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의견(second opinion)과 의사쇼핑(Doctor shopping)
이차의견(second opinion)과 의사쇼핑(Doctor shopping)
  • 김철승
  • 승인 2016.02.21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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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차의견( second opinion)이란 의학이나 법률분야 등의 특수분야에서 일차로 내려진 결론에 대해 반대의견은 없는지 다른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행위를 말한다. 흔히 병원에서는 어려운 진단이나 수술 결정시에 다른 의사의 생각을 묻는 이차의견수렴과정을 거친다. 신중한 결정을 위해 자신의 생각과 지식의 판단이 옳은지를 확인하기도 하고 이차의견이 다른 경우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점은 없는지 다시 한번 뒤돌아 보는 일종의 안전판 역할을 한다. 외과의사는 수술을 결정하는 사람이다. 수술을 할지 말지, 해야 한다면 어느 때에 할지를 빠르게 결정해야 하는 의사이다. 때문에 수련과정 중에 스스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훈련을 받고 선배의사로부터 자신의 결정에 문제는 없었는지를 계속해서 피드백 받는 훈련을 한다. 치료방법의 선택에서도 수술 이외의 다른 치료법이 없는지 수술보다 결과가 더 좋은지를 수술하지 않는 다른 의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과정을 거친다. 아무리 자신 있는 전문가라 해도 중요한 결정에 대한 중압감은 있기 마련이다. 중요한 물건을 구매할 때도 친구나 경험있는 사람에게 의견을 구하는 것도 이차의견이라 할 수 있다. 개인적인 문제를 떠나서도 정치적이나 국가적인 중요문제를 결정하기 위해 회의를 하거나 보좌관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도 이런 이유일 거다.

 환자들은 암진단을 받은 경우, 이 진단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른의사나 다른 병원을 통해 이차의견을 확인하고 싶어한다. 걱정과 근심어린 환자가 자신의 진단을 확인하기 위해 이차의견을 청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의학 발전으로 진단이 잘못된 것으로 판정되는 경우가 많이 줄기는 하였지만, 아직도 소수에서는 오진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의사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진단의 정확성을 확인하기 위해 오는 환자들은 조심스럽다. 많은 검사결과를 첨부한 환자의 경우는 자료를 확인하는 데 많은 시간을 소비하여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진단받은 병원에 대한 의심을 가지는 상태에서 말 한 마디 잘못하면 환자와 전의료진과의 불신이 생기기 때문이다. 또한 현대의학의 특성상 여러가지 진단방법을 동원해서 진단하기 때문에 추가로 시간 내 중복적인 검사를 하지만 진단이 틀린 경우가 거의 없으며 치료계획이 바뀌는 경우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환자가 병원을 편하게 이동할 수 있고 다른 의사를 만나는 것에 제도적으로 제한이 없기 때문에 이차의견을 듣는 일이 비교적 매우 쉬운 일이다. 그러다 보니 부작용으로 이차·삼차·사차의견까지 듣는 사람들이 많다. 절실함이 과한 경우이다. 오히려 적절한 치료시점이 늦어지는 문제도 생긴다.

 닥터쇼핑은 한의사에게서 만족을 못해 여러 병원과 여러 의사를 만나 의견을 듣는 행위를 말한다. 이차의견과 닥터쇼핑의 구분은 무엇일까? 아마도 불신과 부정의 존재여부 아닐까? 이차의견은 확인을 위한 행위라면 닥터쇼핑은 일차의견에 대한 불신과 진단에 대한 의심과 부정에서부터 나온다고 생각한다. 이차의견을 통해 불필요한 치료나 수술을 피할 수 있는 좋은 장점이 있다. 적절하게 활용되면 의료비용이나 생명의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닥터쇼핑으로 연결된다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 의사-환자간 불신이 생기게 된다. 우리나라 의료제도의 문제로 의사-환자간의 만족도가 선진국에 비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상호 불신의 골이 깊어지는 원인이 될 것이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는 어떤 관계인가? 어느누구 도움도 없이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가는 장님이 환자이고 이장님이든 등불이 의사라고 볼 수 있다. 눈이 안보이는 장님에게는 등불이 필요 없지만 어두운 길에서 장님과 부딪칠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해 등불을 들어 피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질병에 걸린 환자는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가보지 않은 어두운 길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낮에는 필요 없으나 밤에는 불을 밝혀 나의 존재를 남에게 알려주고 보호해 주는 역할이 바로 등불이고 의사이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길에는 장님과 일반사람이 부딪치는 일이 없이 물동이가 안전하게 운반되도록 하는 등불의 역할이 의사라 생각한다. 등불이 필요 없다고 던지는 순간 사람들에 의해 물동이도 깨지고 장님이 넘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등불 또한 하나만 필요한 것이다. 여러 개는 무겁기만 할 뿐이다. 도움을 주는 의사도 마찬가지 아닐까?

 김철승<의학박사/예수병원 진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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