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농가소득, 품목·규모별 양극화 뚜렷
2015년 농가소득, 품목·규모별 양극화 뚜렷
  • 황의영
  • 승인 2016.06.08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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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 고향에 다녀왔다. 언제나 그러하듯 고향은 나를 반갑게 맞이해줬다. 산에는 녹음이 짙어가고 모내기가 끝난 들판에는 여린 모가 살랑 이는 바람에 간지럼을 탄다. 흰 꽃과 자주색 꽃을 피운 감자는 알을 품은 어미닭마냥 감자알을 품고 앉아 씨알을 키우고 있다. 겉보기에는 그저 평온한 농촌풍경이다. 그러나 지난해 풍작으로 쌀값이 최근 5년 중 가장 크게 떨어져 농가에 큰 시름을 안겨주고 있었다. 때가 되어 모는 냈지만 올해 쌀값이 어떻게 될지 농업인들의 가슴엔 불안한 마음 가득했다. 농업인들은 농사는 짓고 있지만, 마음은 편치 못했다.

 통계청이 지난 5월24일 ‘2015년 농가 및 어가경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15년 농가 평균소득이 3천721만5천원이며 2014년에 비해 6.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농가의 지출은 3천61만3천원으로 0.2% 늘었다. 비록 농가소득이 증가했지만, 이를 살펴보면 품목별로 격차가 심하다. 축산소득이 가장 높다. 7천964만9천원으로 전년대비 10.1% 증가했다. 논벼 소득은 2천558만8천원으로 전년보다 13.7% 증가했다. 쌀값 약세로 쌀 판매 소득은 줄었는데 직불금 소득이 이를 메워줬다. 과수소득은 3천403만9천원으로 2014년에 비해 1.7% 감소했다. 채소소득은 2천700만1천원으로 4.9% 늘었다. 통계청은 “지난해 농업 총수입 가운데 농작물 수입은 두류·과일 등의 수입이 줄어 0.8% 감소했고 축산 수입은 16.1%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2015년 농업소득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축산을 제외한 대부분 품목이 전년보다 수입이 줄었다. 2015년 농가소득은 10년 전인 2005년 3천50만3천원보다 22% 성장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우리나라 국민총생산(GDP)은 53.34%가 증가해 농가소득보다 2.42배 더 증가했다. 지난 10년 동안 국민 전체 평균소득 증가율보다 농가소득 증가율이 2.42배 적게 성장했다는 얘기다. 경지규모별로 보면 소득의 양극화가 뚜렷하다. 2015년 경지규모 5ha 이상 농가의 소득은 7천29만4천원으로 전체농가 평균소득의 1.9배 수준이고 농가수가 가장 많은 경지규모 0.5ha 미만 농가의 소득은 3천286만원으로 5ha 이상 농가의 46.7%밖에 미치지 못했고 농가평균소득의 88.3%에 불과했다. 1.5~2ha미만 농가소득도 3천456만4천원으로 농가 평균소득의 92.9%에 머물렀다. 2014년 기준 경지규모가 0.5ha 미만인 농가는 전체 농가의 42%이고 2ha 미만인 농가는 83.8%에 달했다. 농가 전체의 83.8%가 3천456만4천원 이하의 소득을 올려 농가소득에서 양극화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지난해 도시근로자가구(2인 이상) 평균소득이 5천780만400원으로 도시근로자가구 소득대비 농가소득은 64.3%에 그쳤다. 농가소득은 크게 농업소득·농업외소득·이전소득·비경상소득 등 4가지 소득으로 구성된다. 2015년 농가소득 중 농업소득은 1천125만7천원이고 2014년 1030만3000원 대비 9,3% 증가했다. 2015년 농업총수입 3천365만4천원에서 농업경영비 2천239만8천원을 뺀 1천125만7천원이 농업소득이었다. 농업외소득은 1천493만9천원으로 전년대비 0.9% 높았다. 이전소득은 790만6천원으로 15.9% 증가했다. 이전소득이 이렇게 크게 늘어난 것은 기초연금 등의 공적보조금과 자식들이 부모에게 주는 용돈 등 가구간 생활비 보조인 사적보조금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통계청은 밝혔다. 비경상소득도 311만4천원으로 2.8% 늘었다. 비경상소득은 비정기적인 소득으로 경조비·축하금 등을 말한다. 농가가 실제로 농사를 지어서는 지난 한 해 동안 1천125만7천원을 벌었다는 얘기다.

 지난해 농가 소득이 늘었다고 하지만 도시근로자가구 소득의 64.3%에 그치고 있다. 그것도 대농과 소농의 격차가 크다. 지난해 농가평균소득을 높인 것은 한우와 돼지를 기르는 축산농가의 소득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축산뿐만 아니라 채소·과수·쌀 등 모든 품목의 소득이 높아질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자연재해를 대비하여 농작물재해보험 가입을 확대하고 밭직불금 확대 등의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농업소득이 절대적으로 낮다는데 문제가 있다. 농업소득을 높이는 대책이 우선돼야 하겠다. 말없이 자기 직분을 다하는 농업인들이 무슨 잘못이 있는가? 그들도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제 농업인들도 인간답게 살아보자. 지혜를 모으자. 그렇게 되도록…….

 황의영<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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