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재 지정 기념, 장동국 도예전
무형문화재 지정 기념, 장동국 도예전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6.03.1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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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29호 사기장(분청사기) 토광 장동국

 젊은 날, 고향 경기도 이천에서 분청사기의 대가인 스승에게 그 기법을 전수받으면서 도공을 길을 걷기 시작한 토광 장동국. 지문마저 다 닳아 없어진 손으로 빚어낸 그 세월의 흔적, 인고의 시간의 빚을 과연 누가 알 수 있을까.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낸 그는 환갑을 넘긴 이제야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인다.

지난해 말 전라북도무형문화재 제29호 사기장(분청사기)에 이름을 올린 토광 장동국(62) 명인이 전시회를 개최한다.

 전시는 18일부터 24일까지 김제예술회관전시실에서 1차로 진행되고, 4월 12일부터 4월 25일까지 전주공예품전시관으로 이어진다.

 그동안 열여섯 번의 개인전과 다수의 초대전, 특별전을 치르는 등 그 경력도 상당하지만, 이번 전시는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을 기념해 처음으로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라는 점에서 그 무게감이 상당하다. 매일 같이 “작업에 몰두하며 오늘보다 나는 내일을 기약”해온 작가는 그렇게 또 한 번의 출발선에 서 있다.

 토광은 경기도 이천 출신으로, 이제는 전북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아 작품 활동에 매진 중인 도예가다.

 도예가들에게 있어 흙은 신체의 일부와도 같은 것. 좋은 흙을 찾아 남쪽으로, 남쪽으로 내려온 그가 전북과 인연을 이어온지도 벌써 열두 해를 훌쩍 넘기고 있다. 흙의 숨소리를 들으면서 불을 지피고, 물레를 돌리는 외길 인생은 이천이나 진안이나, 김제에서도 매한가지지만 김제와의 인연은 질기고도 특별하다.

 그는 김제에 정착하면서부터 보다 철저하게 전통을 따르는 분청사기의 멋을 재현해 보이는데 집중하고 있다. 흙을 처음으로 만졌던 열다섯 소년, 그 시절의 분위기 그대로 모든 감성을 쏟아내고 있는 모습이다. 도자기를 빚고 굽는 일 외에는 세상사에 별 관심이 없는 토광의 작품에는 하늘의 자유로움과 시시각각 변화하는 땅의 기운, 물의 여유로움까지 투영되어 있다.

 토광의 이번 전시는 우리나라 어느 도자기보다 자유분방한 매력을 지닌 분청사기의 매력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전통기법을 따르고 있기는 하지만 한 도공의 혼을 아낌없이 불어넣고 있으니, 옛것을 재현하고 있다기 보다는 재탄생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

 토광은 이번 전시에서 총 3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실험에 실험을 거듭해 김제 흙으로 빚어낸 도자기의 영롱한 빛은 그야말로 최고라는 찬사가 이어지고 있는 분청사기와 청자 일부도 선보인다.

 평생 흙을 만지고 살아온 도공의 자신감과 여유로움,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작품들은 보는 이들의 심리상태에 따라 다른 이야기를 건넨다.

 그도 그럴 것이 고려 말과 조선 초, 사회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도자기가 바로 분청사기다. 그 분청사기에는 유독 물고기와 연화 문양들이 많았는데, 이들은 모두 물과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라는 것이 토광의 설명. 마음속에 화가 가득했던 혼란의 시기, 그 화를 식혀주는 것이 바로 물의 이미지였다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복잡한 시대를 꾸역꾸역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에게 토광이 빚은 도자기는 ‘위로’가 되기 충분해 보인다.

 1972년 고려도요에 입문한 그는 광주요, 해강청자 연구소 등을 거치며 우리 전통도예의 발자취를 이어오고 있다. 1989년 토광도예를 설립하며 자신만의 색깔을 빚어내기 시작했고, 일본과 중국 등 국내외를 넘나들면서 우리전통 도자기의 아름다움을 널리 전파하고 있다. 제19회 대한민국 종합미술대전 총재상, 중·한 미술대전 대상, 제20회 대한민국 국제미술대전 최우수상, 제22회 대한민국 종합미술대전 명장, 제1회 이천 국제 도자기 EXPO 특선 등의 수상경력이 있다.

 전통도예의 발전을 위해 힘써온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전라북도무형문화재 제29호 사기장(분청사기) 보유자로 지정됐다. 현재 국제미술작가협회 김제시지부장, 토광도예연구원장, 21세기미술대협회 분과위원장으로 활동, 김제 벽골제 창작스튜디오 ‘토광요’를 운영하면서 작품활동과 방문객들의 도자기 체험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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