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혁명, 기념보다 계승이 중요하다
동학농민혁명, 기념보다 계승이 중요하다
  • 이윤영
  • 승인 2016.06.13 2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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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가 한 살 두 살 더 먹어가면서 사물을 바라보는 나 자신의 변화를 느낀다. 아름다운 것, 예쁘지 않은 꽃이 있는가. 신비롭지 않은 새싹이 있는가. 소중하지 않은 생명이 있는가. 그래서 동학 천도교에서는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인내천(人乃天)에서 머물지 않는다. 물물천사사천(物物天事事天)이라 하여 만물까지도 하늘처럼 섬기는 생명존중사상이 전해온다. 바로 사람중심의 세계관에 머물지 않고 천지만물까지 시천주(侍天主) 즉 한울님을 모신 동포이자 공동체의 세계관으로 여기는 것이다.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 추진의 논란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2004년‘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선포되고 시행되었다. 그 후 수차례에 걸친 동학농민혁명 법정기념일 즉 국가기념일 추진이 시도되었지만 심한 논란과 지역대결로 결국 무산되곤 하였다. 그동안 정읍시, 고창군, 부안군, 전주시, 공주시 등 주요 기념일 해당지역 기념사업회와 지방자치단체에서 합일점을 찾지 못하고 영구과제로 남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염려도 있었다. 특히 혁명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2개 지역인 정읍과 고창 즉 황토현 전승일(양력 5월11일)과 무장기포일(양력 4월25일)의 주도권 경쟁에 있어 결정적인 단계에서 중단되는 사태가 반복되었다. 이러한 이유에 대해서는 그만큼 두 지역의 기념일이 중요하다는 긍정적인 생각도 할 수 있다.

급기야 동학농민혁명 120주년인 2014년 음력 12월을 넘기지 않으려는 절치부심의 노력으로 양력 2015년 3월,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 제정추진위원회(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동학농민혁명전국유족회, 천도교, 학계 대표 등) 동학혁명관련단체들의 표결결과, 투표에 참석한 20개 단체 가운데 찬성 13, 반대 6, 기권 1로 전주화약일인 양력 6월 11일이 최종 채택되었다. 그러나 몇 개 지역단체들의 계속된 문제제기와 단체행동 등에 의해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기념일제정추진위원회에서 결국 전주화약일을 단일 기념일로 문화체육관장부에 정식 건의하였다. 그런데 정부에서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부담스러웠는지 또다시 유보되었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직접 나서게 되었다.

동학농민혁명 전주화약기념일 추인

언론보도와 관련자 등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올 2016년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와 동학농민혁명 관련 민간단체에서 추천받은 전문학자들을 먼저 제시한 자격기준에 의한 심사결과 11명을 엄선하여 법정기념일 학계자문단을 구성하여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을 토론하기 시작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법정기념일 학계자문단’이 전주화약일인 6월 11일(음력 5월 8일)을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로 제정하기로 결정했다.

국가기념일 학계자문단은 3차 최종회의에서 지금까지 거론되었던 전국의 총 14개 기념일 중에 표결과 가산점을 거쳐, 양력 2월 14일 고부봉기일, 4월 25일 무장기포일, 6월 11일 전주화약일, 12월 5일 우금치전투일을 두고 투표를 했다. 최종 전주화약일과 우금치전투일의 결선 표결에서 전주화약일이 채택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국가기념일 학계자문단 11명이 국가기념일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벌였다”며 “결과 보고서를 검토해 국가기념일 추진 여부를 결정하고, 추진이 확정되면 행정자치부에 검토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필자는 언론뉴스를 보고 직접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와 통화를 했다. 곧 문체부의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설명을 들었다. 문체부의 공식발표가 결정되면 행정자치부의 검토에 의한 국무회의 최종 승인이 남아있다. 그렇게 되면 동학농민혁명의 법정기념일이 결정되는 것이다. 필자로선 오랫동안 기념일 추진 과정을 지켜보았고 또한 직접 표결까지 해보았다. 그래서 기념일 말만 나와도 가슴이 쓰리고 아프다. 끝으로 동학은 실천하는 것이지 기념하는 것이 아니다. 기념은 실천을 전제로 하는 것이지 아니면 죽은 것과 같다. 그래서 기념보다는 계승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 것을 제안한다. 그래야 살아있는 동학이요 혁명인 것이다.

이윤영<동학혁명(백주년)기념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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