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혁신도시 리포트]<37> 2015년 결산
[전북혁신도시 리포트]<37> 2015년 결산
  • 박기홍 기자
  • 승인 2015.12.27 14: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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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혁신도시의 밤이 깊어가고 있다. 아직 상권이 활성화되지 않은 탓에 주요 도로에는 차량과 인적마저 끊겨 썰렁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전북 혁신도시의 한해가 저물어 갑니다. 어제의 태양이 오늘과 다르듯, 내일의 혁신도시 역시 오늘과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돌아보면 올 한해, 전북 혁신도시는 숨 가쁘게 달려왔습니다.

 300만평에 육박하는 990만㎡의 드넓은 광야에 지방행정연수원이 2013년 7월 처음 둥지를 튼 후 작년까지 농진청 등 5개 기관만 입주했습니다. 그런 이곳에 올해만 한국농수산대학과 국립식량과학원, 국민연금공단 등 무려 6개 기관이 추가로 입주해 혁신도시의 정적과 고요를 깼습니다. 한 기관은 8톤 트럭 수십 대를 동원해 막대한 이삿짐을 옮겼는데, 그 행렬이 장관을 이뤘습니다.

 전북에 입주한 기관들은 분주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상생발전 협의회도 참석하고 주민들과 스킨십을 가지면서 ‘현지화 적응’에 주력했습니다. 교통 여건과 주거 환경이 직원들을 불편하게 했지만, 지자체도 적극 지원에 나섰습니다. 많은 사람이 관심을 두고 지원에 나섰습니다. 한국전기안전공사가 지난 6월 초에 개최한 음악회에는 무려 3천500여 명이 운집해 경찰조차 깜짝 놀랐습니다. 주민들도 그만큼 입주기관에 관심이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아쉬움도 많았습니다. 입주기관들은 상생을 위해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주민들 사이에선 “이게 뭐냐?”는 푸념이 나왔습니다. 일각에선 “전북을 6두품 취급한다”는 거친 항의의 목소리도 들렸습니다. 신라 시대의 6두품은 성골(聖骨)과 진골(眞骨) 다음의 높은 계급이지만, 여기서 말하는 것은 우선순위의 6등입니다. 그러니까 중앙과 수도권 전문기관 등을 빼고 전북 기관·주민은 여섯 번째나 자리한다는 볼멘소리였습니다.

 입주기관은 억울하다고 항변합니다. 기관들의 강변에도 일리가 있으니, 양자 간 괴리는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2016년 병신년(丙申年), 새해엔 오해와 편견을 씻고 인식의 괴리와 격차도 좁혀야 할 것입니다. 이것은 한쪽이 아닌, 양쪽의 노력에 의해 가능한 일입니다.

 ‘혁신 골병’이란 신조어는 전북 혁신도시의 슬픈 자화상입니다. 혁신도시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수익은커녕 원금까지 날릴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앓는 골병이란 뜻입니다. 정말 대책이 없습니다. 혁신도시의 상업용지는 정확히 112필지인데, 1개 필지에 통상 5층짜리 건물이 들어섭니다. 건물 하나에 사무실이 최소 10개가 공급되니, 112필지에 건물이 모두 들어서면 산술적으로 1천120개의 사무실이 제공되는 셈입니다.

 인구 2만8천명 목표도시에 사무실만 1천 개를 넘기다니…. 그야말로 “헉!” 소리 나올 법도 합니다. 지금 혁신도시에 가면 건물마다 텅 빈 사무실을 보면서 ‘혁신 골병’을 앓는 이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이들은 모두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입주만 학수고대합니다. 그런데 최근 기금본부 공사화 논란이 일어 또다시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혁신도시의 2015년 을미년(乙未年) 묵은해는 지나가고 있습니다. 갈등과 논란, 상생과 협상 등 많은 단어가 공존한 혁신도시 1년이었습니다. 남은 과제는 새로운 한해, 새로운 전북시대를 열어갈 수 있도록 전북도와 전주시, 완주군, 11개 기관이 진중하게 협력하는 일입니다. 쉽게 말하면, 전북 혁신도시 ‘3+11 협력 시스템’을 공고히 하자는 것입니다. 밝아 오는 2016년은 그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

 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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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한 2015-12-28 11:28:47
계산기로 사는 사람들