요구된다.

 마지막 남은 것이 동반성장인데, 이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자율적 합의 조정 방식으로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을 유도하고 있다.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침해,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촉발된 양극화의 심화는 급기야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를 탄생시켰다. 아울러 대기업과 협력업체 간 성과공유를 위한 다양한 논의들도 목하 전개되고 있다.

 전북도 역시 지자체로는 드물게 경제민주화에 큰 관심을 두고 있는데, 예를 들어 도내 중견기업이 신생기업을 1:1로 멘토링 해주는 시책을 비롯하여 공공구매의 촉진, 사회적 경제의 육성 등이 그것이다. 특히 2015년 전라북도 경제민주화 조례를 제정하여 제반 산업 부문에서 동반성장을 유인하고 있는바, 광역단체 중에서는 우리도가 이 분야에서 가장 선구적이라 자부해도 좋겠다.

 제도야 어떻든 핵심은 사회구성원의 상생의지로 상호 존중, 소통과 협업이 요체다. 그리고 경제민주화의 길은 경제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전라북도가 반드시 찾아가야 할 ‘가리어진 길’이기도 하다. 이러한 탐험 길에 산-학-관의 애정 어린 동참과 협력을 기대한다.

 홍용웅<전북경제통상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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