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의 강렬한 충돌”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의 강렬한 충돌”
  • 박승환
  • 승인 2016.03.07 1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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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전주시내를 다니다 보면 전통적 한옥마을의 모노톤 위에 화려하고 아름다운 한복을 입은 젊은이들의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시작점이 누구의 아이디어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보기는 좋다. 많은 사람들의 눈과 마음이 즐겁고, 특히 외국인들의 눈에는 방문국의 문화적 트랜드를 눈앞에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 전통적 한복에서 봐왔던 기본적 디자인은 다르겠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이 원하는 만큼,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되어 우리에게 다시 다가온 관광형 패션 트랜드인 듯하다. 덕분에 많은 아마추어 사진가들에겐 좋은 작품소재 거리이며, 당사자들 또한 신세대답게 전혀 거리낌 없는 포즈 등으로 모델이 되어주니, 전국의 사진동호인들은 전주를 한 번쯤은 방문할 만한 충분한 이슈가 된다. 아울러, 스스로도 모델이 되어 수없이 셀카를 찍어댄다. 덕분에 SNS 등을 통한 ‘바이럴마켓팅’으로 홍보 효과까지 보태져, 세련된 한복 입고, 맛있는 길거리 음식과 함께 청년-몰 등을 누비는 그 모습 자체가 또 다른 관광문화의 자연스러운 트랜드로 굳혀지고 있는 듯하다.

 ‘전통, 예술, 음식’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수년 전 한국관광공사에서 발표한 여행지를 찾을 때 가장 많이 염두로 든다는 ‘삼총사’다.

 전라북도 및 전주의 경우, 이 3가지를 완벽에 가깝게 갖춰진 환상적인 여행지라고 판단된다. 아니 관광지다. 하드웨어가 출중하니 그 위에 뭐를 해도 잘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긴데…… 이게 조금은 위험한 발상이다. 우리한테는 관광 외에 지켜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문화예술의 보존과 발전이다. 예술은 하나의 문명이고, 문화이며 계속해서 스스로 진화된다. 하지만, 이젠 세계적 추세인 관광수입의 개척으로 인해, 현대의 문화예술은 모두 관광자원의 하나쯤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보태서, 이젠 예술문화가 관광자원의 하나이며, 관광과 따로 떼어서 이야기하기도 어렵다. 관광을 위한, 관광에 의한 예술로만 생존할 수도 있다. 그나마 올해부터 전북도에서 야심 차게 설립한 ‘전북문화관광재단’은 그 설립 취지를 전부는 알 수 없지만, 지역 예술가들의 지원 정책은 대부분 그 재단에서 시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 시작이지만 좀 더 전문화된 시스템의 지원이 기대된다. 전북도든 전주시든 관광과 공존해야 하지만 관람객과 소통하고, 품위 있게 작품 활동할 수 있는 여건과, 그들의 현장의 목소리를 지루하지만 보다 많이 듣고 해결해주기를 바란다. 물론 노력은 하는 듯하지만, 현장 상황을 보면, 담당자들은 매년 삭감되어 모자란 예산을 나누며, 나름 예술가들을 위한 정책을 논의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애처롭게 보일 수밖에 없다. 함께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필자는 사진인 이다. 사진은 조용히 관람객과 소통을 요구하는 또 다른 장르다. 사진의 힘은 강력하지만, 신경을 분산하는 소리나 움직임도 없다. 아무런 방해 없이 사진만을 감상할 수 있으며, 그것만으로도 큰 감동을 줄 수 있다. 관람객은 전시된 사진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에 온 힘을 기울이며 그 자체로 상상하고, 또 다른 장소에선 작품을 공론화하며 토론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특별함도 지닌다. 또한 ‘SNS’ 덕분에 세계와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도 있는 최대의 장점도 갖추고 있다. 이제 곧 5월이다. 5월의 ‘전주국제사진제’는 전주에서 열리는 국제적 사진행사다. 이 행사가 정신없이 질주해 온 우리들로 하여금, 가장 중요한 가치를 지닌 우리의 전통적 정신문화를 조용하고 품위 있게 이어갈 것을 기대한다. 사진은 시간을 연장하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박승환<전주국제사진제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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