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근이 버티며 명맥 잇는 TV 육아 프로의 진화
근근이 버티며 명맥 잇는 TV 육아 프로의 진화
  • 연합뉴스
  • 승인 2016.05.2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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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성 강화 속에서 축소·폐지…세태 발맞춰 변화

낭랑한 '뽀미언니' 목소리에 집집마다 꼬마들 눈이 절로 뜨이던 시절이 한때 있었다.

유아 교육 프로그램은 본격적인 제작 붐이 일었던 1980년대 초부터 1990년대 중반만 해도 평일 아침 TV 편성표의 터줏대감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TV유치원'과 '딩동댕 유치원' 정도만이 진화를 거듭하며 명맥을 잇고 있다.

◇ 뽀뽀뽀·TV유치원·딩동댕 유치원 치열한 경쟁도

종합 매거진 형식의 유아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제작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부터였다.

"아빠가 출근할 땐 뽀뽀뽀, 엄마가 안아줘도 뽀뽀뽀"라는 '불후의 명곡'을 남긴 MBC TV '뽀뽀뽀'는 1981년 5월 25일 방송을 시작했다.

이듬해 3월과 9월 지금의 EBS TV '딩동댕 유치원'과 KBS 2TV 'TV유치원'이 각각 '텔레비전 유치원'(당시 KBS 3TV)과 '하나 둘 셋'이라는 이름으로 선보였다.

이들 세 프로그램은 아빠가 출근하고 엄마가 집안일에 여념이 없는 평일 아침에 아이들을 사로잡으며 '천하 삼분' 구도를 완성했다.

이들보다 단명했지만 1994년 신설된 KBS 2TV '혼자서도 잘해요'도 지금도 많은 이가 기억하는 인기 유아 프로였다.

이들 방송에 출연한 어린이는 동네 유명인사가 됐다.

'뽀뽀뽀'는 왕영은, 최유라, 장서희, 이의정, 조여정 등 진행자 '뽀미 언니'가 유명해지면서 스타 등용문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지난해 MBC TV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마리텔)에 출연했던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 씨도 '하나 둘 셋'을 통해 어린이들을 종이접기의 신묘한 세계로 인도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91년 출범한 SBS TV에서는 1994년 '또또랑 아이랑', 이듬해 이를 대체한 '열려라 삐삐창고'를 선보였다. 당시 '열려라 삐삐창고' MC는 방송인 홍진경이었다.

◇ 1990년대 방송 상업성 강화 속 입지 축소

유아 프로는 1990년대 중반을 전후로 예전보다 입지가 조금씩 축소됐다.

방송의 상업성 강화 흐름 속에서 구매력이 없다시피 한 유아 프로는 결코 매력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주부를 겨냥한 정보성 프로그램이 그 자리를 조금씩 채웠다.

MBC는 1993년 4월 '뽀뽀뽀'를 주 6회에서 주 1회로 줄였다가 빗발치는 항의에 원상회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아 프로는 방송사 개편 때마다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했다. 프로그램은 평일 오후 시간대로 밀려났고 방송 횟수도 대폭 줄었다.

최장수 유아 프로였던 '뽀뽀뽀'는 2007년 '뽀뽀뽀 아이조아'로 이름을 바꾸고, 경제 교육 코너를 신설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2013년 8월 7일 7천754회를 마지막으로 종영했다.

'TV유치원'은 'TV유치원 파니파니'로 이름을 바꾼 2007년부터 늦은 오후 시간대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는 매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오후 3시 30분에 방송된다.

'뽀뽀뽀' 퇴장 후 최장수 바통을 이어받은 '딩동댕 유치원'만이 평일 오전 8시대를 지키고 있다.

◇ '유튜브 스타' 진행자로 기용·키즈앱 출시

명맥을 유지한 유아 프로는 사회 세태 변화에 발맞춰 진화 중이다.

23일 부분 개편을 단행한 'TV유치원'이 '유튜브 스타'를 성인 진행자로 기용한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장난감 사용기를 보여주는 인기 유튜브 채널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의 진행자 캐리는 'TV유치원'에서 '캐리와 냠냠밥상'을 맡았다.

연출자인 안지민 PD는 이날 개편 설명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 어른이 생각하는 바른 스타일의 언니나 오빠를 (성인 진행자로) 내세웠다면, 이제는 인터넷 영상 매체로 많은 것을 접하는 아이들의 스타인 캐리를 섭외했다"고 밝혔다.

'TV유치원'은 다음 주부터 프로그램을 2천여개 영상이 담긴 애플리케이션으로도 접할 수 있게 했다.

안 PD는 "요즘 아이들은 'TV유치원' 볼 시간에 집에 없다"면서 "지난 30년간 쌓인 'TV유치원' 콘텐츠를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키즈앱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딩동댕 유치원'도 카카오 스토리채널을 통해 부모에게 시청 가이드를 제공하는 등 변화를 꾀하는 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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