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쓰레기 분리수거 ‘엉망’
전주시 쓰레기 분리수거 ‘엉망’
  • 박진원 기자
  • 승인 2016.05.2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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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불이 싫어요, 저는 일반쓰레기가 아니라 재활용 쓰레기에요, 저를 살려주세요”

 이른 새벽 청소차에 실려 전주시 한옥마을에서 전주권소각자원센터 소각로로 들어가는 페트(PET)병의 절규다.

 페트병의 절규는 분리수거 배출이 정착되지 않는 한 계속될 수밖에 없다. 혼입 쓰레기 배출로 인한 운반수거비 가중, 소각로 수명 단축, 자원 낭비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전주권소각자원센터는 전주, 김제, 완주군에서 반입되는 생활쓰레기를 소각 처리하는 곳이다. 생활쓰레기를 비롯해 압축베일, 대형폐기물 등 하루 282톤의 생활폐기물을 소각 처리한다.

 이곳은 재활용을 제외한 생활폐기물 소각 처리 시설이지만, 재활용·소각용·음식물이 뒤섞인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오전 9시 한옥마을에서 쓰레기수거차 한 대가 들어왔다. 전주권소각자원센터 주민지원협의체 감시원이 쓰레기 분리수거 상태를 확인했다. 쓰레기봉투 하나를 뜯자 음료수병, 플라스틱, 스티로폼, 과자 봉지, 비닐로 넘쳐난다. 대부분이 재활용 쓰레기다. 다른 봉투도 절반 이상이 재활용이거나, 음식물이 혼입된 상태다.

 전주권소각자원센터는 재활용과 소각용 구분없이 들어온 쓰레기로 실랑이가 벌어지기 일쑤다. 주민감시요원에게 부여된 임무는 처리대상 폐기물 반입이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를 충실히 이행하면 반입 거부로 인해 쓰레기가 갈 곳이 없다. 그렇다고 마냥 지켜만 볼 수는 없는 등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올해도 최근 일부 쓰레기 수거차의 반입을 거부했지만, 쓰레기 분리수거 상태는 예전과 달리진 게 없다.

 전주시도 마땅한 대안이 없다. 아파트 단지는 대부분 분리배출이 자리를 잡았다. 문제는 주택과 상가 밀집지역에서 나오는 쓰레기다.

 한옥마을, 서부신시가지 중심 상권, 대학교 앞 상가지역, 원룸 밀집 지역에서 나오는 쓰레기 분리수거가 골치다. 이들 대부분의 생활폐기물은 소각용과 재활용, 음식물쓰레기 등이 혼입된 상태로 분리배출이 엉망이다. 시민 의식 부재와 청소행정이 손을 놓는 사이 자원과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

 전주권소각자원센터는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된다. 한해 소각로 운영에만 70억 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된다. 분리수거가 안 된 쓰레기 소각으로 소각로 고장도 잦다. 소각로는 2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이제 10년된 소각로는 올해만 여섯 번이 고장나고, 수리비로 6억 원이 소요된 상태다. 20년 동안 사용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쓰레기 분리수거 미비, 이에 따른 운반수거비 가중, 자원 낭비, 소각로 수명 단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전주권소각자원센터 주민감시요원은 “전주시의 입장도 이해는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 들어오는 쓰레기의 분리수거 상태가 엉망이다”며 “전주시가 주민 홍보, 단속 등을 통해 분리수거 정착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며 “홍보와 단속을 통해 분리수거에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박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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