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폭탄과 수소폭탄 그리고 북핵
원자폭탄과 수소폭탄 그리고 북핵
  • 김종일
  • 승인 2016.01.1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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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9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고 있던 세계물리학회가 갑자기 중단되고, 20세기 초반 세계 물리학계를 이끌었던 닐스 보어가 오스트리아에서 날아온 한 통의 전보를 손에 들고 연단에 올라섰다. 이례적인 일이다. 그가 낭독한 것은 아주 낮은 에너지 중성자의 충돌에 의해 우라늄이 분열하면서 막대한 에너지를 방출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여성 물리학자 마이트너의 급전이었다. 순간 학회장은 흥분의 도가니로 돌변했고, 학회에 참석했던 물리학자들은 카네기 대학을 비롯한 주변의 대학으로 흩어져 마이트너의 실험을 재현하고 그 사실을 재차 확인했다.

 다음날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일간지들의 1면은 “인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다”라는 내용의 대서특필 기사로 도배됐다. 하지만, 우리 모두 알다시피 인류의 새로운 희망이었던 핵분열에너지는 안타깝게도 1945년 일본에서 원자폭탄이라는 참혹한 살상무기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가 원자폭탄이라 부르는 것의 공식 명칭은 핵분열 폭탄이다. 커다란 핵이 작은 핵으로 깨지면서 나오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폭탄이라는 말이다. 원리만 따지면 원자폭탄을 만드는 일은 비교적 간단하다. 우라늄-235와 플루토늄-239라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90% 이상의 고농도로 농축해서 모아두고 거기에 중성자를 쏴주면 폭탄이 된다. 농축량이 대략 10kg을 넘으면 중성자 없이도 저절로 폭발한다.

 일반적으로 같은 양이면 플루토늄탄이 우라늄탄보다 위력이 크다. 하지만, 장단점이 있다. 북한이 처음에 플루토늄을 썼다가 3차 실험 때 우라늄을 사용한 것은 이유가 있는데, 우라늄탄은 위력이 상대적으로 약해도 확실한 폭발을 보장해주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플루토늄탄은 폭발력은 더 강하지만 그 때문에 제어하기가 어렵다.

 원리는 쉬워도 기술적으로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여럿 있다. 먼저 고농도로 농축하는 게 까다롭다. 하지만, 시간과 정성만 쏟아 부으면 큰 기술이 없이도 가능하다. 북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문제는 중성자를 핵물질에 일시에 조사해주는 기폭장치다. 일반적으로 고성능 화학폭탄과 중성자가 많이 들어 있는 동위원소를 적절히 배치하여 제작하는데, 이 기폭장치가 원자폭탄의 위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장치다.

 북한이 세 번에 걸쳐 실시한 원자폭탄의 효율은 15% 내외로 예측되고 있다. 사용한 핵물질의 양을 모르기 때문에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히로시마 원폭 정도와 비슷한 폭발력으로 보아 그렇게 추정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85% 정도의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이 분열하지 않고 그냥 날아가 버린다는 뜻이다. 참고로 서방 선진국들이 가진 원폭의 효율은 90%이다. 이것이 북한의 핵 능력을 원시적 수준이라 부르는 이유다.

 이번 4차 핵실험에서 북한이 실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수소폭탄은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대개 수소원자핵의 동위원소인 이중수소와 삼중수소 그리고 중수화리튬 등을 이용해서 일으키는 핵융합 반응, 즉 수소를 융합시켜 헬륨으로 핵변환 시키는 반응을 주된 폭발력으로 삼는 폭탄을 가리키기에 핵융합 폭탄이라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매우 다양한 설계가 가능해서 꼭 그렇게만 부를 수도 없다. 조금만 변형하면 중성자탄이나 3F탄을 만들 수가 있다.

 태양을 비롯한 모든 별들 안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 바로 핵융합 반응이다. 그런데 수소폭탄을 만들려면 반드시 원자폭탄이 필요하다.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1억 도 정도의 고온이 필요한데 화학폭탄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원자폭탄을 먼저 터트려 별의 내부와 유사하게 1억 도의 고온 상태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원자폭탄이 수소폭탄의 기폭장치 역할을 한다. 따라서 수소폭탄은 원자폭탄보다 당연히 폭발력이 강하다. 원자폭탄의 위력에 핵융합 반응이 더해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핵융합 반응에서 방출되는 에너지 자체가 핵분열 반응에 적어도 수백 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다는 북한 주장의 신빙성이 제로인 것이 이 때문이다. 추측건대 원자폭탄에 중성자 조사량을 늘려 폭발력을 증대할 목적으로 이번 실험에서 이중수소와 삼중수소와 같은 수소 동위원소들을 소량 첨가했을 가능성은 있다. 중성자의 개수가 폭발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을 흔히 증폭핵분열탄이라 부른다. 수소 동위원소들을 집어넣었으니 수소폭탄이라 주장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인삼 몇 뿌리 넣은 삼계탕을 인삼탕이라 부르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되겠다. 그런데 폭발력으로 판단컨대 그것도 실패한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사실 이번 북한에서 실험한 것이 수소폭탄인지 원자폭탄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핵심은 북핵이 국가의 존망과 국민의 생명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라는 명백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북핵 문제에 지나치게 관대한 사람들이 당당히 우리 사회 중심부의 한 축을 구성하고 있다. 북핵 문제에 대한 엄정한 대처가 북한에 대한 쓸데없는 자극이며 내정간섭이라는 주장이 표현의 자유라는 망발을 결코 용서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김종일<전북대학교 교수/신재생에너지소재개발지원센터장/방사선과학기술학과 석박사협동과정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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