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대전환’을 위한 낮아짐·개방성·다양성
전북 ‘대전환’을 위한 낮아짐·개방성·다양성
  • 이헌승
  • 승인 2016.01.3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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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는 넓고 깊다. 낮기 때문에 그렇다. 사실 바다는 낮을수록 더 넓어지고 더 깊어진다. 그런데 낮더라도, 계곡은 바다일 수 없다. 아직 덜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낮음만으로 바다가 되진 못한다. 여러 물줄기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바다가 될 수 없다. 물길을 열어줘야만 수량이 풍성해진다. 물줄기가 다양할수록 영양이 풍부해진다. 이처럼 낮음은 바다의 필요조건이고, 개방성·다양성 등은 충분조건이다. 이를 사람 또는 사회에 비유할 수 있다. 즉, 사람은 겸손할수록 더 따르고, 사회는 개방적일수록 풍요로워지며, 다양할수록 더 건전해진다고.

 나는 1970년대 초인 초교 4학년 때 김제에서 대전으로 이사, 대학까지 그 지역에서 마쳤다. 1970~80년대에 그곳에서 성장하면서 그리고 1990~2000년대에는 한국은행(지역본부)에서 근무하거나 부모님과 거주하면서, 허허벌판에서 변해가는 대덕연구단지의 조성, 국공립연구기관·기업부설연구소의 입주 등 ‘대덕연구개발특구’로의 발전상을 가까이 지켜보았다. 이제 40년 역사를 지니게 된 이 특구에는 고급연구원 2만여 명 등 국내외 여러 지역에서 온 5만여 사람들이 어우러져 있다. 주변엔 테크노밸리 등 첨단산업단지도 연계되어 산업의 다양성도 높아졌다. 누가 대전(大田) ‘대전환’의 원동력으로서 이 특구를 부정하겠는가!

 ‘정부대전(大田)청사’는 20년 정도의 역사를 지닌다. 근무인원이 4천명이 넘으니 관련 인구만 1만 5천명은 될 것이다. 그런데 1997년 말에 완공된 이 청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중 상당수는 2000년대에도 서울에 가족을 둔 채 홀로 내려왔었다. 이는 ‘전북혁신도시’에 근무하는 공공기관 직원들 상당수가 홀로 근무하며 주말부부로 사는 것과 같다. 하지만 이젠 주변에 입지한 높은 수준의 문화·예술·교육·국제화 환경이 잘 어우러져 과거와 전혀 다른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즉, 대전에 발령받은 외지인이 이젠 서너 달만 근무하면 이곳에서의 삶이 오히려 더 편안해진단다. 이처럼 대전은 이제 개방성이 더 넓어지고 다양성도 훨씬 더 커졌다는 것이다. 분명히 정부청사의 입지가 이런 ‘대전환’의 촉진제였음을 부인할 길이 없다.

 전북혁신도시는 올해 입주대상 공공기관의 이전이 거의 마무리된다. 20년 후인 2035년엔 이 혁신도시가 ‘자동적으로’ 정부대전청사처럼 전북 대전환을 촉진할 수 있을까? 작년에 지정된 우리 ‘전북연구개발특구’는 ‘자연적으로’ 대덕연구개발특구처럼 우리 전북의 대전환을 위한 원동력으로 작동할 수 있을까? 전주·완주·정읍 등 3개 시·군에 걸친 우리의 특구도 40년이 지난 2055년에는 ‘그저 그냥’ 대덕연구개발특구처럼 발전하여 있을까?

 세상에 공짜는 없다.(No pain, no gain!) 하지만 그 고통을 줄일 수는 있다. 그 답은 바로 바다의 교훈에 있다. 즉, 낮아짐·개방성·다양성 등이다. 공동체 전체이익이 아닌 소수세력의 단기이익 추구는 ‘높아짐’의 전형이다. 텃세와 드러누움은 ‘폐쇄성’의 강화이다. 보편적 가치를 벗어난 소지역주의는 ‘외곬’의 극치이다. 전주종합경기장개발의 좌절은 이 높아짐·폐쇄성·외곬 때문이었다. 그래서 대규모 투자도 가로막혔다. ‘해상풍력개발사업’에도 미래세대를 위한 낮아짐, 투자·기술에 대한 개방성, 사고·인식의 다양성이 부족해서 부의 창출을 가로막고 있다. ‘김제국제공항’과 대규모 새만금 농업투자의 중단도 사실 높아짐·폐쇄성·외곬 때문이었다. 이젠 전북 ‘대전환’을 위해 바다의 교훈을 따라야 한다. 이런 변화가 선행되어야 바다로 물이 모이듯 우리 지역으로 돈·사람·기술·문화가 자연스레 들어올 수 있다. 그래야, 대전보다 더 단기에 더 낮은 비용으로 전북 ‘대전환’을 성취할 수 있다. 앞집 초등학생 남매가 서울·대전이 아닌 우리 지역에서 고급연구원·벤처창업가로 활약할 2030년대가 기다려진다.

 이헌승<전라북도 경제분석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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