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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불범정(邪不犯正)
우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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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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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전주지방법원 남원지원 105호 법정.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순창군수 부인 권모(58)씨가 피고인석에 자리 잡았다. 재판부인 남원지원 형사1단독 이보형 부장판사는 20여분이 넘는 판시이유에 이어 “피고인 무죄”라고 선고했다. 평생을 청렴한 자세로 살아온 한 공무원 아내의 ‘알선수재 혐의’라는 불명예와 억울함을 사법부가 풀어준 순간이었다.

 선고 후 재판부가 퇴장하자 무죄 선고를 받은 권씨는 여러 회한이 몰러 오는 듯 울음을 터트렸다. 이때 흘린 눈물의 의미는 물론 본인만이 알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남편인 순창군수에 대한 미안함과 자녀 결혼식 얼마 후 구속된 이유로 사돈댁에 대한 죄송함이 겹쳤을 수도 있다. 또 남편을 지지했던 수많은 군민에 대한 송구함도 빠지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날 법원으로부터 무죄가 선고된 권씨는 지난 2013년 4월26일께 자택에서 여성 지인인 A씨로부터 B씨의 아들을 군청 기간제 공무원 채용 대가로 2천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됐었다. 지난해 6월15일 구속됐다가 같은 해 9월25일 보석으로 풀려나 그동안 재판을 받아왔다. 또 검찰은 지난달 2일 결심공판에서 권씨에 대해 징역 2년에 추징금 2천만원을 구형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선고에 앞서 순창지역에선 권씨의 혐의와 관련해 2천만원을 전달했다는 A씨의 주장에 고개를 갸우뚱한 분위기가 역력한 것도 사실이다. 그 배경에는 정식도 아닌 임시직(기간제) 공무원 채용 대가로 2천만원을 받았다는 것에 대한 의구심이었다. 기간제의 월 급여는 100여만원 가량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소도 웃을 일”이라는 여론이 일었다. 또 채용도 안 한 것은 물론 돈까지 되돌려주지 않았다는 주장도 고개를 갸우뚱한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재판부도 이날 판시이유를 통해 “피고인의 금품수수 사실에 관하여 금융자료 등 객관적 물증이 없는 이상 이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는 금품 제공자인 A씨의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의 각 진술이 유일하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우선 A씨 진술의 신빙성 여부를 판단한 후 이를 기초로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되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재판부는 금품제공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는 A씨가 소지하며 사용했던 카드의 사용내용과 권씨의 자택과의 거리로 말미암은 차량운행 시간 등을 이유로 들어 “A씨가 피고인에게 현금을 전달했다고 주장하는 일시에 현장(순창)에 부재하였음을 객관적인 자료에 의해 여실히 드러났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또 B씨의 아들 취업청탁의 경위에 관해서는 이력서를 피고인의 자택에 전달할 당시 군수도 함께 있었다고 A씨는 주장했다. 하지만, 당일 군수는 산불피해예방 업무로 군청에 출근해 종일 관내 순시업무를 했고, 이는 군수가 이용했던 관용차량 운행일지 등을 비추어 피고인이 군수와 함께 있던 자리에서 A씨가 이력서를 전달했다는 진술은 증거들과 배치된다고도 했다.

 특히 A씨는 2013년 4월23일 오전에 특정회사 사무실에서 B씨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2천만원만 달라, 피고인과 관련된 일이다’는 이야기를 했고 같은 날 수표로 2천만원을 교부받았다고 진술했으나 재판부는 “B씨는 법정 진술을 통해 A씨가 처음에는 급한 사정이 있어 2천만원만 빌려달라고 했으며 이후 3∼4일이 지난 후 수표로 주었다는 것 등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이밖에도 재판부는 A씨와 관련된 진술에 신빙성과 금품 제공 이후 사용한 현금 및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하게 하는 사정 등을 자세하게 판단해 “이번 사건의 가장 유력한 증거인 금품 제공자의 법정 진술 등이 합리성이나 객관성이 없어 보이고, 일부 진술은 객관적인 증거와 모순된다”라며 “제출한 증거와 증인들의 진술로는 공소사실을 입증하기 어렵다”라고 무죄 선고이유를 밝혔다. 이날 군수 부인인 권씨의 무죄 선고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에선 ’사불범정‘(邪不犯正)의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즉, 바르지 못한 것은 바른 것을 감히 범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순창=우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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