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과 공자의 오악(五惡)
4.13과 공자의 오악(五惡)
  • 이한교
  • 승인 2016.02.21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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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아슬아슬한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무슨 일이 곧 생길 것만 같다. 닿기만 해도 곧 폭발할 것 같은 일촉즉발 상황의 연속이다. 코앞에서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에 대하여 극명한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는 정치로 국민이 불안하다. 한쪽에선 핵무장론을, 다른 한편에선 우리 핵무장은 구시대적인 민족주의적 포퓰리즘이라며 감정적으로 핵무장을 선언하면 재앙이 올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필자는 누구의 주장이 옳고 그름의 중요도를 논하자는 게 아니다. 막장드라마처럼 갈등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치인들은 영리한 사람들이니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왜 서로 자기주장만 내세우며 민생을 외면한 채 고집을 피우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남한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하면서도, 왜 이견을 좁힐 수 없는지 묻고 싶다. 정치인으로서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가장 우선시해야 할 그들이 본분을 망각하고 있는지, 일반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고자 철저히 계산된 발언만 일삼고 있는지, 이대로 가다간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필자는 지금의 정치 형태로는 이 난국을 헤쳐나갈 수 없다는 시각이 많다고 본다. 오르지 국가의 안위나 국민의 행복보다는 자신들의 정치 생명을 우선으로 하는 그들로서는 국민이 느끼고 있는 지금의 불안을 해소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당리당략에 따라 시급한 테러방지법 등을 볼모로 잡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의 정치 수준을 알 수가 있다.

 사실 국민은 정치 지도자를 통하여 안정된 나라에서 위기를 똑바로 보길 희망하고 있다. 그리고 국민을 위한 정치로 평화로운 나라로 발전 운영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여야를 불문하고 서로 머리를 맞대는 가운데 총화로 국력을 신장하고 국격을 높여 주길 그들에게 염원하고 있다. 그런데 그들은 제삿밥에만 관심을 둘 뿐, 북한의 핵실험을 보고도 그들은 전쟁할 능력이 없다거나 위협적이지 못하다고 당론만 주장하고 있으니 안타깝다는 말이다. 차라리 그들이 우매하여 당론에 따라 말하고 행동하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면 또 다른 방법을 찾아보겠지만, 그들은 영리하다. 오히려 그들 중에는 비리를 저지른 당사자이면서도 똥 싸고 매화 타령하듯 호들갑을 부리는 머리 좋은 사람들이다. 이런 그들이 뻔뻔스럽게도 상대의 의견에 대하여 무조건 어깃장을 놓거나 고집을 부리고 있으니 얄밉기만 하다.

 그렇다고 자신들이 속해 있는 당과 이견을 조율하고 이를 당의 색깔로 내세우는 것 자체를 뭐라 하는 게 아니다. 이 당론이 국민의 안정과 국가의 이익보다 우선할 수 없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다. 무조건 앞뒤를 가리지 않고 정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언행만을 일삼으니 하는 말이다. 국민은 오르지 평화롭고 아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상호 이해관계를 조정해 주길 원하며, 상호 불신 정치로 끝없는 갈등을 조장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여기서 우리는 냉정하게 이런 죽은 정치를 두고 지적한 공자의 얘길 새겨볼 필요가 있다.

 그는 지도자의 잘못된 행실을 오악(五惡)의 형태로 지적하고 있다. 이 오악을 등한히 여기면 나라가 위태로워지므로 절대 용서하지 말라고 충고까지 하고 있다. 첫째 만사에 빈틈이 없고 시치미를 딱 떼면서 간사하고 악독한 수를 쓰는 자, 둘째 공정치 않은 일을 하면서도 겉으로는 공정한 척 일 처리를 하는 사람, 셋째는 전부 거짓말 투정이면서도 워낙 언변이 좋아서 거짓도 진실인 것처럼 떠들어 대는 사람, 넷째는 속으로 음흉한 악당이면서도 머리가 좋고 아는 것이 많아 사람을 잘 홀리는 사람이다. 끝으로 못된 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동시에 사람에게 은혜를 베푸는 사람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나라의 정치인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 같아 씁쓸하다. 그 증거로 북한이 목에 칼을 겨누고 있는데 대화를 먼저 하자고 말하는 자, 그들의 칼은 위험한 물건이 아니라고 진실을 오도하는 자에 대하여 한 번 생각해볼 문제라는 것이다. 위험은 피해야 하고 다시는 그런 위험이 닥치지 않도록 대비를 하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런 상식을 멀리하는 쭉정이 같은 정치인을 걸러 내야 한다. 유권자로서 이를 계속 방관하면 나라가 위태로워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어쩌면 4.13총선이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가 더 심각한 위험에 다다르기 전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래야 사회가 안정되고 북한으로부터 위협을 막을 수 있다. 지금처럼 자중지란이 계속되면 우린 위기를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이 와중에도 정부가 낙하산 인사로 국민을 실망하게 하거나 지역 차별과 지역감정 부추기면 되돌릴 수 없는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이 위기는 어쩌면 회복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이한교<한국폴리텍대학 김제캠퍼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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