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FF] 베일 벗은 전주시네마프로젝트
[JIFF] 베일 벗은 전주시네마프로젝트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6.05.0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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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상영작인 '우아한 나체들'이 처음으로 공개된 직후 루카스 발렌타 리너 감독이 관객과 만남의 시간을 갖고 있다. (JIFF 제공)
전주국제영화제의 간판 프로그램인 ‘전주시네마프로젝트’는 장편 제작 프로젝트로 변화한 이래 세 번째를 맞았다. 지난 두 해 동안의 프로젝트가 여러 국내외 영화제에 초청되는 성과를 거두면서 작품성 면에서 인정을 받았다면, 올해는 국내 극장개봉에서 보다 가시적인 성과를 내보이겠다는 포부를 밝힌 전주국제영화제. 올 전주시네마프로젝트에는 ‘우아한 나체들’‘우리 손자 베스트’‘눈발’총 3개의 작품이 지난달 29일과 30일 전주에서 첫 관객들과의 교감을 나눴다. 그 뜨거운 현장을 따라갔다. <편집자주> 

 ▲부조리한 현대인의 삶을 관통한 ‘우아한 나체들’

 

 특정한 무리들만의 커뮤니티, 빈민층과 상류층의 긴장감. 아르헨티나의 이 모든 상황들은 한국과도 별반 다르지 않게 느껴졌다. 영화 ‘우아한 나체들’은 부조리한 현대인의 삶을 관통한 이야기들로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29일 첫 관객과 대화에 나선 루카스 발렌타 리너(Lukas Valenta RINNER) 감독 역시 긴장된 표정이었다. 영화제 시작 2주 전이 되어서야 마칠 수 있었던 뜨끈뜨끈한 신작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자리이다보니 그 긴장감은 이루말 할 수 없었을 터.

 데뷔작 ‘전쟁을 준비하라’로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한 바 있는 그는 이번 프로젝트의 참여가 누구보다 소중했음을 밝혔다. 아이디어와 기획단계에 있었던 내용을 작품으로 구체화시키는데 속도를 낼 수 있었고, 결국 그 결과물은 기간 내에 내놓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기획단계에 있었던 이번 작품의 경우 다큐로 끌고갈지, 극영화로 만들지 조차 결정이 되어있지 않았었는데 전주영화제측의 프로젝트 참여 제안을 받고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었다”면서“보통은 시나리오를 마치고 제작비를 얻는 경우가 많은데, 제작비를 일찌감치 확보할 수 있어 촬영중에 융통성을 발휘해 여러가지를 실현해 보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이어 그는 “영화 속 나체주의자라는 공동체는 저항적이면서도 급진적인 삶의 태도를 보여주는 무리로 특별한 공동체를 중심에 둔 특이한 형태인데, 현대인의 모습과도 상통하는 부분이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면서 “중산층과 상류층, 빈민계층 사이의 긴장감이 상당한 아르헨티나의 현 상황을 묘사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세대 간의 소통이 필요해 ‘우리 손자 베스트’

 

집을 나와 고시촌을 전전하는 청년과 좌파 척결을 주장하는 보수적인 노인의 웃지 못할 이야기에 관객들은 공감했다.

 30일 첫 선을 보인 김수현 감독의 작품 ‘우리 손자 베스트’는 ‘키보드 워리어’ 교환과 평생 ‘애국 노인’을 자처한 정수가 우연히 만나 할아버지와 손자처럼 관계를 그려 나가는 블랙 코미디 물이다. 극 중에서는 전쟁을 겪은 전후세대의 불만족스러운 현실과 IMF를 겪은 20대들의 불안정한 세태를 적나라하게 반영했다.

 상영이 끝난 직후 진행된 GV에서는, 김수현 감독과 출연 배우인 명계남, 구교환, 김상현 등이 마이크를 잡고 후일담을 전했다.

 먼저 김영진 전주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는 “영화제를 앞두고 사전에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처럼, 이번 영화가 예상대로 따뜻하면서도 재미있게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수현 감독은 “지난 90년대 후반에 억눌리고 불편한 삶을 살았던 10대들이, 지금의 20대로 성장하여 느끼게 되는 사회에 대한 좌절감, 분노 등을 담아내고 싶었다”며, “이를 통해서 젊은 세대와 오랜 세월 고생과 역경을 경험한 기성세대와의 언발란스한 관계를 다시 비춰볼 수 있도록 이야기를 만들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명계남 배우는 “촬영 당시 굉장히 추운 날씨 속에서, 여러 배우들과 스태프가 고생을 하면서 찍은 작품이기도 하다”면서, “앞으로 제작 환경이나 투자 등이 더 좋아지면 젊은 감독들이 펼칠 수 있는 이야기가 더 많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도 지켜주지 않는 소외된 누군가의 이야기 ‘눈발’

 

 영화 제목은 ‘눈발’이지만 역설적으로 눈이 오지 않는 마을, 고성을 배경으로 고등학생 민식과 왕따 소녀 예주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둘은 어른들과 또래들의 폭언이나 폭력 속에서 벼랑 끝에 내몰리며 친구가 된다. 그럼에도 세상은 그들이 머물 만한 공간을 쉽사리 내어주지 않는다.

 영화 상영 직후 GV에 나선 조재민 감독과 배우 지우는 영화‘눈발’의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이번 영화는 조 감독이 장편 데뷔작으로 메가폰을 잡게 되고, 지난 2015년에 1기로 입학한 명필름영화학교와 첫 작품이기도 하다.

 감독의 어린 시절, 괴롭힘을 당하던 친구를 돕지 못한 기억에서 작품이 만들어지게 됐다.

 조 감독은 “(자전적 이야기 때문에) 딜레마도 있었는데, 일부 불쾌하고 불편한 성장의 기억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작품을 준비하고 나서 시나리오 작업을 하며 느꼈던 건, 누구나 삶 속에서 방관자일 수 있다는 경계를 가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극 중 예주로 출연한 지우는 “같이 촬영한 염소가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도 있고, 고성이 남쪽이더라도 다소 쌀쌀한 날씨였는데 밤하늘에 많은 별들이 기억에 남는다”면서, “촬영 기간 동안 연출진의 많은 배려가 있어서 연기에 집중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미진 기자·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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