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동결에 드리운 대학의 어두운 그림자
등록금 동결에 드리운 대학의 어두운 그림자
  • 박세훈
  • 승인 2016.01.20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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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내 대표적인 국립대인 전북대와 사립대인 원광대가 2016년도 등록금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학부모의 등록금 부담을 줄이고 정부의 반값 등록금 정책에 부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대학들은 그 이유를 밝히고 있다. 비싼 등록금 때문에 학부모들이 받을 고통을 분담하기 위한 대학들의 자율적인 결정이라니 학부모와 학생의 입장에서 반기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학부모의 입장이 아닌 대학의 입장에서도 반가운 소식인지 생각해보고자 한다.

 금년도 등록금 동결은 2009년 이후 8년이나 계속된 반값등록금이라는 정치적 압력에 의한 대학의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등록금 책정은 대학의 등록금심의위원회의 결정에 의한 대학의 자율권에 해당한다. 그러나 대학들이 앞다투어 등록금 동결을 결정하는 것은 등록금 동결이 국가장학금 신청이나 대학에 대한 정부 지원 사업의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등록금 동결로 대학이 받는 재정적 어려움은 외부 지원사업으로 해결하고 우선 대학이나 대학생이 받을 불이익을 줄여보겠다는 것이 대학의 입장인 것으로 이해된다.

 대학회계직원의 인건비는 호봉승급분과 공무원 봉급 인상률에 근거하여 매년 인상되기 마련이다. 대학운영에 필요한 공공요금의 인상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대학교육의 질에 직결되는 교육환경의 개선은 불가피하다. 각종 정부지원사업의 수혜를 받기 위해 학생교육에 투자되는 예산도 예년보다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한국의 대학들은 8년 전과 비교하면 대학예산이 30% 넘게 감소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부 지원 사업이 다소 늘긴 했지만, 이는 용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대학 자율로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 아니다. 대학예산이 대학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고려하면 현재 한국 대학교육의 질은 8년 전에 비해 크게 후퇴하고 있음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최근에 진행된 일련의 대학평가에서 정원감축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면서 한국의 거의 모든 대학들은, 특히 지방에 소재한 대부분 대학들은 3년 안에 10%의 정원을 감축할 예정이다. 대학재정의 고정적인 수입원인 학생들의 등록금 재원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이다. 전술한 경상비용의 증대와 등록금의 동결 및 인하와 학생 수의 감축에 따라 대학들이 겪는 고통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는 실정이다. 외부 재정지원 사업도 기간이 정해진 것이며, 계속 지원받을 수 있을지 대학들은 우려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의 대학은 서구의 대학들에 비해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양적인 면에서나 질적인 면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어 온 것이 사실이다. 이제 대학교육은 누구나 원하면 받을 수 있는 보편적인 고등교육 체제가 된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대학의 자화상은 밝지만은 않다.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대학 진학률의 감소로 문 닫는 대학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등록금에 의존하는 사립대학이 많은 한국의 현실을 감안하면, 학생 수 감소로 인한 재원의 축소는 대학교육의 질 저하를 초래할 것임이 분명하며, 대학생의 질 저하는 한국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요소가 될 뿐만 아니라 고등교육의 실업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임도 자명하다.

 또한, 대학에는 대학의 미래를 좌우할 결정을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이 당연히 부여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대학들은 상당이 제한된 자율권을 행사하고 있다. 국립대학의 자율권은 사립대학과 비교하면 더욱 제한되어 있다. 대학의 수장인 총장을 마음대로 선출할 자유마저 박탈된 실정이다. 대학의 자율권 제한은 장기적으로 한국의 대학을 말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대책 없는 복지 포플리즘 때문에 고통받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대학에 대한 예산지원은 매년 감소함에도 대학교육의 부실 책임은 온통 대학이 져야 하니 대학인의 시름이 깊어진다. 현재보다 미래가 더 암울하다.

 박세훈<전북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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