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없는 학교
스마트폰 없는 학교
  • 임희종
  • 승인 2016.03.10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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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향한 교육의 화두는 창의성에 두고 있다. 이 창의성은 깊이 생각하는 통찰력이 기반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가정, 학교 어디서나 학생들은 스마트폰의 노예가 된 지 오래다. 두셋만 모이면 스마트폰을 켜고 게임에 빠져있다. 게임과 음란물에 빠져 밤을 센다. 그러나 보니 학교에 오면 엎드려 잠을 자는 학생들이 많다. 교실에서도 학습하기보다는 게임을 하기에 여념이 없다. 생각할 겨를이 없다.

빌 게이츠의 아이폰 탄생에 대한 환호가 터진 이후, 스마트폰은 많은 지식 정보의 보고가 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미 스마트폰은 많은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대한 소아청소년 정신의학회는 청소년 4명 중 한 명은 스마트폰 중독이라면서 게임과 SNS중독, 온라인 따돌림, 학습능력 저하, 생체리듬 변화 등 다양한 폐해를 드러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해 일본 문부과학성이 중학교 3학년 100만명 생활습관 조사를 하고 학력평가 점수를 비교해 본 결과, 스마트폰(게임 제외)을 4시간 이상 하는 학생들은 수학 과학 점수가 15점 정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하였다. 영국에서도 91개 학교 13만여 명을 조사한 결과, 교내 스마트폰 반입금지 정책을 도입한 학교들이 이전과 비교하여 평균 6.4% 성적 향상이 나타났다고 보고하였다. 일본 학생들은 스마트폰을 거의 갖고는 있으나 학교에는 가지고 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법으로 정하고 있다. 영국도 스마트폰 문제를 교육 담당 학자들이 연구를 시작하였다.

우리 학교 1학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기간인 2박3일 동안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수거하여 학교에 두고 청소년생명체험센터를 출발했다. 학생들의 손에서 스마트폰이 사라지니 친구들과 대화가 살아났다. 화제가 책에 대한 얘기다. 물론 그 동안 책을 읽고 오게 한 이유도 있겠으나 처음 만나는 아이들의 대화가 “너 이책 어떻게 읽었니?” “인상 깊은 대목은 어디야?” 등 요즘 아이들게서는 거의 들을 수 없었던 기상천외(?)의 언어들이다. 팀별로 나누어 내용을 나누고 발표하다보니 책의 핵심사항을 알 뿐 아니라 정서도 공유하게 된다.

 학년부장의 추천으로 최재천의 “과학자의 서재”, 김정태의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임승수의 “청춘에게 딴짓을 권한다”, 고미숙의 “공부의 달인 호모쿵푸스”, 전 광의 “평생감사” 5권을 읽고, 학급별 조를 만들어 내용을 정리하여 발표하게 하였다. 팀에 속한 친구들이 열띤 토론을 하며 2절지에 그림도 그리고 내용을 정리한다. 담임교사와 반에서 가장 잘된 조를 선정, 학급 대표로 1팀씩 나와서 내용을 발표하게 한다. 가장 유익하고 감동적인 발표를 한 우수팀을 선발하여 시상도 하였다.

 2박 3일을 보내며 스마트폰이 없으니 옆 친구에게 책에 온통 정신이 쏠려 있음을 보았다. 선생님, 친구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저녁 늦게까지 이야기꽃을 피운다. 온전히 맘을 다해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답한다. 이런 모습을 보며, 담임 선생님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우리 반 아이들이 학교에 가서도 이렇게 학생들끼리 서로 관심과 소통이 살아나면 좋겠다. 그리고 스마트폰 대신 책을 읽게 하자고.

  청소년기가 되면 쾌락을 느끼는 변연계는 거의 성인 수준으로 발달하지만 절제 등 고차원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은 아직 덜 자란 상태라고 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무작정 너희들이 판단해서 하라고 하는 것은 자유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방치일 수 있다.

  그래서 우리 학교에서는 1학년 담임선생님들의 뜻을 수용하여 스마트폰 없는 학교를 만들어가 보기로 하였다. 이런 분위기를 전체 교직원들께 2,3학년들에게도 확산하자고 제안하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부모님의 급한 소식은 담임교사가 학생에게 전해 주어야 하므로 좀 불편할 수 있다. 그러나 학교만에서라도 우리 학생들 손에 스마트폰 대신 선생님의 추천도서를 들려주고 싶은 맘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임희종 전주신흥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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